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06년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읽고

수행화 2008. 8. 25. 14:22
나는 류시화씨의 글을 좋아 한다.
물론 몇권 정도 밖에 안 읽었지만.
읽어야 할 책 목록으로 마음에 있는데 며느리가 사다 주니 더 반가운 마음이었다.
작가의 인도 여행기라고 보면 된다.

소리 내어 웃어 보다가,  어이 없어 한숨을 쉬어 보다, 또 곧장 심오한 심경이 되어지다가...,  
내가 본 인도의 풍경에다 작가의 반짝이는 표현을 덧입히니 너무 공감되는 장면들이다.

작가는 특이한 정신의 소유자로 영혼의 자유를 위해 고행도 마다 하지 않는데도 인도는 그를 사정 없이 혼란하게 하였던 것이다.

빤한 거짓말을 하고도, 구걸을 하고도, 남의 물건을 가져도 당당하고 오히려 화 내는 사람을 타이르는 그들은
우리 상식으로는 사기꾼인데 논리가 정연한 것이 현실에 초연한 성자로 여겨지는 참 알 수 없는 인생의 모습인 것이다

부탁했던 버스표를  구해 주지 않아 역정 나게 만들고는 훗날 만나서는 사과는커녕 잘 다녀 왔으면 됐지 화 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릭샤 운전사.
모든 건 수천년 전에 이미 그렇게 되기로 정해져 있는 업이니 받아들이라고 말하는 그는 사기꾼인지 철학자인지?

"자신을 구속하는 것은 바로 그대 자신이니 그대만이 자신을 자유롭게 한다"며 이말을 위해 20년을 여기서 기다렸다는 성자의 얘기하며.

친구를 만난다고 승객을 두고 사라진 히말라야 행 버스 운전사.
화도 내지 않고 기다리는 승객들.
따지는 작가에게 버스가 떠나지 않는다고 화를 내든지, 떠나지 않는다고 해도 마음을 평화롭게 갖든지.
어느 쪽을 선택하든 버스는 갈 때가 되어야 간다며 현실을 수용하는 사람들.

우리가 인도 여행 중 열차에 화재가 나는 어이 없는 사건이 있었고 어느 간이역에서 4시간 정도를 지체했던 굉장한 사건을 떠 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황당하고 대책 없어 전전긍긍하는 우리와 달리
철로면에 한가로이 앉아 묵묵히 기다리며 구경만 하고 있던 그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
우리와는 근본적으로 유전자가 다른 종족임이 분명하다.

인도인들은 사람의 얼굴을 빤히 바라 보기를 좋아 한다.
그것도 민망할 정도로 정면으로 눈을 떼지 않고 오래 오래 바라 보아 몸 둘바를 모르게 하기도 한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러니 서둘러 어딘가로 가려고 할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자유로운 영혼으로 영적 수행에 몰입했던 작가에게 충고하는 인도인.

아! 인도는 정녕 알 수 없는 회색의, 신비의 곳이런가.
빛나는 작가의 문장에 또 한번 감동했다.

2006-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