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詩) 모음 43

'Today' - Thomas Carlyle

Today Thomas Carlyle So here hath been dawning Another blue day: Think, wilt thou let it Slip useless away?Out of Eternity This new day is born: In to Eternity At night will return.Behold it aforetime No eye ever did: So soon it forever From all eyes is hid.Here hath been dawning Another blue day: Think, wilt thou let it Slip useless away? 자 여기 동터 온다 또 하나의 푸르른 날이 생각하라, 그대는 하릴 없이 흘려 보낼 것인지. 영원으로부..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나는 하나의 공간이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쪼그만 이파리 위에 우주의 숨결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나는 왜 내가 혼자인가를 알았다. 푸른 나무와 무성한 저 숲이 실은 하나의 이파리라는 것을... 제각기 돋았다 홀로져야 하는 나뭇잎 한 잎 한 잎이 동떨어져 살고있는 고독의 자리임을 나는 알았다 그리고 그 잎과 잎 사이를 영원한 세월과 무한한 공간이 가로막고 있음을...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나는 왜 살고 싶은가를 알고 싶었다. 왜 이처럼 살고 싶은가를 왜 사랑해야 하며 왜 싸워야 하는가를 나는 알 수 있을것 같았다. 그것은 생존의 의미를 향해 흔드는 푸른색 행커치프.. 태양과 구름과 소낙비와 바람이..

.나는 사람들의 말이

나는 사람들의 말이 나는 사람들의 말이 무섭다. 이것은 개라 하고 저것은 집이란다. 여기가 시작이고 저기가 끝이란다..... 그들의 말은 너무도 분명하다. 사람의 감각은 무섭고, 조소어린 장난도 두렵다. 시람은 있을 일이며 있었던 일을 모조리 안다. 어느 산에 대한 경탄마저 이제는 없고, 정원과 정원이 신과의 접경이 되고 있다. 나 언제나 경고하며 지키나니, 멀리 떨어져 살지어다. 내 즐겨 듣는 사물의 노랫소리. 허나 너희들이 손을 대면 사물은 굳어 입을 다문다. 내 주변의 온갖 사물을 죽이는 사람들이여. -라이너 마리아 릴케-(1875~1926) - 사람들은 사물의 이름을 알뿐이면서 그 사물을 안다고 여긴다. 그뿐인가.사람들은 치장된 한 사람의 이름만 가지고 그의 전부라 여기고 판단한다. 이 시는 인간..

작은 연가

작은 연가 사랑이여, 보아라 꽃초롱 하나가 불을 밝힌다. 꽃초롱 하나로 천리 밖까지 너와 나의 사랑을 모두 밝히고 해질녘에 저무는 강가에 와 닿는다. 저녁 어스름 내리는 서쪽으로 유수와 같이 흘러가는 별이 보인다. 우리도 별을 하나 얻어서 꽃초롱 불 밝히듯 눈을 밝힐까. 눈 밝히고 가다가다 밤이 와 우리가 마지막 어둠이 되면 바람도 풀도 땅에 눕고 사랑아, 그러면 저 초롱을 누가 끄리. 저녁 어스름 내리는 서쪽으로 우리가 하나의 어둠이 되어 또는 물 위에 뜬 별이 되어 꽃초롱 앞세우고 가야 한다면 꽃초롱 하나로 천리 밖까지 눈 밝히고 눈 밝히고 가야 한다면.

즐거운 편지

즐거운 편지 황 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 없이 괴로움 속을 헤메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 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문병 가서

문병 가서 유안진 밤비에 씻긴 눈에 새벽별로 뜨지 말고 천둥 번개 울고 간 기슭에 산나리 꽃대궁으로 피지도 말고 꽃도 별도 아닌 이대로가 좋아요. 이 모양 초라한 대로 우리 이 세상에서 자주 만나요 앓는 것도 자랑거리 삼아 나이만큼씩 늙어가자요 시 한편은 이처럼 우리의 피곤한 발을 씻겨 준다.살면서 지금 이대로의 형편에 만족하기는 쉽지 않다.우리는 꽃이, 별이 되고 싶어 한다.그러나 엄연히 낙화의 시절이 있고, 별똥별이 지는 곳도 있다.눈가에 늘어 나는 주름과, 긴 끈같은 당신의 수다와. 수척한 얼굴도 나는 좋다.거울을 마주하듯 마음의 병실마저도 나에게 보여 다오. 밤은 언덕같은 것.언덕을 넘어 이 새 아침에 우리 다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