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06년

길었던 한 달

수행화 2008. 8. 25. 14:23
딸이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떠난 것이 오늘로 꼭 한달이 되었다.
나는 마치 몇년을 지난듯 먼 기억으로 떠 오른다.
긴장하지도 않았는데 긴장이 풀린 탓인지 이 한달을 계속 두통과 소화불량으로 시달리고 았었으니...
쥐 풀방구리 드나들듯 병원문을 드나들며 이봄을 다 보낸 셈이다.

둘이서 의견 맞춰 그런대로 잘 꾸려 나간다고 하는데 나는 왜 궁금하고 안쓰러운 맘인가?
그많은 짐을 끌고 가던 둘의 모습만 떠올리면 짠한 마음을 어쩔 수가 없다.
가구가 없으니 정리도 못하고  이삿짐 속에 파묻혀 있다는 것에, 날씨가 춥다는 소식에다, 전등이 어둡다는 말에다, 인터넷 연결은 연기 되고, 얼굴은 건조증이 생겼다는 근황까지 나를 상당히 근심스럽고 분노하게도 했다.

그러나 이국 생활에 적응하려면 그정도의 대가는 지불해야 할 것이며, 또 로마에 가서 로마법을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도 해 본다.
요모조모 따지면서 짭짤하게 쇼핑도 하고, 살림의 틀을잡아 가며 둘은 지금 막 행복 속에 있으니 나는 그저 고맙기만하다.

인터넷으로 딸네의 동네와 사위의 연구실도 내려다 보는 세상에 우리는 산다.
아파트 단지가 넓어 보이고 녹지도 많은 것같더니 역시나 이침에는 10가지 정도의 새소리와 함께 깨고, 발코니에 새가 와서 놀고 있다고 하니 가히 전원 생활이 아닌가 싶어진다.

여기서 아이들 아파트까지 바라 볼 수 있고 원하면 통화도 얼마든지 하는 좁아진 세상인데 그래도 나는 매일 딸과 사위의 끼니 걱정을 하고 있게 된다.
뭐든 나눠 먹고 하지 못하니 더 애처러운 마음이면서,

"걔는 결혼하고 갑자기 왜 살림꾼이 돼 버렸나 몰라"
딸 소식을 묻는 친구에게 내가 한 대답이다.
정말이지 딸은 야무진 살림꾼이 되어 특유의  만년 막내 스타일을 탈피해 가는 것을 본다.

이제 성숙하고 좀 더 현실적이며, 더욱 멋진 아내가 되어 있는 딸을 나는 곧 만나게 될 것을 행복한 마음으로 기다려 본다.

그런데 왜 눈물은 나지?  
보고싶은 맘은 숨길 수 없어 눈물로 되어 흐르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