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앨범/2011앨범 9

제주 기행. 4

"외돌개". 외로움이 스민 이름이다. 애잔한 모습으로 저 푸른 배경에 오두마니 떠 있는 한 점이다. 그 애잔함을 바위벽이 싸안아 주는 정경이 다정하다. 서로 벗이고 바람벽이고 있다. 바다 가운데 홀로 우뚝 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느낌 그대로다. 제주의 말은 옛스러우면서 재치 있고 감칠맛이 난다. 읊조려 보면 소박함이 묻어 난다. 20m 높이라는데 목을 길게 뽑아서인지 키가 커 보인다. 머리 위에 소나무 몇그루를 머리카락처럼 짧게 키우고 있는 것이 보인다. 한 생명이 깜찍하게 살고 있다. 척박함에서 자라는 생명은 보기에 애달프다. 경이로운 멋이 되고 있다. 해변을 빙 두르며 난 산책길은 둘레길 7코스로 연결된다. 마음을 시리게 하는 바다를 옆구리에 끼고 걸을 수 있는 길이 얼마나 있으려나..

제주 기행. 3

절벽에 조각된 저 크고 작은 돌기둥들. 파도와 세월의 오랜 공력이 든 작품 한편이다. 파도가 휘두르는 조각도를 절벽은 온 몸을 내맡기고 받아 들였으리니... 천연 기념물 제 443호이자 유네스코 세계 지질 공원이라고 한다. '지삿개'라는 옛이름이 예쁜데... 지질학적 이름보다는 제 이름이 이 고운 자태에 어울린다 싶다. 아름다움과 슬픔은 한 나무 두 가지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가슴을 열라고, 푸르게 푸르게 모든 걸 토해 내라고... 바다는 그 넓은 가슴을 열어 보이며 손짓하고 있다. 뜨거운 기운이 목젓에 울컥 와 막히면서 슬픔은 가중 된다. 마음은 소리 없는 아우성을 토한다. 일엽편주. 한 낱 종이배 같이 떠 있던 요트들이 절벽 가까이 미끄러져 든다. 바라 보면 그것도 여유있는 그림..

제주 기행. 2

에코랜드는 한라산의 생태계를 살펴 보는 테마 파크다. 에코랜드 탐방은 메인 역이란 예쁜 건물에서 시작 되고 마치게 된다. "테마 파크라니! 아이들 놀이 공원이 아닌가?" 의구심을 안고 train ticket 을 산다. 성인 12,000원. 멋쟁이 기차에 오르니 의구심은 가뭇 없이 사라지고 멀리 여행 중인듯 근사한 기분이 된다. 에코브릿지 역이라는 간이역에 내려서 다음 역까지는 140m 길이의 수상데크를 걸어 이동한다 가랑잎 소리가 들릴듯이 건조해 있던 가슴을 삽시간에 푹 적셔 터트릴 것같은 아름다움이다. 몸을 날려 승객의 최선봉에 선다. 이 그림에 웅성거림을 얹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호수에 어른거리는 순결한 기운을 한껏 보듬어 보는 것은 덤이다. 정결한 물줄기의 근원은 어디일까? 태고이며 하늘일 것이..

제주 기행. 1

관음사는 비를 머금은 안개 속에서 아침 잠을 깨고 있었다. 여기 오게해 준 내 모든 인연에 감사를 보내며 일주문을 들어 선다. 도처에 절이 있다는 것은 진정 행복한 일이다. 그런데 저 생뚱맞은 하얀 탑은 무슨 연유로 저기 있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일주문을 들어 서니 뜻밖에도 선정에 드신 단정한 돌 부처님을 만나게 되어 일순 경건해진다. 이끼 낀 돌담과 꽃꽂이처럼 어여삐 박힌 들풀은 소박하게 부처님을 보필하고 있다. 제주도에서의 불교는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다분히 토속적이고 민간 신앙적 분위기가 강하다고 알고 있다. 이렇게 많이 조성된 부처님...모든 이의 염원은 세월과 함께 쌓여 풀이끼가 되었나보다. 많은 등산객의 안전을 빌어 줄 것같다. 돌부처와 연등 행렬을 따라 곧게 난 길을 걸으며 풍광이 다..

피아골 연곡사

가을 사찰 순례는 지리산 연곡사를 다녀 왔다. 연곡사는 박 경리의 대하 소설 '토지'에서도 잠시 배경이 되었던 유서 깊은 절이다. 백일 기도를 드리러 갔던 부인이 뜻 아닌 사생아를 갖게 된 한 많은 곳, 또 그 아이를 품어 길렀던 인연의 절로 그려졌었다. 큰 법당이 대적광전이라 본존불은 비로자나불로 모셔져 있다. 비로자나불(大日여래)은 커다란 태양의 뜻이며, 지권인의 손모양을 갖추고 계신다. 이제 이 정도는 쉽게 아는 걸 보면 서당개 풍월이 무시할 게 아닌 것같다. 따라서 협시불은 문수와 보현 보살로 모셔지는 것이다. 연곡사는 보물로 지정된 부도를 다수 간직하고 있었다. 대적광전 뒷 쪽, 산책길 입구에 알림판이 있어 따라가 보았다. '말 하지 않는 것과의 대화' 유 홍준 씨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3의..

국립 중앙 박물관 산책

관람차 몇 차례 박물관 출입을 했건만 한가로이 걸어 보기는 처음. 아름다운 정경에 놀란다. 지하주차장에서 관람실로 직행했고 또 바로 돌아 갔던 지난 어리석음에 잠시 어이가 없다. 물에 뜬 정자를 바라 보며 박물관 안으로 걷게 된다. 이제 전시실이 궁금하지 않아도 될 것같다. 시선은 포물선을 따라 가다 차분한 원을 만들며 멈춘다. 일부러 물을 따라 걸으며 아름다운 계절과 나의 시간에 감사한다. 친구가 없었다면 나는 저 물 곁에서 얼마간 더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어디에 어떻게 시선을 두어도 멋지기만 하다. 인파에 떠밀려 바쁘게 숙제를 해 치우듯 관람장으로 돌진했던 내 여유 없었던 모습에 홀로 실소한다. 머리를 들어 본다. 우주를 향한 시간의 째각거림이 들리는 것같다. 유물에 겹겹이 입혀진 시간은 지금도 흐..

경복궁 다시 보기.

올 가을은 유독 아쉬운 마음으로 가을을 보낸다. 청명한 가을 날은 꼭 햇살 아래 어딜 나가야 할 것만 같다. 마침 문화유산답사기 고궁편을 겅중겅중 읽던 중이라 갑자기 고궁 답사를 나서기로 했다. 경복궁은 근정전에 이르기까지 3문을 거쳐야 한다고 한다 광화문, 홍례문, 근정문. 그사이 우리 것에 너무 무심했던가? 이렇게 멋진 광화문을 보면서 나에게 던져 본 질문이다. 문을 통과하면 산을 배경으로 근정전이 단정한 모습을 하고 있다. 부지런히 나라를 다스리라는 의미, 근정전. 통치자에게 바치는 아름다운 당부같아 보기가 좋다. 유려한 곡선을 따라 점점이 아로 새겨진 아름다운 우리 채색에 또 감탄한다. 가까이 있어 소중함을 놓치는 우를 우리는 늘 범한다. 아! 아름다운 경회루 미끈한 다리를 물에 띄우고 있는 우아..

'고흐의 별밤과 화가들의 꿈' 전시회

에스컬레이터가 오르셰 미술관을 떠올리는 멋스런 분위기여서인지 살짝 들뜬다. 7월 11일 예술의 전당 3층. 고흐의 별밤과 드가의 그림이 병풍폭퍼럼 펼쳐져 있어 관람 전의 우리에게 예습을 조금 시켜 준다. 어쨋거나 오르셰 미술관의 소장품들을 눈 앞에 두고 볼 수 있다는 건 흥분되는 일이었다. "르누아르'의 '소년과 고양이'와 '필립 윌슨 스티어'의 '해변의 젊은 여인'도 한폭 보인다. 고흐는 물론, 모네, 고갱, 세잔, 르누아르, 밀레, 앵그루 ... 미술책에서 보아 오던 화가들의 작품을 관람한 것이다. 프랑스 국립 오르셰 미술관은 파리 근교의 오르셰 역의 역사였다고 한다. 역사를 개조해서 주로 19세기 미술 작품을 전시한다고 한다. 입구의 커다란 사진인데 이렇게 멋있을 수가... 전시 판매하는 복제품 작..

It's the time to say good bye!

떠나는 날 공항에서 여행 가방 위에 나란히 앉아서 연신 노랠 불러댄다. "안녕, 안녕, 선생님, 안녕 안녕 친구들. 내일 다시 만나 재밌게 놀자. 안녕, 안녕. 아안녕." 언제나처럼 팔을 흔들며, 손을 흔들어 가며... 마치 지금이 안녕을 말할 시간임을 알기라도 하듯이. 5개월의 한국생활을 뒤로하고 미국으로 떠나는 아이들. 흐르는 물에 두번 손을 씻을 수 없듯이 이 시간은 다시 오지 않으리.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