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22년 3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 버트런드 러셀

버트런드 럿셀(B. Russell, 1872~1970)은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지성인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저서를 남긴 철학자요 1950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로 알고 있다. 이 글은 1972년 3월 6일 전국비종교협회 런던 남부지부 후원하에 배터시(Battersea)읍 공화당에서 강연한 내용이라고 서두에 쓰여있다. 러셀은 순수 철학적 주제들에 기여한 바 크지만 도덕이나 종교에 관한 사상으로는, 기도교적 입장에서는 크게 이단자로 평가할 만하다고 한다. 설득력 있는 어법으로 자신의 견해를 거침없이 피력한 것은 어느 시대에서나 감동을 줄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자기가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를 말하기에 앞서 기독교인이란 무엇인가를 먼저 정의한다. 기독교인이란 무엇인가? 누구든 스스로를..

노트북/2022년 2022.11.07

봉숭아 꽃씨를 받으며.

어느새 깊은 가을이다. 두꺼운 그늘을 깔아주던 나뭇잎들이 갈잎 되어 함부로 떨어져 내린다. 습기 머금어 싱그러웠던 풀빛은 가뭇 없이 사라지고, 곱게 물이 든 것도 잠시, 바람결 타고 비처럼 쏟아지다가 발치를 고이 덮기도 한다. 비우며 또 다른 생을 꿈꾸는 나무를 바라보며 순응을 생각한다. 나의 옥상 꽃밭에도 가을이 내려 풀잎에서 가벼운 가랑잎 소리가 난다. 폭염과 폭우에 위태로웠던 시간을 간신히 추스리고 꽃까지 피우느라 힘이 들었나, 벌써 수척해 가는 모습이 애처롭다. 시든 꽃들을 잘라 주면서 내년에는 좀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 주리라 꽃에게 약속해 본다. 작년 이맘때 미국 다녀오느라 집을 비우는 바람에 우리 소박한 꽃밭과 가을을 보내 보는 것은 지금이 처음이다. 늦둥이 백일홍이 그런대로 화려했고, 가을..

노트북/2022년 2022.10.23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무성한 추억을 남기고 이 여름도 떠날 채비에 들었다. 가을이 성큼 창문 턱까지 다가오며 가는 걸음을 재촉한다. 가열했던 여름도 보내는 마음은 아쉬운 일. 미국 사는 딸네 가족이 방학을 우리 집에서 보내면서 아주 다채로운 여름을 보냈다. 아이들은 추억을 만들어 여기도 두고, 또 그득히 안고 자기 집으로 돌아갔고, 나의 공간은 본모습을 되찾았지만 일상은 늘어진 고무줄 형국이 돼 버렸다. 맥 놓은 시간이 점점 길어져 타성에 젖어들 것만 같은 불안감이 스멀거려 맘 크게 추슬러 닥치고 독서에 돌입하기로 한다. 일단 책상 위에 이 책 저 책 수북이 쌓아 두고 오며 가며 바라보는 것이 먼저다. 그게 은연중 무게감이 되어 압박을 가해 오니 책을 뒤적뒤적 하게 되던 경험이 있다. 이번에는 마침 아는 동생이 강추한 책 '..

노트북/2022년 2022.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