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04년

자기에게 바치는 선물

수행화 2008. 8. 25. 13:47
내가 아끼는 친구 중에 혼자 깔끔하게 사는 친구가 있다.
그친구는 멋 부리기도 좋아하고 살림도 즐긴다.
바쁜 직장생활 중에도 반듯하게 식사를 하고 다니고 요리에 관심도 많다.
집 수리를 깨끗이 하고서는 집 더럽힐까봐 튀김 요리를 안 해 먹기도 한다.

그런데 그친구는 생일이나, 연말이나 서로 기념하는 날이면 자기가 자기에게 선물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연말에는 '광주요 반상기'를 자기에게 선물했다고 한다.
있는 반상기도 안 쓰겠다고들 하는데, 친구는 자기를 위해 반상기도 사고, 요리도 하고, 정갈하게 반찬까지 뚜껑을 덮어 자기를 위해 밥상도 차린다.

자중자애(自重自愛)
내가 좋아 하는 말이 친구의 얘기와 오버랩 된다.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은 절망하지 않는다.
비관적 상황에도 자기를 헌신짝처럼 내동댕이 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려움 속에서도 자기를 달래고 자기를 일으키려 애쓰게 된다.

고통과 괴로움의 순간에도, 측은한 마음으로, 안쓰런 마음으로 자기를 바라 보고, 다시금 사랑하는 마음을 충전하면 얼마간 견디기가 쉬워짐을 알게 된다.
어떤 경우에도 자기를 버리지 않고 소중하게 생각하면 그것은 어느듯 삶을 지탱하는 에너지가 되어 고요히 자기 속에 머물게 된다.

나도 잊혀졌던 덕목을 찾아 내어, 자기에게 충실하고, 자기에게 애정을 보내며 생활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불교 경전에 도반(친구)이 공부시켜 준다는 말이 있다.
도반이, 이웃이 다 나의 스승인 것이다.    

2004-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