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11년 4

시작이 있고 끝이 있으니...다시 새해.

해가 바뀌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또 한 해가 주어졌다. 새해 일출을 보려고 바다로, 산으로, 동쪽으로 동쪽으로 줄을 이어 가는 것도 이제 흔히 보는 새해 아침의 풍경이다. 쌓인 눈길을 헤치며 길을 나서는 자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고 여유롭다 어제 뜬 태양이 오늘 또 떠오르건만 우리는 어제와 분별하고 벅찬 의미를 부여한다. 그러나 시작이 있고 끝이 있는 한해 한해가 있기에 지난 시간을 잠시 도리켜 점검해 보고 좀 더 나은 삶을 꿈 꾸어 보는 것이 아니겠는가. 꿈. 내게 꿈이 있었던가? 꿈을 꾼다는 건 내게 더 없는 사치가 아니던가? 그래서 나는 시간 뒤에 숨어서 졸렬하고도 무의미하게 떠내려 가고 있었던 것같다. 그러나 새 달력을 내다 걸면서 나름의 각오도 해보고 작은 소망을 마음에 담아 보며 하루를 보..

노트북/2011년 2012.12.03

'혼불'을 다 읽은 후

‘삼복 더위는 장편 소설과 함께’ 더위에는 책 읽는 것만한 게 없어, 읽겠다고 벼르고 벼르던 장편 소설 ‘혼불’을 도서관에서 빌렸다. 쉬엄쉬엄 읽으려고 게으른 자세로 엎드려 첫장을 훑어 보던 나는 거짓말처럼 벌떡 일어나 앉아 공손한 자세로 꼼꼼히 읽기 시작했다. 너무나 공이 들어 간 아름다운 글귀를 마주하니 저절로 예를 갖추게 된 것이었던가 한다. 그래서 총 10권을 일주일 만에 소나기 퍼붓듯이 다 읽었는데… 마지막 10권에 접어들며 느끼던 불안은 차가운 사실이 되었으니 실로 애통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울적한 심사가 오래 갔다. 작가 최명희는 작픔을 끝맺지 못하고 생애를 마친 것이다. 원고지 앞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장엄하게 전사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아주 무리한 상상은 아닐 것이었다. 종가의 영광을 ..

노트북/2011년 2011.08.31

밤은 다시 내게 찾아 와.

유난히 길었던 장맛비가 아직도 미련을 떨구지 못한 걸까? 아니면 우리 나라도 아열대 기후로 돌아 서는 것일까? 한 줄기 맞으면 아플 것같은 세찬 비는 쏴~ 쏴 댓숲에 부는 바람 소리를 내며 쏟아지고 있다.지난 달 (6.24) 딸이랑 외손주들을 보내고, 내게 이렇게 다시 밤이 찾아 와 빗소리에 귀를 열어 두고 앉아 있게 한다. 아이들 장단에 함께 노닐다가 봄은 지는 줄 모르던 새 지고마는 꽃잎처럼 사라져 버렸다.내 눈길 한번 받지 못한 채. 이 비가 그치면 여름은 그 뜨거운 속내를 드러내고 대지에 김을 마구 올리며 한껏 쪄 오를 것이다. 어디 더웁지 않은 여름이 있을까마는, 외신 보도에 미 중서부와 유럽의 혹서에 생명을 잃은 사람까지 속출했다고 하니, 집으로 돌아 간 딸에게는 막중한 일상이 기다리고 있었을..

노트북/2011년 2011.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