노트북/2018년

파크 애비뉴의 영장류 - 맨해튼 엄마들의 세계

수행화 2018. 6. 3. 14:16

 

 

 

 

'Primates of Park Avenue ' - 파크 애비뉴의 영장류'

뉴욕에 가 보지 않아도, '파크 애비뉴'라는 지명은 익히 알고 있다. 주로 뉴욕 상류층의 부유한 사람들이 거주하는 주거지인가 여겼을 뿐으로 당연히 관심은 없었다. 그런데 실로 그곳 거주민은 뉴욕 인구의 0.1% 해당되는 극소수라는 걸 알게 됐다. 작가는 그들을 최고의 서식지에 사는 영장류 중 으뜸이라 분류하면서 제목을 붙인 것 같다.
작가  '웬즈데이 마틴'은 예일대에서 문화 연구와 비교문학 박사학위를 받고, 30대 중반에 파크 애비뉴 70번가에 둥지를 틀어 맨해튼 주민이 된다, 대략 1㎢ 넓이의 맨해튼 어퍼 이스트에 거주하는 최고 부자들의 생활 방식과 행동 양식들을 관찰자적 입장으로 쓴 것으로 소설 같으나 소설 아닌 글이라 큰 관심을 모은 것 같다..

" 과정에서 육아란 맨해튼 안의 섬이라는 , 어퍼 이스트사이드의엄마들은 사실상 별개의 종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일종의 배타적 비밀 집단이었다. 나에게 너무 생소한 규율, 의식, 제복, 행동 양식의 지배를 받았고, 나로서는 꿈에도 존재하는 몰랐던 신념, 야망, 문화적문화적 관습을 따랐다."   < P.19 >

파크 애비뉴는 당연히 명문학군이고 따라서 이곳에 진입하려면 여러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한다. 집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 중개소를 방문하고, 주택 구매 신청서를 작성하는 과정들에서 상당한 위화감을 감수해야 한다는 말이다. 먼저 샤넬백을 든 여성 중개인을 만나야 하고, 주택 구매 신청서에 자신의 정체를 나타내는 사항을 기입해야 하고, 유치원 입학에도 자격심사(?)를 거쳐야 하는 등, 그들만의 독특한 제도에 당황하게 되더라는 것이다. 맨해튼의 위계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방식이라고 하는데  멀지 않은 다운타운의 분위기와 확연한 차이를 보여 놀랐다고 한다.

어퍼 이스트 아이들의 생활을 들어 본다, 운전기사와 보모는 기본으로, 2세 때부터 적당한 음악교육을 받고, 3세 아이에게는 유치원 입학 면접을 도와 즐 개인교사가 붙게 된다. 아이가 두 살이 되면 유명 어린이 집에 보내기 위한 경쟁에 돌입하는데 그 과정 또한 지난하여. 부모 인터뷰와 아이 놀이 면접 테스트라는 유별한 관문을 거쳐야 한다. 이제 겨우 두 살이 된 아이들에게 이 테스트는 부모 면접 비중이 크다고 하는데, 부모의 배경이나 연고가 당락에 영향을 준다는 말이 된다. 유치원 방과 후에는 프랑스어, 영어, 중국어, 요리, 골프, 테니스, 성악 등 사교육을 시킨다. 

이 동네에서는 마른 체형이 부의 상징이고,  많이 가진 여성은 언제나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며, 고학력에 부유한 전업주부는 자녀도 많이 낳아 기른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완벽한 몸매와 세련된 웃차림에 다 뭐든 잘하는 완벽한 엄마로 거듭나기 위해 그들은 온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붓는다고 한다. 

작가는 일단 이 세계에 참여는 하되 그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특권을 누리며 사는 엄마들은 관찰하기로 한다. 그런데 어린이집 학부모들이 노골적으로 외면하기도 하고, 아이들의 놀이 약속에 초대받지 못하는 일들도 발생하면서 왕따의 조짐을 느껴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서투른 첫 아이 엄마로서, 동네의 신입자로서 불안감은 나날이 커져가니 마침내 이 생태계에 적응해야 했고, 서서히 동화되어 가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세계에서 빠른 시일에 자신의 위상을 높이고 강력한 펀치를 날릴 아이디어를 찾기 시작한다, 빠르고 강력하게 어필할 아이템은 바로 '에르메스 백'이라 판단하게 된다. 핸드백은 맨해튼이라는 서열 사회에서 한 사람의 위치를 알리는 쉬운 수단이자 부와 권력의 수준을 쉽게 보여주는 상징적 패션으로 신비한 물건이 된 것이다.

 

"버킨이 내포한 의미는 여러 가지인데, 그중 하나는 과잉의 세계에서 조차 마음껏 소유할 수 없는 현실이 주는 서러움이다. 물론 누구나 탐할만한 물건이기는 하지만 유예와 실망과 기다림과 희망을 한 땀 한 땀 박음질해 만든 이 기방은 인간에 내재된 소유욕의 진수이기도 하다, "  < P. 142  >

부와 명예의 과시를 위해서는 속을 뒤집어서 훤히 보여주기까지 하는 이 당혹스럽고 낯선 분위기에 적응되어 가던 중 작가는 둘째를 낳게 되면서 이곳 임산부들의 마음가짐을 보게 된다. 그들이 임신 전후의 부지런한 일상에서 아름다운 몸매도 유지되고 빠르게 자신감을 회복해 간다는 것 알게 된다. 임산부 이전의 몸매로 되돌리는 것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에 고무되어 자기도 강도 높은 피트니스로 멋진 몸매를 만들게 된다.

아이를 등원시키고, 요가 강습을 받고, 뒤이어 엄마들과 아침 식사에는 패션 총력전을 펼치듯 모두들 잘 차리고 나온다, 명품을 남보다 먼저 구해서 입고, 신고, 드는 과시와 경쟁의 장이 되는 것이다, 그들 사회에서 미모는 당연히 고가의 투자가 따른다. 그런데 이렇게 여성 지상주의 같은 사회가 실은 지극한 남성 중심 사회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되는 일련의 일들도 보게 된다.

"굉장한 행운아로 보이고 실제로 그러한 이 부유층 여성들은 인류학적 관점으로 보면 성별로 분리된 세상에 덜 주요한 이사회에, 자선 조찬회와 오찬회에, 아이들 놀이 모임에, 여름철 햄프턴스 생활에 속박돼 있다, 반면에 성비가 유리한 환경에 사 가정의 경제권을 쥐고 의존적인 아내와 더 의존적인 자녀들을 거느리는 어퍼 이스트사이드의 특권층 남성은 뭐든 마음대로 할 수가 있다. " < P.243 >

 

그런데 인간은 본래 협력적인 존재라는 가설을 믿어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 작가가 셋째를 가졌었고 유산의 아픔을 겪는 불행에 처하게 된다. 이때 평소에 무심하고 배타적이던 그녀들이 마음을 열고 작가를 챙기기 시작하는 뜻밖의 현상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위로의 말을 보내고 꽃을 보내고 하루도 쉬지 않고 서로서로 초대헤 주면서 정서적 안정을 도왔다. 작은 마을의 엄마들이 공동 육아하듯이 아이들을 서로 보살펴 주고, 도움을 주려 애를 쓰더라는 것이다. 상대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인간미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것이다.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들의 텃세에 마음으로 조롱을 보내고 적의를 느껴 더욱 단단한 관찰자적 입장을 유지하려 애썼지만 어느새 그 사회에 스며들며 동화되어 가는 자신을 발견하고 만다. 그녀들은 고통에 처한 이웃에 마음을 열 줄 알았으며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았으며 관심과 연민심을 갖고 한껏 베풀더라는 것이다. 그들의 온정과 우정에서 순수함을 보았고, 마침내 동네에 대한 편견을 버릴 수 있었다고 한다.

마침내 자녀 양육에 어마어마한 양의 시간과 에너지와 돈을 소비하게 하는 문화를 이해하게 되더라는 것이다. 자기 파괴적일 정도의 희생이 따르는 육아방식을 마다 낳고, 모성에 집착하는 이곳 엄마들의 애환을 보면서 어느새 외부인의 시선은 걷히고 완전히 동화된 자신을 바라보게 되었다로 한다.



파크 애비뉴의 생활 패턴을 개코원숭이나 여왕벌 등 등 다른 생명체의 습성과 비교해 가며 이해를 도우는 시도가 작가의 인류학적 관찰이라 보며 읽었다.
영장류는 경쟁 구도 속에서 전 생애를 살아가야 하고, 서열 없는 사회는 존재할 수 없고, 만약에 있다면 발전도 따라 없는 것이다. 생존과 경쟁은 불가분의 관계이고, 경쟁은 우리가 외면할 수 없는 삶의 동력인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고 본다. 
최고의 서식지라고 칭한 이곳 어퍼 이스트 거주자들이 자녀교육에 에너지를 쏟고, 자기 관리에 투자를 아끼지 않음을 보면서 행운이 그들을 보호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걸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으면 됐다 싶다. 

 

자녀 교육에 맹렬한 헬리콥터 맘이나 타이거 맘의 존재는 엄마들의 분발을 일으키고, 우리들 모든 엄마들은 그들을 따르고 싶어 하며 육아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노력이 미미하나마 아이들에게 경쟁에 대한 면역력을 갖추게 되면 나쁠 일이 없다고 본다. 따라서 전 지구인의 격도 높이는 일이 아닐까 위안해 보기도 하면서, 버킨백은 제쳐 두고 맨해튼 엄마들이 자기 인생에 바치는 노력만 높이 산다면 현실이 녹록지 않은 우리도 불편 없이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모든 것이 다 좋을 수는 없는 것이, 이곳 의 엄마들은 실로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직업이라는 점이다. 그들 나름의 해결책을 강구하면서 살아간다지만 강력한 부와 명예의 그늘이 짙어 있다는 걸 보면서 극단적으로 치닫는 미국 영화들이 연상이 된다. 그리고 모건 프리만' 주연의 '부루 크린의 멋진 주말' 영화에서  open house 장면이 불현듯 떠올랐고, 부동산 중개인들의 치열한 영업 방식이 샤넬백과 오버랩되며 뉴요커들의 다양한 삶을 느끼게 했다. 그와 대비를 이루는 일상,  모건 프리만이 매일 커피 두 잔을 테이크 아웃해서  집으로 들어가는 인간적인 뉴욕 생활이 나란히 있다는 것이 나는 퍽 재미로웠다. 삶의 방식은 인구수만큼 다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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