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04년 15

'우체부 프레드'를 읽고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Mark Sanborn이 쓴 '우체부 프레드'는 미국 덴버의 우체부 프레드의 실화를 바탕으로 쓴 책이다. 그는 우체부의 일을 특별하게 하는 사람이다. 빈 집에 우편물이 쌓이면 도둑의 위험이 있으니 작은 우편물만 현관 도어 사이로 넣고, 큰 우편물은 주인의 스케쥴을 미리 알아 집에 있을 시 배달을 하는가 하면, 택배 회사에서 잘못 배달한 물건도 주인에게 대신 배달해 주고, 주인 부재시 분실될까봐 베란다 아래에 두고 도어매트로 덮어 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현관문에 부착된 광고물도 떼어 내 주고, 인도에 흩어진 신문지도 치우고... 무미(無味)해 질 수 있는 우체부의 일을 창의적으로 하려고 노력하고,주민에게 진정어린 관심과 애정으로 봉사하며 작은 즐거움을 가꾸는 사람인 것이다. 몸에 밴..

노트북/2004년 2008.08.25

자기에게 바치는 선물

내가 아끼는 친구 중에 혼자 깔끔하게 사는 친구가 있다. 그친구는 멋 부리기도 좋아하고 살림도 즐긴다. 바쁜 직장생활 중에도 반듯하게 식사를 하고 다니고 요리에 관심도 많다. 집 수리를 깨끗이 하고서는 집 더럽힐까봐 튀김 요리를 안 해 먹기도 한다. 그런데 그친구는 생일이나, 연말이나 서로 기념하는 날이면 자기가 자기에게 선물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연말에는 '광주요 반상기'를 자기에게 선물했다고 한다. 있는 반상기도 안 쓰겠다고들 하는데, 친구는 자기를 위해 반상기도 사고, 요리도 하고, 정갈하게 반찬까지 뚜껑을 덮어 자기를 위해 밥상도 차린다. 자중자애(自重自愛) 내가 좋아 하는 말이 친구의 얘기와 오버랩 된다.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은 절망하지 않는다. 비관적 상황에도 자기를 헌신짝처럼 내동댕이..

노트북/2004년 2008.08.25

10%의 여유, 여백

12월은 돌아 보고, 또 내다 봐야 하는 참 바쁜 계절이다. 시간은 우리 눈섭이 휘날리게시리 빠른 속도로 질주 한다. 한 해를 지나며 그렇게 기뻤던 순간도 있었고, 참으로 고통스런 순간도 지나쳤다. 나는 그 매 순간에 마음 속 깊이 10%의 여유를 가지려 애를 썼다. 너무 기쁘고, 가슴 벅찬, 정말 행복한 순간이면 90%정도만 행복하려 애 쓴다. 순간의 기쁨이 사라질까봐 불안 해서 대비하는 마음인지, 조금 자제 하고 최소한의 겸손을 유지하려는 자연발생적 심리 현상 같은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반면에 고통이 극심할때 나는 더욱 더 10%의 여백에 매달린다. 공을 내려 치면 그 공은 땅에 닿는 순간 튀어 오르지 않는가? 그래서 나는 절망의 순간, 절대 고독의 순간에 10%쯤 희망의 가능성에 매달렸고 최악은 ..

노트북/2004년 2008.08.25

여행을 다녀 와서

1년여 전에 예정 되었던 보로부두르 사원 여행을 다녀 와 감기를 동반한 여독으로 상당히 고생을 하고 나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 오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여행은 아무리 준비를 해도 늘 흡족하지 못하고 내 의지로만 되어지지 않는다. package 여행은 경제적이나 다수의 의지에 따라야 하니 어느 정도 불편이 따른다. 그러나 사치스런 불만이다. 비행기로 날아 적도 근방까지 다녀 오고, 더구나 가족을 불편하게 하면서 눈 호사를 하지 않았나. 발리 해변의 느긋하고 아름다운 장면이 오래 머리에 남는다. 서양인들의 우리와 다른 여행, 휴가의 모습도 부러웠다. 차분히 식사를 하거나, 책을 보며 쉬고 있거나, 낮잠을 청하거나 하는 모습 등 전혀 바쁘지가 않다. 나는 아직도 짧은 여정 중에도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

노트북/2004년 2008.08.25

인생의 또 한 페이지를 여는 손녀를 보고.

어느 날 저녁 규영이의 전화. "할머니, 오늘 유치원에 갔는데 나 혼자 선생님이랑 있었어요. 그런데 후레쉬가 터져서 너무 눈이 부셨어요. 내가 잘 하고 있으니까 엄마는 세영이랑 살그머니 나가고, 또 예쁜 낙엽잎을 주워서 세영이를 줬는데 세영이가 짝짝 찢어서 울었어요...." 장황한 설명으로 혼자 선생님과 잘 하고 있었다는 말에 흥분하고 있었더니 유치원에 EBS에서 촬영을 왔었다는 것이다. 지나 가다 얼굴이라도 나올지 모른다고 해서 그러려니 했더니 그렇게 야무지게 인터뷰까지 한 줄이야... 규영 말대로 눈이 부시게 후래쉬를 터트리며 인생의 새 장을 편 것이다. 규영 애비 처음 유치원 보낼때의 그 벅찼던 심정, 처음 도시락을 싸 보내던 날의 기쁨과 걱정. 공연히 눈물이 앞을 가려 시야가 뿌연채로 손잡고 걷던..

노트북/2004년 2008.08.24

가을, 비, 낙엽, 그 아름다운 이별.

아름다운 계절이 지금 가고 있다. 가을비 소리 없이 내리는 정경에서 시 한편 받아 든듯 고즈녁하다. 나무잎의 윤회를 떠 올려 본다. 이른 봄에는 연녹의 싹을 튀우며 천지에 잠을 깨우고 우리 가슴을 터질듯 벅차게 하더니, 용광로처럼 뜨거운 여름날, 더위를 온몸으로 받으며 그늘을 주고, 나무에 강렬한 에너지를 실어 주더니, 어느새 대기에 찬 기운이 서리면, 나무의 시계는 벌써 겨울의 기별을 알고 준비를 한다. 잘 키우고 보든고 있던 잎사귀를 버거워하며 몸을 가벼이 한다. 생에서 소임을 댜했으니, 화려하고 찬란한 옷으로 바꿔 입으며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한다. 가을비에 실어 조용한 이별의 의식을 가진다. 참으로 치열했던 여름에의 추억을 안은채. 처연히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우리는 스스로 안으로 깊어진다. 우리의..

노트북/2004년 2008.08.24

가나 쵸콜렛에의 추억

세영이는 생김새나 모습에서 사랑이 뚝뚝 묻어 있는 아이다. 얼굴 가득 사랑을 머금고 있다가는 미소와 함께 사방에 뿌리는 것같은 아이다. 지난 일요일. 아빠는 예식장 가고, 엄마는 언니랑 연극 구경 가고. 할머니. 할아버지랑 세 식구만 집에 남게 되었다. 불과 3시간 남짓이지만 우리로서는 대단한 일이었다. 우리는 세영이의 환심(?)을 사려고 빵집에 가서 가장 맛있게 생긴 빵 3종을 샀다. 가장 맛있다는 것의 개념은 치즈나 햄 마요네즈 등 평소 언니때문에 잘 못 먹는 재료가 든 것들을 말한다. '빠리바게뜨' 노천 의자에 달랑 앉아 빵을 먹으니며 그렇게 행복한 표정을 지은 다음, 건물 밖으로 새어 나온 음악에 고개까지 좌,우로 까딱이고 있으니 지나 가는 사람들이 모두들"너무 귀엽다" 며 탄성을 지르고 간다. ..

노트북/2004년 2008.08.24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

규영이가 곧 한글을 익힐 것같다. 오늘 작은 그림책을 보면서 내게 설명을 했다. '고양이'에서 '양'의 받침을 가리키며 이것을 치우면 야구의 "야'가 된단다. 또 '다람쥐'의 '람'의 받침을 가리키며 이것도 치우면 라디오의 '라'가 된단다. 그리고 '수'에서 아래쪽을 이렇게 돌리면 '소'가 된단다. 쉬운 글자는 몇개 아는데, 오늘은 아빠가 글자가 되는 원리를 일러 줬더니 당장 할머니한테 해 보여 주는 거란다. 글자 가르치는 것도 논리적으로 하는 규영 아빠... 요즈음은 웃기느라고 "고 고 고짜로 시작하는 것 먹을래 -고기-" "꺼짜로 시작하는것, 먹을래 -껌-"...하는식의 말을 한다. 오늘은 뜬금 없이 확인하는 '하'라는 말을 쓴다. 정말 고급 언어를 쓸 모양이다. 아이에 보조를 맞추려면 어른이 바쁘게..

노트북/2004년 2008.08.24

손녀 생각

지난 15일은 기억하고 싶은 날이다. 손녀가 다 자란듯, 엄마 떨어져 처음 우리집에서 잔 날이기 때문이다. 병원 놀이를 좋아하는 손녀를 위해 할아버지께서 진짜 주사기를 사다 주신게 계기이다. 주사 바늘로 푹신한 봉재인형의 엉덩이를 찌르고, 반창고를 바르고, 작은 책을 뒤적이며 처방전을 쓰고... 정말 끈질기게 반복하며 종일을 노는 것이다. 너무 열중하더니 급기야 자고 가겠다는 것이 아닌가 ? 치료 받느라 반창고가 덕지덕지 붙은 인형이랑 반창고, 가위, 붕대, 핀셋, 처방전 용지까지 든 왕진 가방을 머리 위에 늘어 놓고 잠이 든 것이다. "이 약을 한동안 먹이세요. 열이 떨어질꺼예요. 오늘은 핑크색 약만 드리겠어요. 그리고 토토로 들어 오세요. 이것 저것 말해 줄게 있어요....." 꿈 속에서도 소꼽 놀이..

노트북/2004년 2008.08.24

'나 자신을 유혹하다'의 의미

'김 점선'이라는 화가가 오늘 신문에 칼럼을 썼다. 그분의 글의 요체만 볼뿐 그분의 그림에 대해 나는 잘 모른다. 컴퓨터로 그린 그림을 본 적이 있는데 개성적인 현란한 색감이 보기 좋았다는 정도 밖에... 그림을 사랑하고, 그리기를 좋아하는 그분도 때로 산책도 하고 싶고, 작업실에 들어 가기 싫은 날이 있어, 자기를 유혹하기로 맘 먹었단다. 전날 밤 자기가 싫어 하는 색깔을 캔바스에 잔뜩 발라 놓으면, 다음날 아침, 그색깔이 싫어 색칠을 하다 보면 작업이 진행 된다고... 어느 분야에서 자기의 위치를 가진 사람은 남 다른 데가 있는 법. 대가는 아니더라도 나도 한가지 일에 몰입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지나고 보면 허실을 알게 되는 데 너무 하고 싶은게 많은게 문제인 것이다. 이거 저것 기웃거리며 이룬..

노트북/2004년 2008.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