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앨범/2011앨범

제주 기행. 2

수행화 2011. 12. 2. 01:00



< 에코 랜드 >



에코랜드는 한라산의 생태계를 살펴 보는 테마 파크다.



에코랜드 탐방은 메인 역이란 예쁜 건물에서 시작 되고 마치게 된다.
 "테마 파크라니! 아이들 놀이 공원이 아닌가?"
의구심을 안고 train ticket 을 산다. 성인 12,000원.


멋쟁이 기차에 오르니 의구심은 가뭇 없이 사라지고 멀리 여행 중인듯 근사한 기분이 된다. 
에코브릿지 역이라는 간이역에 내려서 다음 역까지는 140m 길이의 수상데크를 걸어 이동한다
가랑잎 소리가 들릴듯이 건조해 있던 가슴을 삽시간에 푹 적셔 터트릴 것같은 아름다움이다.          
 

몸을 날려 승객의 최선봉에 선다.
이 그림에 웅성거림을 얹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호수에 어른거리는 순결한 기운을 한껏 보듬어 보는 것은 덤이다.

정결한 물줄기의 근원은 어디일까? 태고이며 하늘일 것이다.
물은 잔잔한 몸짓으로 이순간 이곳을 스치고 있다. 
나도 새로움으로 늘 흘러야 함을 생각한다.



 



레이크 사이드 역에 당도한다.
쉬고 싶은 곳 어디에나, 쉬고 싶은 시간만큼 쉬어도 되는, 그래서 타고 싶을 때 기차를 타고 나가기만 하면 되는....
아름다움과 자유를 베푸는 역이요 기차이다.
우리 인생이 이와같다면...공상이 하고 싶어지는 오후다.




삼다 정원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바람이 넘나 든다.
바람이 갈대랑 속삭이는 소리에 귀를 내주며 너울 너울 걸어 보고만 싶었던 건 마음뿐.
바람을 무서워 하는 내가 더러 슬플 때가 있다.



아이들과 구르고 놀고 싶은 넓디 넓은 언덕이 있다.
'피크닠 가든'이라는 이름을 가졌다.
피크닠! 물론 근사하다. 그러나 금빛 동산은 바라만 봐도 좋다.



'곶자왈'
숲이란 의미의 '곶'과 암석과 가시덤불이 뒤엉켜 있는 모습을 뜻하는 '자왈'의 제주도 방언이 곶자왈이란다.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가.

제주의 삼보는 '자연과 민속' ' 언어' '식물'이라고 했다.
곶자왈을 듣고 봄은 제주의 삼보를 새겨 알게 되는 것도 될 것이다. 곶자왈 에쁜 이름이다.

 

열대 식물과 한대 식물이 공존하는 독특한 지형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고사리는 자라 숲을 이루었고, 열대 식물로 보이는 수목이 많다.
 

  

용암이 흘러 내려 식으면서 쪼개진 사이로 스며든 물은 지하수가 되고,
거기 식물이 자생하여 곶자왈을 형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척박한 땅을 밀고 500종 가량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고 한다.
 

'에코 로드'  
붉은 빛이 고운 산책길을 바라만 볼 수는 없다. 
짧고 긴 코스가 있는데 우리는 3km의 긴 코스를 걸었다.
어깨를 부비며 바람과 속삭이는말 없이 서 있는 나무에 따스한 시선을 보내 보며.  

갈대 숲을 지나, 열대 우림같은 수목을 보며, 
또 군데 군데 데크를 밟아 가며 걸어 보는 것은 이 가을,
아름다운 선물이다.
들리느니 새소리 밖에 없는 적막을 뜻밖에 맛 보았다.
긴 코스에 도전한 보람이다. 





엽서 모양의 커다란 보드는 바람결의 갈대를 배경에 두고 있다.
빠져 보고 싶게 푸른 가을 하늘이 한자락 들어 와 멋진 구도를 만들고 있다.


 
느린 기차를 타던 우리의 젊음은 그렇게 빠르게 스쳐가 버렸다.
  그래서 기차는 언제나 향수를 불러 온다.
그리고 이제 나는 기차를 보면 "기차를 좋아 하는 김 영훈입니다"  
손자의 귀여운 목소리를 떠 올리는 할머니이고 있다. 
느린 걸음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이 예쁜 기차들은
영국에서 수제품으로 제작된 것이라고 한다.



 

 

다시 메인 역으로 돌아 온다.
일장춘몽. 한 나절 멋진 꿈을 꾸고 다시 현실로 돌아 온 것이다.
곶자왈...꿈이여 다시 한번!!








< 신영 영화 박물관 >



이름에서 보았듯이 영화 배우 신 영균 씨가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 박물관이다.
1999년에 개관하였다고 한다.

영화 박물관다운 뜰
쥬라기 공원 속을 거닐다

바다로 인도해 주는 정겨운 길
길을 따라 가다가 박물관 내부 구경은 아쉽게 미루고 만다.

영화에 출연한 차같은데 엔틱한 멋을 내고 있다. 
최후까지 제 배역에 충실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박물관 건물을 어슬렁거리는데 갑자기 눈 앞에 병품처럼 펼쳐 보이는 바다. 
낮은 신음 "아! 바다!". 단숨에 잰 걸음을 내딛는다.



나는 이 거친 질감의 화석같은 돌을 밟으며 가까이 좀 더 가까이 바다에 다가 간다.
저 멀리 던진 시선은 돌아 올 줄 모른다.
이대로 그림 속 정물이 되고 싶어진다. 박제된 시간과 함께.
그러나 그 시간은 사정 없이 나를 끌어 일으킨다. 
 


해변에 바싹 붙은 길이 올레 5코스이다.
숲 그림자는 바다를 잠시 숨기다가 드러 내고, 또 숨기다가 드러 내고...
잠시 숨은 바다를 찾아 보겠다고 나는 뛰다시피 바쁜 걸음이 된다.



말은 적게, 생각은 길게, 그렇게 길이 있는 한 걷고 싶은 길이다.
그러나 소요 시간을 보면서 마음을 접는다.

 

 

 
눈이 부신 것은 비단 햇빛 때문만은 아니다.
아름다움은 안겨 주는  고통이며 또한 치유의 능력도 있다고 여겨진다.
방어벽이 단단한 근심 따위는 이제 무장해제 되고 만다. 
  
제주를 여행하다가 눌러 살아 버렸다는 분들의 심경을 이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