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앨범/2011앨범

제주 기행. 4

수행화 2011. 12. 8. 01:10

 

 

  < 외돌개 >



 

"외돌개". 외로움이 스민 이름이다.
애잔한 모습으로 저 푸른 배경에 오두마니 떠 있는 한 점이다.
그 애잔함을 바위벽이 싸안아 주는 정경이 다정하다. 서로 벗이고 바람벽이고 있다.  



바다 가운데 홀로 우뚝 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느낌 그대로다.
제주의 말은 옛스러우면서 재치 있고 감칠맛이 난다. 읊조려 보면 소박함이 묻어 난다. 
20m 높이라는데 목을 길게 뽑아서인지 키가 커 보인다.
 


 머리 위에 소나무 몇그루를 머리카락처럼 짧게 키우고 있는 것이 보인다.
한 생명이 깜찍하게 살고 있다.
척박함에서 자라는 생명은 보기에 애달프다. 경이로운 멋이 되고 있다.

 

해변을 빙 두르며 난 산책길은 둘레길 7코스로 연결된다.
마음을 시리게 하는 바다를 옆구리에 끼고 걸을 수 있는 길이 얼마나 있으려나?

그래서인지 관광객이 밀려 들고 난다.

외돌개는 홀로 외롭게 두는 것이 그를 위하는 일일 것같아 맘이 조금 불편해진다.

 



잘 만들어진 산책로를 따라 올레꾼이 되어 걷고 또 걷고 싶다.
올레길은 이제 12코스까지 완성되어 제주 해변을 걸어서 한바퀴 돌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 된다.
걷고 싶은 길은 늘어만 간다.


대장금 촬영지라는 안내가 있는 입구.
외돌개가 한류 열풍에 크게 조연을 했으리라 여겨진다.   
2011년 6월 30일 문화재청이 쇠소깍, 산방산과 함께 국가지정 문화재 명승으로 지정했다고 한다.






< 천지연 폭포 >




기암괴석과 우람한 숲에서 내려 꽂히는 폭포수
바위산의 검푸른 엄격함, 아침해를 받은 수풀이 뿜어 내는 찬연한 색채, 눈부신 대비를 이룬다. 
내가 말을 아끼니 폭포는 더욱 세찬 울림을 내 심장에 보낸다.



산을 오르거나 계곡을 건너야만 보여줄 것같은 신비로운 풍경을 너무 쉬운 걸음으로 만나게 되니 조금 송구하다.
숲이 거느린 깊은 그림자는 이 아침을 하염 없이 품위있게 만든다.        



산이 물에  띄운 영상에 몰두하며 걷게 되니 폭포로 향하는 길에는 잡념이 끼일 여지가 없다. 
나는 다만 저 화려한 그림자에 취해 폭포가 울리는 소리도 잊은채 둥둥 걷기만 했다.  
 

 
 


지칠줄 모르고, 마르지 않고 흐르는 저 부지런한 물길.
물은 포말을 일으키며 잘게 부서져 고요한 수면에 긴장을 새긴다. 정갈한 정경이다.  
이런 길을 1km정도 걷는 건 너무나 호사스런 산책이다.

 

물을 산 하나를 온전히 지니고 산다.
멋드러진 자신의 자태를 바라 봄은 즐거운 일일 것이다.
자만심에 젖는다 해도 좋을 일이다.   
'성실히 가꾸어 오래 젊음을 유지하라'고 나는 건너다 보이는 나무에게 주문을 보낸다. 


 

하늘과 땅이 만나 연못을 이루었다는 걸 알 수 있게 해 주는 표지석. 
높이 22 m에 수심이 21m라는 설명이 있고 천연 기념물 제 27호라고 한다.







< 성산 일출봉 >
 


 

익히 알려졌고 이미 나도 오른 적이 있는 일출봉이다.
세계 7대 자연 경관으로 선정된 것으로 관심을 한껏 받게 된 귀한 몸이다. 
일출봉을 포함한 1㎞ 이내의 해역은 천연 기념물로 지정 되어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봉우리가 빤히 보이니 오르고 또 오르고, 모두 오른다.
182m 높이에 25분 거리라고 하는 말이 참 쉽게 들린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다 형상이 특이한 바위를 만난다.
거기 펼쳐진 쪽빛 바다는 청량음료처럼 싸하다. 사진 찍는 사람들이 상당히 붐빈다. 비공식 포토죤이다.
센 바람은 언제나 여기 머무는 것 같다.


 
 

앞 사람의 뒤꿈치만 보며 오르는 건 너무 억울해서 잠시 뒤돌아 아래 먼 곳을 본다. 
 작은 마을도 보고, 개미처럼 작아진 사람 모습도 보고, 무엇보다 툭 트인 바다의 품을 느껴 보고,
울렁거리는 숨을 고르니 내 품도 거듭 거듭 커지고 있다. 
  


정상에 이르면 갑자기 안으로 우묵하게 굽은 초지가 보인다. 
불을 뿜어 내던 분화구는 안식에 들면서 사발 모양이 되어 거기 넓은 평화를 담고 있었다.  
쭈빗 쭈빗 솟은 바위 봉우리들의 호위를 받는 것이 성을 사수하는 모양이라.
성스러운 산, 성산 일출봉의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사방 2.6 Km 정도 되는 운동장을 연상해 본다.
부드럽게 안으로 쓸려 들어 간 형상은 이곳이 분화구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보존해야할 자연임을 단박에 알게 된다.


 

성상 일출봉은 올레길의 선발 주자일 것이다. 이곳이 올레길 1코스라고 하니.
소박한 을타리가 바다로, 올레길로 인도하는 것을 바라 본다. 소리는 사라져 멀리 한장의 그림이 되었다. 



삼면은 깎아지른 절벽.
몇겁을 함께 한 파도와 함께 오늘도 여여하다.





<민속 박물관>


 


1964년에 설립된 사립 민속박물관이라고 한다.
제주의 삼다, 삼무, 삼보의 설명이 머리에 쏙 들어 온다.



민속 박물관을 이리저리 배회해 보는 것은 과거와의 재회이다.
낮은 초가지붕, 돌담길, 올망졸망한 가재 도구들...
낯설지 않은 것이 오히려 작은 슬픔이다. 지난 날의 민얼굴이기 때문일 것이다.
 
    


제주에서 흔히 보는 돌담인데 바람에 구르지 않고 켜켜이 쌓여 있는 모양이 소박하고 또 기특하다.
돌담과 맘껏 열매를 달고 있는 감귤 나무와의 조화는 환상이다.

 

 
 
 
 

 삽작을 열고 이웃으로 마실 가고,
그물을 손질하기도 하고, 어구를 챙겨 물질을 가기도 하고, 
그들의 평범한 삶은 여기 민속이라는 이름으로 한데 모여 있다.




박물관에 내에 '추사 기념관'이 따로 있다.
 '세한도'. 타지에서 이웃을 만난듯 몹시 반갑다. 최 인호의 소설 '상도'에서 안면을 익혔기 때문이다.
막무가내로 봐도 간결한 붓놀림에서 깊은 의미를 읽게 된다.   



충청도를 지나던 길에 예기치 않게 추사의 생가와 묘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런데 여기는 제주,  유배지에서까지 그를 기리고 있다. 
정쟁보다 영원한 것이 예술임을 증명하면서... 위작이라해도 그의 작품을 보는 것은 행복이다.
 


돌담 아래 조촐하게 늘어 선 노란 꽃, 장다리(?)
키를 낮추어 그들의 작은 흔들림을 바라 본다. 

박물관이라는 거추장한 이름 없이도 시간을 거슬러 보게 하는 어여쁜 광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