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06년 4

아이를 가진 딸을 바라보며

산천은 눈이 부시게 푸르름이 번져 가고 찬란한 봄을 열더니, 그 화려함은 강욜한 여름을 향해 내달린다. 봄이 눈 틔우며 기지개하는 그속에서 우리는 생명의 엄숙함을 본다. 생명을 움직이는 역동적 힘으로 하여 나는 차츰 봄이 좋아진다. 이렇게 생명력으로 충만한 계절에 딸아이가 아기를 가져 우리 가족은 이봄을 오롯한 흥분 속에 보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나는 공연히 일손을 놓는 일이 있어지며 마음이 상당히 편치 않아졌다. 가뜩이나 심적으로 불안한데 입덧을 하게되니 못 먹을테고 말할 수 없이 서러워지기까지 할텐데... 진정 엄마가 필요한 시기에 엄마 노릇을 못하는 여건이 못내 야속하기도 하다. 남편이 걱정하고 끔찍히 돌보고 있어 걱정도 사치겠지만 나는 푸석한 딸의 얼굴만 보면 마음 한 귀퉁이가 저려 온다. 남편이..

노트북/2006년 2008.08.25

길었던 한 달

딸이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떠난 것이 오늘로 꼭 한달이 되었다. 나는 마치 몇년을 지난듯 먼 기억으로 떠 오른다. 긴장하지도 않았는데 긴장이 풀린 탓인지 이 한달을 계속 두통과 소화불량으로 시달리고 았었으니... 쥐 풀방구리 드나들듯 병원문을 드나들며 이봄을 다 보낸 셈이다. 둘이서 의견 맞춰 그런대로 잘 꾸려 나간다고 하는데 나는 왜 궁금하고 안쓰러운 맘인가? 그많은 짐을 끌고 가던 둘의 모습만 떠올리면 짠한 마음을 어쩔 수가 없다. 가구가 없으니 정리도 못하고 이삿짐 속에 파묻혀 있다는 것에, 날씨가 춥다는 소식에다, 전등이 어둡다는 말에다, 인터넷 연결은 연기 되고, 얼굴은 건조증이 생겼다는 근황까지 나를 상당히 근심스럽고 분노하게도 했다. 그러나 이국 생활에 적응하려면 그정도의 대가는 지불해야 할..

노트북/2006년 2008.08.25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읽고

나는 류시화씨의 글을 좋아 한다. 물론 몇권 정도 밖에 안 읽었지만. 읽어야 할 책 목록으로 마음에 있는데 며느리가 사다 주니 더 반가운 마음이었다. 작가의 인도 여행기라고 보면 된다. 소리 내어 웃어 보다가, 어이 없어 한숨을 쉬어 보다, 또 곧장 심오한 심경이 되어지다가..., 내가 본 인도의 풍경에다 작가의 반짝이는 표현을 덧입히니 너무 공감되는 장면들이다. 작가는 특이한 정신의 소유자로 영혼의 자유를 위해 고행도 마다 하지 않는데도 인도는 그를 사정 없이 혼란하게 하였던 것이다. 빤한 거짓말을 하고도, 구걸을 하고도, 남의 물건을 가져도 당당하고 오히려 화 내는 사람을 타이르는 그들은 우리 상식으로는 사기꾼인데 논리가 정연한 것이 현실에 초연한 성자로 여겨지는 참 알 수 없는 인생의 모습인 것이다..

노트북/2006년 2008.08.25

'파올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읽고.

베스트셀러 순위에 항상 있어 마침내 책을 사 보았다. 작가는 양치기 소년을 통하여 우리에게 신념이 갖는 멋진 가능성의 멧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양치기 소년은 평온한 일상의 어느날,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을 가지고, 그꿈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예감만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보물 찾기에 나선다. 이른바 '자아의 신화'를 이루기 위해 불투명한 미래를 향해 몸을 던지는 것이다. 매시간 매 순간을 보물 찾는 꿈의 일부로 여기고 순간에 열중하며 현재를 성실히 살아 가며 긴 여정 동안 꿈을 잃지 않으며... '자아의 신화'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 내는 것이 이세상 모두에게 주어진 의무이고, 자기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의 정기는 각자의 소망이 실현 되도록 도와 준다는 것. 주인공은 보물을 찾아 사막을 건느고, 많..

노트북/2006년 2008.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