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04년

가을, 비, 낙엽, 그 아름다운 이별.

수행화 2008. 8. 24. 18:00

아름다운 계절이 지금 가고 있다.
가을비 소리 없이 내리는 정경에서 시 한편 받아 든듯 고즈녁하다.

나무잎의 윤회를 떠 올려 본다.
이른 봄에는  연녹의 싹을 튀우며 천지에 잠을 깨우고
우리 가슴을 터질듯 벅차게 하더니,

용광로처럼 뜨거운 여름날, 더위를 온몸으로 받으며  그늘을 주고,
나무에 강렬한 에너지를 실어 주더니,

어느새 대기에 찬 기운이 서리면,
나무의 시계는 벌써 겨울의 기별을 알고 준비를 한다.
잘 키우고 보든고 있던 잎사귀를 버거워하며 몸을 가벼이 한다.

생에서 소임을 댜했으니, 화려하고 찬란한 옷으로 바꿔 입으며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한다.


가을비에 실어 조용한 이별의 의식을 가진다.
참으로 치열했던 여름에의 추억을 안은채.
처연히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우리는  스스로 안으로 깊어진다.

우리의 삶도 본연의 의무가 다해가는 즈음,
낙엽처럼 깊은 마음이 되어
치열했던 삶을 기억해 보며 조용히 질 수 있다면...
가을비 따라 가는 낙엽처럼.

다갈색과 금빛이 어우러진,
눈물겹게 아름다운_우리 生에 또 하나의_ 가을을 보내며
나는 진지한 마음으로 소망해 본다.


2004-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