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10년

영화 'Letters to Juliet'을 보고.

수행화 2010. 12. 3. 22:30

영화 한편으로 모처럼 눈 호사를 했다.
쥴리엣의 생가가 있다는 도시 ‘베로나’.
어쩌면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이 도시가 영화의 주인공인지 모르겠다.
잘게 부서지는 부드러운 햇살 아래 보이는 도시의 붉은 지붕,
햇빛과 시간에 풍화 되어 안으로 깊어진 그 그윽한 빛깔은 우선 깊은 울림으로 가슴을 뛰게 한다.

그런데 사랑의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도 특이한 봉사 활동이 있단다.
사랑의 사연을 써서 ‘줄리엣의 발코니’에 붙여 두면 쥴리엣의 비서라고 불리는 봉사원들이 그 편지를 모두 수거해서 읽은 후
그에 적절한 답장을 보내준다는 아주 낭만적인 봉사 활동이 있었다.
실제로 베로나에서 행해지고 있는 일이라면 ‘베로나‘는 진정 사랑이 넘치는 멋진 도시다.

베로나를 여행하던 작가 지망생 소피는 ‘쥴레엣의 발코니’에서 우연히 해묵은 한 통의 편지를 발견하게 된다.
50년 전에 씌어졌으나 당시에 미처 전달되지 못했던 사랑의 편지를.
그녀는 안타까운 마음에 답장을 대신 써서 50년 전의 여인에게 보낸다.
“사랑에 늦었다는 말은 없다고”

편지를 받은 은발의 할머니는 50년 세월을 거슬러 옛 연인을 찾고자 영국을 떠나 베로나에 도착한다.
멋진 청년이 된 손자가 할머니를 모시고 온 것이 퍽 보기가 좋다.
소피와 손자는 할머니의 오랜 연인을 찾아 함께 나선다.

마치 빛을 뿌려 조성한 한 폭 아름다운 풍경화 같은 마을과 길을 걷고 달리는데...
그 스치는 풍경이 붙잡아 두고 싶도록 아름답다.  

평온하게 누운 들녘과 가로를 구분하는 아름다운 키다리 나무들.
그 늘씬한 가로수가 만드는 명확한 선의 분할은 어찌 그리도 아름다운가!
피렌체 남쪽의 드넓은 와이너리로의 여행...
어느 듯 아름다운 영상을 쫒아 이태리 여행에 열중하는 나를 본다.

그러기에 사랑을 찾겠다는 간절한 러브 스토리는 차라리 양념이 되고 있다.
쥴리엣의 생애에서, 진정한 사랑에서, 베로나에 서려 있는 깊은 시간의 향기에서,
세월이 가면서 더욱 깊어지는 아름다움을 생각해 본다.

살아간다는 것은 고통을 감내하며 면역을 키우는 것이기도 하였다.
하나 그 과도한 작용은 감동에도 면역을 입혀 감정이 미동도 하지 않는 서글픈 후유증이 오고야 말았는지?
요즈음은 그저 모든 것에 무심할 뿐 지극한 감흥이 없더니
이 한편 아름다운 영상은 가슴을 오래 서늘하게 해 준다.

귀여운 주인공은 ‘맘마미아’의 어린 딸 ‘아만다 사이프리드’라고 한다. 어쩐지 낯익다 했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