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17년 16

'프랑스 여자는 늙지 않는다"

"프랑스 여자는 늙지 않는다." 프랑스 여인의 자존심이 묻어 있는 제목에 끌려 집어 든 책이다. 저자 '미래유 길리아노' 는 LVMH (루이비통 모에헤네시) 그룹 계열사의 샴페인 브랜드 Veuve Clicquot (뵈브 클리코)의 최고경영자를 지낸 명사로서 파리 소르본 대학교에서 불문학과 영문학을 전공했고, 영문학과 독문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유엔에서 통역사로 활동 하기도 했다 하니 프랑스의 대표적 여성 지성인 것같다. 지금은 뉴욕과 파리, 프로방스를 오가며 당당하고 우아하게 나이 들어 갈 그녀가 젊음을 잃지 않을 라이프 스타일을 알려 준다면 귀 기울여야 할 것같다. 해답은 의외로 간결하고 담백하다. 삶에 만족하면 행복해 질 것이며, 행복을 누리기 위해 외모와 건강을 가꾸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

노트북/2017년 2017.12.28

"오베라는 남자"

스웨덴 작가 '프레데릭 배크만'이 쓴 장편 소설, '오베라는 남자 (A man called Ove)' 는 여러 지면을 통하여 소개되는 바람에 내 독서 리스트에 올려 두었을 뿐으로, 아무런 기본 정보 없이 읽은 책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기대 이상의 재미와 흔하지 않은 캐릭터, 오베라는 남자가 주는 멧시지가 예사롭지 않았다. 59세의 오베는 까칠하고 타협을 모르는 고집스런 남자이다. 병가라고는 한 번도 낸 적 없이 일만 하는 의무와 책임감의 화신같은 사람이다. 모기지도 다 갚았으며 자기 몫의 짐은 확실하게 지는 사람이다. 동네와 집과 자동차를 좋아하고, 세상 그 누구보다 아내를 사랑했던 남자이다. 그런 그는 아내를 잃어 살아가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고 생각한다. 하여 자살을 시도한다. 오늘 실패하면 내일 또..

노트북/2017년 2017.12.12

'편안함의 배신' - 디지털 기기의 악마성

이전에 읽은 것 같긴 한데 내용을 기억할 수 없어 다시 보게 되는 책이 가끔 있다. '편안함의 배신'도 그런 책 중의 한 권이 다. 앞 페이지 몇 줄을 읽으니 분명 읽었던 책인 것같은 데, 더 넘기니 내용이 생소해져서, 하는 수 없이 다시 읽는 수고를 해야했으니....머리가 안 돌면 몸이 힘든다는 생각을 해가며 씁쓸하게 다시 읽었다. 저자 마크 쉔 (Marc Schoen)은 USLA 게팬 의과대학 교수로 심신 의학 과정 등 여러 과제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다고 한다. 많은 임상경험을 통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현대인이 겪는 문제점들은 대부분 생존본능의 지나친 작용으로 야기된 것이라는 견해로 출발을 한다. 생존본능이란 배고픔을 느낄 때 즉각적으로 배고픔이 해소되지 않으면 두려움이 커져 마음이 동요하고 불편..

노트북/2017년 2017.12.08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을 다시 보며.

올해는 윤 5월이 들어 유난히 여름이 무덥고 길었나 했더니 의외로 가을이 곱고 더 길지 않나 싶다. '모든 잎이 꽃이 되는 가을은 두 번째 봄입니다.' (Autumn is a second spring when every leaf is a flower - Albert Camus.) 지난 주 들렀던 병원 통로에 크게 나붙은 글을 보고, 마음에 들어 새겨둔 말이다. 잎이 꽃으로 번져 가는 이 가을에게 섭섭치 않게 어제 화담숲을 한나절 쉬엄쉬엄 걸었더니, 미처 나가지 않은 코감기가 자기 존재도 잊지 말라 경고라도 날리듯 종일 후두두둑 콧물을 내 놓고 있다. 마음은 가을 콩밭에 내 보내고 신문만 건성 건성 넘기고 있는데, 멋진 소식들이 연신 스마트폰에 날아든다. 하얀 지붕이 바다와 더부러 그대로 엽서가 된 산토리..

노트북/2017년 2017.10.22

'소소한 송편 퍼레이드'

추석 연휴 중이다. 징검다리 휴일에 임시 공휴일까지 지정되어 올 추석은 무려 열흘을 명절 분위기에 빠져 있다. 공휴일과 별무관한 우리까지 덩달아 어디든 나서야 할 것만같은 기분에 공연히 서성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고속도로가 주차장 형국이고, 공항이 북새통를 이룬다는 뉴스를 들어가면서 우리는 여느 해와 다름 없이 집에서 송편 만드는 단조로운 일을 하고 있었다. 우리 손녀들이 추석을 기다리는 건 예쁜 송편을 만들어 내는 재미에 있는 것 같다. 남들이 들으면 특이하다고 웃을 일이지만 내 눈에는 그 마음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해마다 기발하고 독특한 송편을 만들며 즐거워 하는 걸 보면서 나는 좀 더 창의적이고 예쁜 색깔을 궁리해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올해도 차일 피일, 그냥 추석이 임박하고 말..

노트북/2017년 2017.10.09

'영혼의 미술관' - 알랭 드 보통...

내가 힘든 여름을 나고 있을 때, 동생이라도 삼고 싶게 다정한 젊은 친구가 내게 책 한 권을 내민다. "책 읽고 힐링하시고 힘 내시라" 며 '알랭 드 보통'이 존 암스트롱과 공저로 쓴 하드 카버의 멋진 책, '영혼의 미술관'을 권해 주었다. 책에 담긴 고매한 사상을 캐 내기 전에 그녀의 마음은 예술처럼 높은 의미로 나에게로 왔다. 작가, 알랭 드 보통"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일의 기쁨과 슬픔" 등 몇 권의 책을 읽으면서 감각적인 문장들에 상당히 매료되어 꼼짝 없이 앉은 자세로 내리읽었던 기억이 있다. 예사롭지 않은 통찰력을 지닌, 이 시대 거의 최고의 지성이지 않나하는 생각도 하게 됐다. 그런 그가 예술에 대한 깊은 조예로 이런 책을 펴 냈다는 것까지는 모르는 터였다. 책 '영혼의 미술관'은 ..

노트북/2017년 2017.09.19

'어린 관찰자', 사랑스런 나의 손녀.

더위에 정신이 팔려 바싹 다가 오고 있던 가을을 알아채지 못했다. 지구 반 바퀴를 돌아 할머니 집에 온 우리 외손주들에게 무더위 구경만 시키려 들던 여름이 비 한번 뿌리더니 훗딱 사라져 버렸다. 8월 12일 아이들이 떠나니 거짓말처럼 더위가 풀이 꺾여 어떻게 조금 야속한 마음마저 들었지만 저만치 서늘하게 높아진 하늘이 아주 반갑다. 우리 모두 가을같은 인생, 가을같은 인격을 가질 수 있다면 세상이 참 아름답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누구에게나 늘 만나고 싶고 기다려지는, 또 멀어져 감을 아쉬워 하는 그런 존재일 수 있다면...... 이제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것같이 고요가 내린 밤이 다시 내게 주어졌다. 나에게 지혜와 영감을 주지 않아도, 다만 그 고요와 마주하여 이러 저러하게 뒤척이는 이 시간이 나..

노트북/2017년 2017.09.09

내 슬픔의 끝은 어디?

홍수가 나서 강심을 뒤집으면 강 저변 생태계에 작은 순환이 일어난다고 한다. 나의 일상도 소나기 만나고, 홍수 지나간 듯, 크게 한번 흔들리니 삶에서 부수적인 것들은 떠내려 가고,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앙상하게 남은 것같은, 그런 날을 지금 보내고 있다. 먹고 자고 짧게 생각하고, 또 먹고 자고 생각하고....... 믿기지도 않는 일들이 지난 한 달 여 사이 일상 한 가운데를 가르며 지나갔다. 큰 오빠 사긴 뒤 어이 없게도 넷째 오빠가 짧은 투병 생활 끝에 생을 마친 것이다. 불행은 인생의 길 모퉁이에서 우리에게 일격을 가할 기회를 노렸다는 듯이 거푸거푸 고통을 안겨 주고 있다. 정이 많고 눈물이 많은 오빠, 대책 없이 마음만 좋아 더러 내 잔소리를 들어 내던 오빠, 아픈 손가락처럼 의식, 무의식..

노트북/2017년 2017.07.09

"이렇게 우리의 한 시대는 가고....."

5월, 완벽한 봄날, 큰 오빠는 병상에 조금 더 계시리라는 우리의 예상을 살짝 거스르며 가벼이 저 세상으로 가셨다. 통증과 치유의 순간들을 넘나 들면서 죽음을 예비하시더니 마침내 5월 21일 영원한 잠에 드셨다. 예감은 담담하였으나 막상 부음을 듣는 순간, 가슴이 쿵 소리내며 무너져 내렸고, 일시에 세상에 전원이 나가버린듯 눈 앞이 깜깜해졌다. 죽음을 배우는 학교가 있고, 교과서가 있다면 오빠의 죽음은 바로 그런 본보기의 장이 되지 않나 하고 정리해 보는 것이 조금도 과장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 자기 앞의 온 인생을 성심껏 살아 내신 것을 기본으로, 오래 건강한 일상을 사시다가 죽음에 이르러 가족이 이별을 준비하고 관심과 사랑으로 보살펴 드릴 적절한 시간 말미를 주신 것, 맑고 깨끗한 최후의..

노트북/2017년 2017.06.06

'죽음에 대한 영혼 없는 관념들'

매화 순이 기품있게 톡 터지며 봄을 알리더니, 벚꽃이 무채색의 대지를 단숨에 화려한 수채화폭으로 바꿔내는 신비한 일을 또 해냈다. 그리고 이내 철쭉꽃이 폭죽 터지듯 강렬하게 쏟아져 내려 눈에 담고 또 담아 본다. 참 눈부시고 찬란한 계절 앞에 서 있다. 봄은 늘 기다림 끝에 오고, 언제나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검은 윤곽만으로 우리의 관심에서 거짓말처럼 잊혔던 저 나무 우듬지들이 긴 겨울 묵묵히 꽃을 준비하며 봄과의 약속을 지켜나가는 것에 비하면, 인간은 참으로 무계획하고 근시안적이며 성정이 얄팍하다는 생각이 든다. 영속적인 시간의 짧은 한 부분을 아웅다웅 살다가 거역할 수 없는 자연 질서에 따라 홀연히 사라져 가는 것이 인간의 삶인 것을, 우리는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 세계를 지배 한다는 착각..

노트북/2017년 2017.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