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앨범/2011앨범

제주 기행. 1

수행화 2011. 11. 28. 01:44



<관음사>
 

 

 


관음사는 비를 머금은 안개 속에서 아침 잠을 깨고 있었다.
여기 오게해 준 내 모든 인연에 감사를 보내며 일주문을 들어 선다.
도처에 절이 있다는 것은 진정 행복한 일이다.

그런데 저 생뚱맞은 하얀 탑은 무슨 연유로 저기 있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일주문을 들어 서니 뜻밖에도 선정에 드신 단정한 돌 부처님을 만나게 되어 일순 경건해진다.
이끼 낀 돌담과 꽃꽂이처럼 어여삐 박힌 들풀은 소박하게 부처님을 보필하고 있다.



제주도에서의 불교는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다분히 토속적이고 민간 신앙적 분위기가 강하다고 알고 있다.
이렇게 많이 조성된 부처님...모든 이의 염원은 세월과 함께 쌓여 풀이끼가 되었나보다. 
많은 등산객의 안전을 빌어 줄 것같다.



돌부처와 연등 행렬을 따라 곧게 난 길을 걸으며 풍광이 다른 먼 것에 온 것을 실감한다.  
앙코르와트 유적지에라도 걷는 듯이 말이다.



절에 막 들어 서면 토굴이 바로 눈에 들어 온다.
들여다 보니 스님의 수행처로 보인다.
토굴 수행, 묵언 수행, 참선 수행...
빼꿈 들여다 보고 돌아 서니 그저 민망하기만 하지.

 


관음사는 지리적으로 한라산 중허리쯤(650m)에 위치하여 한라산 등반로의 안내를 계속 보게 된다.
등반로까지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번 여행은 동선에 맞춰 코스와 소요 시간을 미리 예정한 터라,
잰 걸음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는 점. 




< 약천사 >


서방정토 아미타불 귀의(西方淨土阿彌陀佛 歸依) 라는 염원에서 서귀포란 이름이 나왔다고 하지 않는가.
서귀포와 약천사는 그래서 불가분의 관계에 있을 것이다.

약천사는 조계종 사찰로 화엄 도량이다.
1981년 혜인 스님의 원력으로 중건 되었다고 하는데
약수와 더부러 무병 장수를 염원한다는 의미가 담긴듯하다.



약천사는 결이 젊은 절이다.
바다를 향해 가슴을 탁 내민, 왠지 자신감이 넘치는 멋쟁이 절이라 나는 말하고 싶다.   
 



야자수 나무가 길을 인도 하는 정취가 여느 절집과 사뭇 다른 입구를 걷는다.
약간의 경사인 것을 내 다리는 힘들어 한다.
상쾌한 공기로 호흡을 달래 가며 씩씩하게 오른다.




탐스럽게 한라봉을 매달고 있는 나무도 젊은 분위기에 일조를 한다.




3층 구조의 대적광전. 위용이 대단하다.
부드러운듯 강한 처마의 곡선이랑, 균형 잡고 멋지게 버티고 있는 기둥이랑... 
출정식에 나서는 장수의 위풍당당함이 엿보인다고 할까! 자신감의 절이다.  



절집의 건축 양식은 대체로 왕궁을 기초 삼아 짓는다고 했다.
위엄과 권위를 상징하기 때문일 것이다.

저무는 해는 화려한 절에 음영을 주면서 입체감을 극대화하고 있다.  



화려한 자태를 맘껏 뽐내는 대적광전에 문살도 예사롭지가 않다.
 단청의 강렬하고 원리에 충실한 채색을 살짝 비켜 은근함을 더한 채색. 여간 세련된 것이 아니다.




2층에서 바라 보는 비로자나 부처님.
일단 법당의 크고 높고 화려함에 압도 당하고 거대한 불상에 자세를 더욱 낮추게 된다.

내부는 복층 구조라 계단을 통해 올라 가 2층 난간에서 바라본 상이다.
부처님의 광배, 보살상, 탱화.
어느 것 하나 미흡함이 보이지 않는다. 




금빛 찬란한 벽면과 천장.
뉘라서 그 장엄함에 경의를 표하지 않으리오. 


 
 인등각도 조각 작품같다.
문고리 하나, 아래 받치고 있는 코끼리 형상의 동물도 귀염이다. 
푸른 회색과 황금색이 법당의 기조 색깔이라 넘치는 멋쟁이다.

장엄한 법당을 살펴보느라 예불은 차라리 건성이 된다.



종소리는 바다 건너 멀리 가고 싶은 염원을 품었는지...
종각은 시선이 먼데 바다를 향하고 있다.




절집 마당을 나서면 통나무 의자가 멋진 휴게 공간이 있다.
비싼 커피를 내 올 것같은 야외 카페를 닮았다. 

낭만이 뭐 별 건가! 또 행복은 뭐 더 별난 건가!
그림자가 길어진 오후. 나는 조금 감상에 빠져 든다.
멀리 바다를 내다 보며 앉아서 지는 해를 바라 보고 싶었다.



오래 전부터 이곳에는 약수가 흘러 많은 사람들이 병을 고쳤다고 하고,
이셈을 돽새미라 하였으며 이것이 도약샘(道藥泉)이라 불리웠다고 한다.
약천사의 유래인 것이다.

물바가지를 받쳐 들고 팔 아프게 물시중을 드는 동자승이 여간 귀엽지 않다.



오늘날 약수는 작은 폭포를 이루어 연못으로 흘러 든다. 



약수를 담은 연못은 푸른 어둠 속으로 잦아 들어 가고 있어 오후가 늦었음을 다시 안다.




내 훗날 다시 여기 올 인연을 기원해 보며
합장으로 마지막 인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