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앨범/2015앨범 3

가을 보내기

미처 마중도 하기 전에 이 가을이 저만치 가고 있었다. 가을은 천지를 노을빛으로 물들이며 깊어져만 가고, 우리의 아쉬움은 습관처럼 가슴을 파고 든다. 나뭇잎들은 어떻게 아디지도 아름다운 소멸의 방식을 알아 냈을까? 가을색은 무성했던 여름의 추억만큼이나 다채롭고 오묘하다. 지는 잎새가 너무 아까워 집어 들어 코에다 대어 보곤 한다. 가을 내음이 담담히 스며 있다. 나뭇잎이 머금었던 시간은 함부로 나뒹굴며 영원 속으로 사라진다. 우리의 시간들이 함께 구르는 것을 보는 일은 슬프다. 감정 지수가 마이너스를 향해 급강하 한다. 어쩌나? 더 깊은 가을에 풍덩 빠지다 보면 플러스로 반전되지 않을까? 가을 마중, 또 배웅이 필요해진다. 미룬다는 것은 늦어지기 마련인 법, 더 미룰 것 없이 우리는 가을을 배웅하고자 의..

4월에 - 보림사

목련의 생애는 짧다. 그리고 생을 마감하는 일은 처절하고 고통스럽다는 걸 보여 주려 한다. 그러나 그 짧은 생은 고고하고 찬란하다. 생애 최고의 순간에 있는 목련을 보림사 경내에서 보았다 실낱같은 비가 이리 저리 흩어지던 오후, '보림사' 도량에서 만난 자목련.... "백목련이 지고 난 뒤 자목련 피는 뜰에서 다시 자목련 지는 날을 생각하는 건 고통스러웠다...." 시인은 읊었는데, 지는 날을 왜 미리 앞당겨 걱정하는지 모를 일이다. 지는 목련잎을 보는 것은 애잔하다. 그러나 목련이 지는 모습까지 어여쁘기를 바라는 건 내 가당찮은 욕심이리! 지금 한 폭 그림이 되어 내 사진에 와 있음이 행복이므로. 올 봄 우리의 사찰 순례지는 전남 장흥 '보림사' 였다. 다섯 시간 가까이 버스를 탔..

겨울 신륵사의 고요

강물을 바라 보고 싶을 때, 씻어 내리고 싶은 그 무엇이 안에 응어리져 있을 때, 걸으며 막바람만 훠어이 훠어이 쐬고 돌아 다니려니 어쩐지 속이 달래지지 않을 때, 신륵사로 발길을 돌릴 일이다. 작고 소박한 위안이 있다. 신라 시대에 창건된 고찰이 이렇게 근거리에 있다는 게 참 고맙다. 여주 봉미산 기슭이라 하지만 강을 바라 보는 흔치 않은 절집이라 엇비슷한 산세의 풍수와 확연히 다르다. 강월헌 강월은 고려 공민왕의 왕사(王師)인 나옹선사의 당호로서 선사는 여강이 휘도는 물가에서 화장되어서, 그 화장터에 석탑과 6각형의 정자를 건립한 것이 강월헌이라 한다. 관광지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광장같은 구역을 가로 질러 일주문으로 향한다. 일주문은 번다한 것들 벗어나 절로 향하는 길을 눈짓으로 가리킨다. 템플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