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14년 13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 사라져 버린 과거를 찾아서.

2014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파트릭 모디아노 (Patrick Modiano)의 소설. 그의 여섯번째 작품이며 대표작이라고 하는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읽었다. 자신의 기억을 송두리채 잃어버린 기억 상실자가 자취 없이 사라져 버린 자신의 과거를 찾아내가는 줄거리의 소설이다. 기억이라는 주제를 통하여 붙잡으려야 붙잡을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을 환기시키고, 나치 점령하의 파리의 생활상을 섬세하게 그렸다" 라고 노벨상의 선정 이유를 말한다. 주인공 '기 롤링'은 탐정이며, 기억의 편린들을 주워 담으며 퍼즐 맞추듯 과거를 재구성해 나간다. ......나를 알았던 그 어떤 사람, 아직도 나를 기억하는 누군가가 아직도 살아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그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와 함께 사라졌던..

노트북/2014년 2014.12.31

''정글만리'... 씁쓰레한 뒷맛

우리는 지금 중국이나 중국인에 관한 뉴스를 쉴 새 없이 듣고 있고, 다방면의 정보들이 넘치는 시대를 살고 있다.중국이 G2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했다느니, 요우커들이 몰려 와 싹쓸이로 통큰 쇼핑을 한다느니, 제주도의 땅이 점차 중국인 소유가 되어 간다는니, 중국이 저가 스카트폰을 생산해서 우리 뒤를 맹추격해 온다느니.... 이렇게 중국은 위협적인 존재로 부각되어 가고, 일찌기 중국에 진출했던 많은 기업들이 고전하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들이 간간이 들리는 가운데, 마치 취재에 충실한 르포를 읽거나, 사실화를 보고 있는 것도 같은 소설을 읽었다.'조 정래' 작가의 '정글 만리' 숲이 정글이 되면 이미 위험이 따르는 법인데 정글과 같은 인간과 사회라니.경계심을 일으키기 충분하리만치 답..

노트북/2014년 2014.12.18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

가난은 때때로 시인의 노래가 되기도 한다. '가난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다만 불편할 뿐이다'라는 말들도 듣는다. 그러나 나는 '가난이 창문을 기웃거리면 행복은 대문을 빠져 나간다'는 속담이 더 수긍이 간다. 소비가 크나 큰 미덕이고, 사치와 소비의 총량이 성공과 행복의 척도쯤으로 여겨지는 현실에서 가난은 재앙이며 고통일 수밖에 없다. 가난이 가져다 주는 더 큰 불편은 상대적인 박탈감이다. 부자들이 자신감과 우월감을 한껏 키워 나가는 동안, 가난한 자의 자존감은 소리 없이 낮아진다. 그렇게 상처 입은 자존감이 때로 삶의 커다란 동력이 된다 할지라도 슬픈 건 사실이다. 고 박 정희 대통령께서 "가난은 나의 스승이요 은인이다"고 하신 말씀 속에서 희망의 블씨를 살렸던 시절이 뭐 그렇게 먼 과거의 일이 아니다..

노트북/2014년 2014.10.29

'me before you'

Jojo Moyes 라는 영국 작가가 쓴 소설 'Me Before You' 베스트 셀러가 다 좋은 책이 아니라는 건 안다. 그렇지만 베스트셀러에 몇 주째 올라 있다면 관심이 생긴다. 나는 다만 궁금하다는 이유로 작가도 생소하고 내용도 전혀 모른 채 구해서 읽은 책이 나를 며칠째 가슴 아프게 했었다. 우리는 절대 희망이 보이지 않는 병세로 고통 받느니 안락사를 선택하는 것이 인간적인 모습이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바라본다는 것은 절대적 고통이요, 산 자의 고문이 될 것이라고, 나는 책을 읽으며 내 일처럼 생각이 많아졌다. 그리고, 사람의 능력은 키워진다는 것. 누군가가 사랑의 힘으로 북을 돋우어 준다면. 아름다워 눈물 나고, 슬프고 가슴 아파 또 눈물을 흘리며 꼼짝 않고 앉아 읽게 하..

노트북/2014년 2014.09.13

"돌아 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를 읽고.

'돌아 보면' '네' 타인에 대한 관심과 연민이 묻어 나오는 말이다. '돌아 보니 거기 네가....' 따스한 무언가가 있겠구나 여기며 책을 펼치니 근사한 사진이 군데 군데 실려 있어 눈길이 여유롭다. 사실 요즈음 나는 활자도 작고 빡빡한 책, '빌 브라이슨'의 '대단한 호주여행'에다 같은 작가의 '발칙한 영어 산책'을 보던 끝이라 가쁜하고 편한 마음으로 이 책을 들고 앉았다. '후지와라 신야'라는 일본 작가는 젊은 날 사진을 찍고 여행기를 많이 썼다고 하는데, 나는 이제야 처음 책을 접해 본다. 일본 지하철에 놓이는 무가지 에 6년 동안 연재한 글들 가운데 골라서 엮은 책이라는 설명이 있다. 누군가의 선택으로 짧은 순간 읽고 버려지는 운명의 글이라 할지라도, 때로 막막한 슬픔으로, 혹은 따스한 온기로 자..

노트북/2014년 2014.08.29

늦복, 사는 게 그림같은 복.

"나는 참 늦복 터졌다". 얼마 전 시인 김 용택 씨의 아내와 어머니가 함께 엮은 책이 출간되었다는 신문 기사를 읽었다. 그런데 지난 주 며느리가 우연히 도서관에서 책을 봤는데 너무 재밌고 감동적이어서 샀노라고 하며, “아버님도 보세요” 하며 두고 갔다. 물론 아버님은 대충 보시고 웃기만 하셨고. 일단 책이 아주 예쁘고, 시집을 펼쳐 보듯 아무 페이지를 펼쳐 읽어도 거기 감동이 묻어 있다. 시인의 아내도 시인이고, 어머니도 시인이고, 마을 이름도 시어 같고. 전라도 사투리가 그렇게 고운 말이라는 걸 예전에 미처 몰랐었다. 어머니의 바느질에도 감칠 맛 나는 시가 묻어 있어, 그렇게 소박하고 아름다울 수가 없다. “ 날이 어두워지면 갈 길이 서둘러진다. 잿빛 하늘에 살이 조금 오른 초승달과, 지상에서 손을 ..

노트북/2014년 2014.07.01

"삶의 물결을 일으켜라" - 하워드'씨로 부터

'하워드의 선물' 을 읽었다. 자기 계발서가 유행처럼 읽히고, 멘토와 멘티의 환상적 조합이 성공적 삶의 지름길로 여겨지는 시절이 지금인 것 같다. 하버드 경영 대학원의 ‘하워드’ 교수는 미국 사회의 경영인들에게 최고의 멘토라고 한다. ‘에릭 시노웨이’라는 제자가 스승 하워드 교수와의 대화를 통해 얻은 지혜를 하워드씨의 선물로 세상에 내놓은 책이다. 선물은 영감과 자율권을 부여하며 자신만이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위해 행동 하도록 우리를 일깨운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교수님의 인생들에 보내는 고견, 선물을 받기 위해 조금 지루하게 페이지를 넘기며 또 다소간 잡담처럼 들리는 깨알같은 말들을 들어야 했다는 것이 약간 거슬렸으나 그것은 나의 조급함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얼마 전에 설핏 읽고, 개인적으로 ..

노트북/2014년 2014.06.27

"인생 수업"

“또 다른 하루를 선물 받은 당신, 그 하루를 열정적으로 살았나요?” “삶의 끝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글로 남기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아직 삶에 도전하고 그 결과를 즐길 시간이 남아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을 선물한다.” 정신의학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30년 이상 삶과 죽음의 연구에 전념한 20세기 최고의 의학자로서 호스피스 운동을 시작한 의사라고 한다. 그녀와 제자 ‘데이비드 케슬러’는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 선생님이 되어 달라고 부탁하여, 죽음직전의 사람 수백 명을 인터뷰 하였으며, 그들에게서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과 인생에서 꼭 배워야 할 것을 들었으며 이것을 엮어 모두에게 선물한 것이다. "아직 죽지 않은 사람으로 살지 말라. 죽음의 가장 큰 교훈은 삶이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누구나..

노트북/2014년 2014.06.25

"Eat, Pray, Love" 절묘한 균형감.

책을 읽으면 나는 늘 긍정주의자가 되면서 저자에게 매료되는 일이 많다. 글을 쓰는 사람의 지력(知力) 에 존경의 념(念)을 가지게 되고, 그 상황에 나 자신 한 동안 젖어 있기도 한다. 적어도 며칠 간은. 이번에 읽은 책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Eat, Pray, Love) 를 읽고 나서도 내 긍정주의 성향은 어김이 없어 작가’엘리자베스 길버트’(Elizabeth Gilbert) 의 애독자가 될 것만 같다. 아마존 톱 베스트셀러였다고 해서 작가의 프로필을 살펴 봤더니 큰 키에 금발의 미모여서 한 번 놀라고, TED에서 강연하는 걸 보고 위트 넘치는 그녀의 달변에 감탄 했으니, 더 큰 기대를 가지게 된다. 이 책은 작가가 1년에 걸쳐 이태리, 인도, 발리를 여행한 지극히 개인적 여행기라 할 수 있는데,..

노트북/2014년 2014.06.07

'신기한 여행' - 사랑의 감정을 알아가는 여정.

미국에서 우수한 아동 문학에 수여하는 보스톤 글로브 혼 도서상(Boston Globe Horn Book Award) 을 수상한 동화이면서,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 되었던 연속극 ‘별에서 온 그대’에서 언급이 되어 많은 관심을 모았다기에 찾아 읽은 동화책이다. 케이트 디카밀로 (kate Dicamilo) 글. 배그램 이바툴린 (Bagram Ibatouline) 의 그림. 나는 책을 펼치기 전까지 이 책의 저자에 대해 들은 바가 없었으며, 내용에 대해 아무런 예비 지식이 없었다. 그저 흥미로 찾아 읽어 보기로 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페이지를 펼치면서 이미 이 책에 얼마나 예쁜 글들이 실려 있을 것인지를 짐작하고 있었다. ‘애드워드 툴레인’은 도자기로 만들어진 키가 큰 토끼 인형이고, 애벌린 툴레인이라는 열살..

노트북/2014년 2014.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