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05년

출발선에 서 있는 딸

수행화 2008. 8. 25. 14:14
단풍이 곱다고, 설악산에 첫눈이 내렸다고,
서정주씨 생가 마을에는 국화축제가 열린다고...
가을 길손이고 싶게 하는 뉴스가 파다하지만
나는 그다지 마음이 동하지 않는 가을을 지내고 있다.

딸이 드디어 짝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서로의 시간과 자유를 조금씩 양보하며 도란도란 정을 쌓아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나는 즐겁다.
지금은 긴 마라톤 코스의 출발선에 서 있는 이아이들은 설레임과 애틋함의 빛나는 날을 살고 있다.

천생연분이란 천번의 생을 거듭하며 윤회한 후에 만난 귀한 인연을 일컫는 말이다.
인연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인연에 충실하라는 불경의 가르침이다.
그렇게 지워진 인연을 우리는 공들여 가꾸어야함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 들꽃 한송이도 꽃을 피우려면 햇빛도 바람도 비도 도우지 않는가!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고 따라서 우리에게는 소속감이 중요한 것이다.
태어나서 부모와 가정에의 소속감, 학교에의 소속감, 직장에의 소속감...
그리고 성인이 되어 가정을 꾸며 거기 소속이 되면서 진정 정신적 안정에의 길에 들어서는 것이다.
그러기에 나는 결혼지상주의자처럼 늘 말한다.
짝을 만나 서로에 소속 되고, 나아가 가문에 소속이 되어야 한다고.
결혼 후의 삶은 많은 희생을 요구하고 슬픈 기억도 있지만 많은 기쁜 순간을 가지게 된다고...

소속 없는 삶이 주는 절대적 고독과 불안정을 우리는 미처 모르고 지내는 듯하다.

딸이 결혼을 앞두니 노파심이 발동하나, 나는 나의 인생관이 딸에게 전이 되었으리라 믿고 담대한 마음으로 지켜 보려 한다.

딸은 지혜로운 여인이 되어 가정을 예쁘게 가꿀 것이다.

2005-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