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16년 13

다시 365일을 받으면서.....

시간보다 더 엄격하고 정확한 것은 없어 우리는 정확한 사람을 시계같다고 한다. 이미지 없는 지배자, 우리 삶의 엄중한 관리자가 사실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시간은 위풍당당하게 1년, 365일을 카운트하더니 이제 곧 새로운 365일을 1년의 이름으로 내 놓으려 한다. 아침 신문을 읽으며 가뜩이나 혼란한 머릿 속이 2017년의 전망에 대한 기사로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새해에는 공상과학 영화같은 일이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이라고 한다. 대형 마트에 인공 지능 로봇이 등장할 것이며, 더욱 지능이 높은 스마트폰이 나올 것이며, 올해 프로 바둑 기사 이세돌을 꺾은 구글의 알파고는 내년에는 PC 게임 스타크래프트 인간 챔피언과 한판 대결을 벌일 예정이라고도 하고, 또 자율 주행차(무인차)가 상용을 위한 도전에 ..

노트북/2016년 2016.12.31

인생의 한 페이지를 지금 막 넘기는 규영!

내 마음의 규영 희망을 계획하고 꿈을 꿀 수는 있어도 이루어내는 것은 행동이요 실천이다. 우리 맏손녀 규영이는 실천을 망설이지 않는 아이다. 할머니들 노는 일에 손주 자랑은 약방의 감초인지라 빠질 수 없는 일이나, 나는 얄밉지 않을 정도의 겸양으로 넌지시 자랑 운을 떼어 보이며, 되도록 나대는 인상을 안 주려 애쓰는 편이다. 물론 내 감각으로.그런데 이번에 아이가 자력으로 특목고인 외고에 턱하니 붙었다 하니 사실 그 기쁜 마음 숨기기는 주머니에 송곳 숨기기보다 더 어려웠다. 열중하는 모습이 어여뻐 하염 없이 바라 보고, 또 훔쳐 보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면접 시험 예상 문제 1000개를 뽑아 친구들을 모아 함께 모의 면접을 해 보기도 하고, 자기소개서를 혼자 힘으로 써서 제출하면서 ..

노트북/2016년 2016.12.29

'딸에게 주는 레시피'- 엄마의 내력.

따뜻한 것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해가 저무는 시간, 가을이 깊어지는 계절은 서로 닮았다.. 외로움이 좀 더 가깝고, 불현듯 초조해지고, 온기 있는 집을 생각하고, 가족을 챙겨야 할 것같은, 그러한 정서가 서로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이 그런 계절이다. '딸에게 주는 레시피'. 제목이 일단 따뜻하고 정다워 읽고 싶게 하는 공 지영 작가의 글이다. 작가가 독립해 있는 딸에게 손 쉬운 레시피를 일러주며 심중에 있는 말들을 함께 얹은 형식이니, 엄마의 철학을 녹인 언어들이 잔잔하게 어우러져 독특한 레시피가 완성된 셈이다.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봉순이 언니' 등 내가 읽은 공 작가 소설은, 가물거리는 내 기억 속에 대체로 자전적 이야기를 썼다는 느낌으로 남아 있고, 어쩌면 작가 자신의 삶과..

노트북/2016년 2016.12.02

시월을 무망하게 보내면서.

맑은 바람이 몇번 스치는 사이로 더위가 빠져 나가고 맹렬했던 지난 여름은 어느새 추억이 되어버렸다. 예정된 순환이라지만 기적을 바라보듯 신비롭기만 하다. 산에서 시작되던 고운 단풍이 마을에 내려와 곱게 깔리며 가을은 정점을 알린다. 뙤약볕을 온 몸으로 받아내던 강직했던 나뭇잎들은 푸른 빛을 거두어 들이며 소멸의 시간이 가까웠음을 또 알린다. 자연의 시계는 헛도는 일이 절대로 없다. 며칠 쓴 기운이 마음 한 바닥을 훑고 지나가더니, 일도 싫고 책도 싫고, 먹는 일도 지겹고, 매사에 집중이 안되는 무기력증에 빠져 버린 것 같다. 종일 맥 없이 TV 채널을 이리 저리 돌려 보거나, 방으로 거실로 어슬렁거려 보기도 하고, 창 밖을 멍하니 내려다 보기도 하며 갈피 없는 무료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넘어진 김에 ..

노트북/2016년 2016.10.28

'애프터 유' - 뒤를 돌아 보며 앞으로 나아가기

'자신감을 갖고 자기의 한계를 벗어나 봐요. 이 좁은 시골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예요.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서 멋진 인생을 꿈 꾸어 봐요.' 윌 트레이너는 이러한 충고에, 간곡한 당부와 함께 얼마간의 돈을 주인공 루이자에게 남기고 생을 마감한다. 새로운 세상을 선물하고 그 사람, 윌 트레이너가 떠나면서 '미 비포 유'는 막을 내렸다. 소설이 허구인줄 알면서도 누군가의 인생을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인간을 만났다는 것에 눈물을 비오듯 흘리며 읽은 기억에, 그 후속작, '애프터 유'가 나왔다고 하여 바로 책을 구매했었다. '미 비포 유'에서 이성적이며, 초월적인 인간애를 보았다면, '애프터 유'에서는 스치고 부대끼며 서로 상처를 입히고 치유해 가는, 치열하고 현실적인 사랑을 보았다고 할 수 있을 것같다. 윌 ..

노트북/2016년 2016.10.05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 줄리언 반스

자고 일어나니 가을이 방 안까지 찾아 왔다. 밤을 도와 얼마나 잰 걸음으로 달려 온 것일까? 그렇게 맹렬하던 여름의 정령이 후두둑거리던 간 밤 빗줄기를 타고 황망히 가버린 모양이다. 어제와 오늘이 딴 세상이라 가을이 참 낯설기까지 하다. 공연히 가슴이 벅차고 신선한 흥분까지 온다. 100년만의 기록적인 더위는 전기료 폭탄, 쌀 소비 감소, 냉방 잘 되는 극장이나 백화점에서 시간 보내기....... 일상에 크고 작은 변화들이 있었으며, 웃지 못할 에피소드들을 남겼던 맹랑한 여름이었다. 여름이 더울수록, 피서가 간절할 수록 나는 꼼짝 하지 않는 집순이 모드의 피서에 들어 가곤 한다. 차가운 방바닥이나, 바람이 통하는 북쪽 창문께에 자리를 잡고 앉아 책을 보는 것, 피서라기 보다 더위를 마주 보며 무시한다는 ..

노트북/2016년 2016.08.26

끈을 놓치지만 않는다면,

내려올 때 보았네 -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멋진 제목을 단 이 윤기 씨의 산문집이 도서관 서가에 꽂혀 있어 무심히 뽑아 읽다가 느낌이 유쾌해서 바로 대출해서 읽었다. 제목은 고은 시인의 시 '그 꽃'에서 가져 온 것이라고 한다. '내려 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석 줄, 열다섯 글자가 터질 듯이 많은 말을 머금고 있다. 자기가 원하는 공부를 하고자 일찌기 학교를 떠났으며, 읽고 쓰는 삶에 몰입하였고, 부단히 정진한 결과 마침내 번역 1세대로서 대가 반열에 오르게 된 작가의 내력이 비범하고, 예사롭지 않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 자연히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며, 무엇을 잘 하며 어떤 인생을 살아야겠다'며 구체적인 계획서를 작성하고 그 길을 따라 살다 간 ..

노트북/2016년 2016.07.28

'채식주의자' - 경계 바깥의 삶

작가 '한 강'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맨부커 국제상을 수상하였다고 한다. 더부러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의 번역 작업도 수준 높다고들 하였다. 2016년은 그래서 '채식주의'를 읽고 넘겨야 할 것 같았다. 소설은 3부로 나뉘어 있고, 1부는 남편이 화자이고, 2부는 형부가 화자, 그리고 3부는 언니가 화자가 되어 줄거리를 엮어 가는 연작 형식의 소설이다. 남편이 보기에 아내 영혜는 특별한 매력이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특별한 단점도 없어 사랑한다기 보다 함께 살기 편안한 정도의 아내였다. 그런데 어느 날 이상한 꿈을 꾸었다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아내는 스스로 채식주의자가 되었다. 남편에게까지 나물만 먹이고 꿈 때문에 거의 잠을 자지 않으며, 잠자리를 거부하며, 가죽 구두를 모두 버리는 등 홀로 변해..

노트북/2016년 2016.07.14

'더블린 사람들' 이 보내는 우울 바이러스

지구촌이 좁아지다 보니 우리는 국내외의 크고 작은 사건 사고를 보고 듣느라 잠시도 한가할 틈이 없다. 영국의 브렉시트 사건으로 세계인이 혼란에 빠졌다니 장차 우리는 어쩌나 걱정, 터키 공항에서 또 자폭 테러 사건이 발생해서 희생자를 냈다고 하니 남의 일같지 않게 불안한데, 나라 안 소식은 소식대로 TV만 켜면 알기도 혐오스런 사건들을 실시간으로 기를 쓰며 주입시키느라 전파를 쓰고 있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정보가 제한된 북한 동포들이 우리들의 극성스런 보도를 접한다면 " 아! 저것이 바로 지옥이로구나" 하며 자기들의 삶에 대단한 안도와 행복을 느끼겠구나 하는 상상들을 해 본다. 미담은 간 곳 없고 흉악한 사건 사고들이 넘쳐나고, 그리고 모두들 남탓, 네탓으로 날이 새고 날이 진다. 영화도 마찬가지로, ..

노트북/2016년 2016.07.08

자신감의 가치 - '나는 오늘도 나를 응원한다'를 읽고 -

마음을 다독여 주고, 힐링을 안겨 주려는 목적의 글이나 책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와 있어 이제 어느 정도 식상해졌다고 해도 별 무리한 말이 아닐 것이다. '나는 오늘도 나를 응원한다'는 책도 자신감 회복의 프로젝트라는 설명이 달려 있다. 저자 마리사 피어(Marisa Peer)는 '영국 최고의 의사 250명'에 뽑히기도 한 영국 최고의 심리 치료사로서, 자기가 개발한 최면치료법으로 20년 동안 유명 인사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을 절망에서 벗어나게 도왔다고 한다. 여기 소개된 자기 최면의 기술은 신비롭거나 기상천외 하지가 않은, 마음의 운동이라 이해해도 좋을 정도이며 바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지라 우선 접근하기가 쉽다. 부드러운 위로의 말이나 따뜻한 격려의 글이 아니라는 말이다. 내가 ..

노트북/2016년 2016.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