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앨범/2010앨범 6

내장사, 단풍 붉은 빛에 취하다.

가을이면 이런 엽서를 보내고 또 반가이 받아 보는 여유로운 날을 꿈 꿔 본다. 그래서 나는 나를 아는 모든 이에게 마음으로 이 엽서를 보낸다. 꽃보다 아름다운 잎이 있었다. 내장사는 가 봤으되 단풍 마주하기는 처음이니 그 아름다운 채색에 경탄한다. 붉은 빛에 취한 채 휘적 휘적 걸어 보아도 좋고 머릿 속에 붉은 빛을 다북 다북 채워 보며 길 가에 앉아 보아도 좋으련만... 왜 한민족은 시도 때도 없이 놀이에 한풀이를 하는지 모르겠다. 귀청을 찢는 유행가 소리에 질려 쫒기듯 절로 향했으니... 그들이 최고의 빛을 발하던 지난 주는 어떠했을까? 생기가 살짝 가시고 있는 지금, 11월 10일이 이럴진대. 부처님 도량에 드리운 줄기는 어진 노란 빛이다. 부처님 전을 화려하게 장엄하니 홀로 성불할 것이다. 중생을..

단풍산을 거느린 안국사.

적상산 안국사 오르는 길. 적상이란 붉은 치마라는 뜻으로 유난히 단풍 나무가 많아 가을이면 빨간 치마를 두른 듯하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처럼 고운 산이다. (무주군 적상면 안국사) 나뭇잎은 각자 저마다의 빛깔로 단풍이 든다. 그 아름답고 절묘한 어울림에 탄복한다. 가을비에 젖은 단풍 길을 걸어 오르며 나는 또 하나 나의 소중한 가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해 본다. 영산 회상 괘불탱(보물 제 1267호) 제작 연도(1728. 영조 4년) 가로 7m 50cm, 세로 1m 7.5cm. 여래 입상을 포함한 '7존도' 영산회괘불탱(靈山會掛佛幀)은 숙종 때 화승 신민(信敏)이 그렸다는 하는데 이 거대한 괘불탱화는 평소에는 불단 뒤에 모셔 두었다가 사월초파일이나 혹은 천재지변이 있을 때 법당 앞에 세워진 현괘지주(懸掛支..

눈이 있는 겨울은 행복 속이다.

3월에 내린 눈을 차마 창 밖 풍경으로 둘 수만 없는 것. 아직 아무도 오르지 않은 뒷산을 올라 보는 호사, 눈 내리는 날 오솔길을 사박 사박 걸어 본, 생애를 통해 첫 경험이니. 꿈을 꾸다 내려 온 것만 같다. 이렇게 포근하게 이불 덮은 눈을 이렇게 가까이 본 기억이 있었던가! 가지는 팔이 저리게 무거우려나? 나는 아까운 시선을 눈 위에 덮고 또 덮고 있었네. 발 아래 오롯이 두른 꽃밭이 멋지다. 긴 겨울의 지리함을 눈은 꽃이 되어 우리를 달랜다. 늘 누군가를 편안히 기다리던 벤치는 함박눈으로 방석을 준비하고, 그림에 정취를 얹어 준다. 아득히 먼 길을 온 눈은 우리네 길 모퉁이도 멀리 낯 설어 보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