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05년

'Out of mind, Out of sight'

수행화 2008. 8. 25. 14:18
딸은 임시 거처를 마련하여 오붓하게 들어가 있다.
집을 결정 하더니 저희들 집으로 가겠다며 늦은 밤에 주섬주섬 챙겨서 아주 컴퓨터까지 가져 가며 소위 이사 같은 걸 했다.

깔끔한 보금자리에 참하게 꾸며 살게 하고픈 나의 작은 소망은 잠시 접어 두기로 했으나 쓸쓸하기만 한데, 그래도 저희들은 좋은 모양이었다.
그래도 나는 광에서 잠만 자던 딸의 그릇이며 집기들이 아주 조금이나마  빛을 보게 되고,
신혼 살림 연습도 해 보고, 또 자주 통화하고 보게 되어 작은 다행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빈 딸 방으로 깨우러 가기, 불 꺼 주러 가기, 뭐 물으러 가기...등을 하려고 들어 잠깐씩 난감하기도 했었지.

그런데 일요일인데도 딸이 없어 시집 보낸 것이 여실히 실감 되었다.
물론 어김 없이 아들 가족이 와서 아이들의 밝은 기운이 온 집을 가득 채우고 있었는데 말이다.
언제나 무슨 일에서나 시댁이 우선 순위이고 친정은 차순이라고 늘 가르쳐 놓고서는 은근히 기다려지다니...

오지 말라하고는 기다리고, 걱정 말라하고는 관심 주길 바라는 나는 영락 없는 할머니의 모습이 되어 가는가...
그러나 이제 나는 구분이 달라진 친정 엄마이고,
딸이 시댁을 자기 집으로 마음 굳힐 때까지  조금 뒷전에서 바라 볼 일이다.

지나고 보면 모든 게 아쉬운 법이라 하나,
같이 지낼 때 더 많이 사랑해 주었더라면 하는 회한  비슷한 감정들이 슬며시 피어 오른다.
나는 딸에게 크나큰 물질적 충족은 못 주었다고 해도, 근거리에서 벗과같은 애정을 주려고 늘 노력 했었는데도.

심약하고 세상살이에 조금 서툴어도 진실은 언제나 빛이 나리라 본다.
나는 딸의 진실한 성품을 믿고  홀로 서기를 지켜 볼 것이다.

눈에서 멀어진다고 마음까지 멀어지랴?

2005-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