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13년 18

"티벳 사자의 서"를 읽고 나서.

모든 생명은 탄생은 죽음을 가정하고 있고, 죽음을 피해 갈 어떤 생명도 없으며, 우리 또한 연필을 깎아 나가듯, 매일 생명을 조금씩 조금씩 깎아 가며 죽음으로 향한다. 그것은 누구와도 함께할 수 없는 절대 고독의 길이어서 인간에게는 두려움과 공포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영적인 민족, 티벳인들에게는 죽음의 길에 대한 안내서가 있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이라고 부연 설명을 붙인 이 문서는 죽음의 실체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제시하니, 자못 과학적인 안내서로 보이기도 한다. 티벳 문명은 모든 사물은 영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인 것이 가시적이고 물질적인 것인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으로 활동하는 에너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모든 것은 인과 관계에 의하여 생멸의 순환을 ..

노트북/2013년 2013.12.28

Tuesdays with Morrie

‘An old man, a young man and life’s greatest lesson’ 'Tuesdays with Morrie' 는 작가 미치 앨봄(Mitch Albom)이 자신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논픽션으로, 1997년도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다. 작가는 방송 기자로, 스포츠 칼럼리스트로 상당한 명성을 쌓아가며 보편적인 현대인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어느 날 TV 토크쇼에서 학창시절 존경하던 모리 교수님이 루게릭 병으로 투병하시는 모습을 보게 된다. 제자, 미치 앨봄은 병석의 교수님을 찾았고, 이후 화요일을 모리와 함께 하며, 인생에 관한 많은 대화들을 나누게 된다. 대화가 진행되고, 페이지를 넘기면서 우리는 병마가 죽음을 재촉하고 많은 것들을 변화시키고 앗아 가는 과정을 여실..

노트북/2013년 2013.12.05

꾸뻬씨의 행복 여행을 따라 가보니.

"꾸뻬 씨의 행복 여행' 을 구해 읽었다. 행복을 논하는 많은 이론이 있고, 행복을 장담하는 말과 글들이 쏟아져 있는 지경이라, 이제 행복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새삼스럽고 차라리 진부하게 들리기까지 한다. 그러나 작가 '프랑수아 를로르'씨는 자신이 정신과 의사이고 심리 학자이어서일까, 행복을 거룩하고 현학적으로 해석하지 않아 피로하지 않으며, 현란한 언어로 힘들게 하지 않으니 일단 편안하고, 그리고 가벼이 읽어 달라고 주문하는 것처럼 보드라운 글에다, 엽서처럼 예쁜 삽화까지 따문따문 끼워져 있어 동화 책을 펼친듯이 따스함이 전해 오는 아름다운 책이다. 다른 지역 사람들보다 더 많은 행운을 누리는 사람들이 사는 지역에, 다른 지역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정신과 의사들이 있다는 참 이상한 현실이 있다. 꾸뻬 ..

노트북/2013년 2013.10.20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 준 한마디

'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 준 한마디 ' 지난 생일에 나는 나에게 정 호승씨의 산문집인 이 책을 선물했다. 나에게 가장 부족한 덕목을 얘기하라면 나는 우선 내 용기 없음을 말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알고 있다. 포도는 군침이 돌지만 포도 나무에 오를 용기가 없음에 “저 포도는 시다” 하며 돌아 서고마는 이솝 우화의 여우의 심상이 나와 닮았다고. 나는 늘 뒤란으로 숨었고, 뒤 돌아서서 남루해진 내 영혼에 깊은 연민을 보내며, 무위하게 젊은 시간을 낭비했기 때문이다. 나의 의지는 모든 외풍을 다 받아 들이듯 시달렸고, 그 바람은 마음에 사막을 만들었으며, 그 외딴 모래섬에 가두어진 현실을 숙명처럼 다독이며 움츠렸으니, 거친 모래 바람을 헤쳐 나아가 물길 한 줄기, 풀 한 포기를 찾아 나설 용기를 내지 못했다..

노트북/2013년 2013.08.29

이별의 아쉬움을 알아 가는 아이들.

해를 본지가 언제였던가! 늦여름 장마는 시절도 잊고 방향도 잊은는지 여기 저기 몰려 다니며 일을 내고 있다. 빗줄기는 때로 호기 있게, 혹은 지리한 모습으로 끊임 없이 내리면서 국지성 호우, 아열대성 기후 등등 우울한 말들이 더돌게 하고 있다. 장마 기류가 그리는 하강 곡선보다 더 가라 앉은 기분 속에 나는 일손도 놓고 넋도 놓고 있다. 딸이 아이들 데리고 지내다 간 한달은 장마도 아랑곳 없더니만. 외손주들이 떠나니 아이들 떠드는 소리, 달리는 소리, 자동차 구르는 소리도 사라졌고, 잠도 편히 자는 절간처럼 조용한 나의 일상이 다시 찾아왔건만 마음에 안정은커녕 가슴에 뭉툭한 돌덩이 하나 자리 잡은 듯 무겁기만 하다. 아쉬움이 많이 남은채로, 그 미진한 마음을 안고 손자가 떠나던 날의 얼굴을 나는 아주 잊..

노트북/2013년 2013.07.25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라는 이름을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려 놓은 소설. 1942년에 세상에 내 놓은 ‘그리스인 조르바’ 페이지를 넘기며 나는 굳이 스토리를 쫓지 않고 있는 나를 알아챘다. 스토리 너머 배경에 깔려 있는 깊은 사유의 음성에 깊이 귀 기울이게 되고, 감각적인 표현들, 섬세한 결을 가진 아름다운 표현들에 내 시선이 순간 순간 붙잡히기 때문이다. 책벌레인 주인공은 크레타 해안의 폐 탄광을 운영해 보기 위해 길을 떠난다. 자기 내부의 혁명을 위해, 책벌레의 세계에서 노동자, 농부와 같은 단순한 사람들과 새 생활을 해보기 위해 크레타를 향한다.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 그리스인 조르바를 만나게 되고 함께 떠난다. 붓다의 정신 세계에 깊이 침잠하였으며, 붓다와 하나 되기 위해 씨름을 하던 책벌레인 주인공..

노트북/2013년 2013.07.10

'기나 긴 하루'

박 완서 소설집 ‘기나 긴 하루' 봄은 아지랑이를 만나지 못해도 아련하고 행복한 계절이다. 벚꽃이 천지를 흔들어 봄을 깨우더니, 난분분 꽃잎이 떨어진 자리에 철쭉이 화려하게 풍경을 싹 바꾸더니, 이제 순번을 기다렸다는듯이 팝콘처럼 부풀다 하얗게 팍 터지는 꽃이 멋지게 봄을 배웅하고 있다. 이팝나무라고 하는데 이름까지 예쁘다. 이 어여쁜 계절은 책 읽는 나를 질책하는 것같다. 가벼운 책을 찾아야 하는 이유라면 이유가 된다. 박 완서씨의 글은 언제나 작중 인물에 쉽게 몰입이 된다. 때로 나의 모습이고, 우리네 일상이며 이웃집의 애환이 사진이라도 찍은듯 활자로 선명하기 때문이다. 2011년 박 완서씨는 81세를 일기로 돌아 가셨다. 그래서 이 소설집은 사후 작가의 글을 엮어 낸 것이라고 한다. ‘석양을 등에 ..

노트북/2013년 2013.05.25

'Scott Nearing'의 근본주의적 삶.

얼마 전 친구로부터 'Scott Nearing 자서전'과 '자연식 밥상'이라는 책을 선물 받았다. 뜻밖의 선물에 반갑고 놀라웠다는 건 당연한 사족이고, 내게 보내겠다고 책 준비해서 우체국까지 발걸음을 한 친구의 따스한 온기가 함께 배달되어 더 소중한 선물이었다. 이 봄, 나를 생각하는 벗이 있다는 것에 가볍게 흥분하면서 행복해 했다. 나는 '스콧 니어링'이라는 사람에 대한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이 무심히 책을 펼쳤고, 그저 찬찬히 읽다 보니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하여 엄청난 통제력을 가진 드물게 보는 굉장한 이론가라는 걸 알게 되었다. 철저하게 이론으로 무장된 사회주의자이니 애초에 나의 관심 분야 밖의 사람일 것이 분명한데 어느듯 내게 존경의 념까지 불러왔다. 그는 1883년 펜실베니아 주, 티오가 카운티..

노트북/2013년 2013.05.18

유 안진 산문집. "상처를 꽃으로"

도서관의 서가를 오가며 책 구경을 하다 보면 제목이 마음에 드는 책, 그림이 마음에 드는 책, 그리고 새로 출간되어 깨끗한 책에 주로 손이 가게 된다. 유 안진 씨의 책이 유난히 깨끗해서 보니 올 초에 출간된 신간이고, 꽃무늬 보자기가 살푼 놓여 있는 표지 사진도 좋고 책이 예쁜데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니 행운이라도 잡은 듯 선듯 빌려 왔다. 그래서 나는 읽으려고 쌓아 둔 책이 일곱 권이 되어버렸는데, 부담은커녕 오가면서 한번씩 쳐다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사소한 것에서 오는 즐거움이 이런 것이다. “돌아와 앉은 고향집 아랫목 같은 정겨움과 편안함으로” 저자는 산문 집을 묶었다고 했고, 나 또한 저자에 정겨움을 느끼며 편안하게 읽었다. “외로운 사람에겐 자기 방이 필수이고, 또 여러 개의 침대도 필..

노트북/2013년 2013.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