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07년

상도(商道)를 읽다

수행화 2008. 8. 25. 14:32
상도(商道)

한반도의 기후가 동남아 기후의 특성을  닮아 간다고, 지구 온난화로 폭염은 지금 온 세계를 강타하며 맹위를 떨치고 있다고 .....
폭염에 지친 우리에게 뉴스는 고문하듯 무더운 뉴스를 소나기처럼 퍼부어 댄다. 모두들 더운 마음에 위안을 찾겠다고 산이며 들이며 밖으로 밖으로만 내달리고 있는 짙은 여름이다..

그러나 나는 내 방식의 여름 나기를 좋아한다. 몇권의 소설을 가지고 독서 삼매에 드는 것이다. 무더위 그 깊은 곳에 들면 회오리 속의 고요처럼 의외의 청량한 공간이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최인호씨의 ,상도(商道).
작가 자신은 기독교인이면서 ‘길 없는 길’에 이어 이 작품에서도 불가의 선문답이나 화두를 일으키는 깊은 선의 사상을 많이 그리고 있어, 마치 그가 불교도라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자기 스스로 불교의 가르침과 고승들의 삶과 고매한 선의 세계에 깊이 심취한 듯이 보인다.

대재벌 회장님이 일생을 통해 인생의 지표로 삼았던 조선 시대의 ‘거상 임상옥’의 일대기를 추적해 가며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형식으로 쓰여진 장편이다.  

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
재물은 누구에게나 손안에 잠깐 가진다는 것이고, 사람은 누구나 저울과 같다는 즉, 저울은 어떤 사람이건 그대로 무게를 재고 있다는 뜻이다.

임상옥도 젊은 시절 잠시 불가에 몸을 담았고, 거기서 영적인 선견지명의 스승, 석숭 스님으로부터 큰 가르침을 받았으며, 그 가르침을 통하여 그는 일생을 통해 만나게 되는 세 번의 죽을 고비를 잘 넘기게 된다.

특히 계영배(戒盈杯)를 통한 가르침.
계영배의 어원은 ‘지이영지부지기수(持而盈之不知其已), 즉 어떤 그릇에 물을 채우려할 때 지나치게 채우고자하면 곧 넘치게 되고 만다.’에 있고 이것은 노자의 도덕경에서 인용되었으며, 모든 불행은 스스로 만족을 모르는 데서 일어난다는 의미가 된다.

계영배란 가득 채움을 경계하는 잔, 즉 가득 채우려면 없어지고 오직 적당히 채워야만 온전히 구실을 할 수 있는 신묘한 잔.
김 상옥은 계영배를 통하여 불도(佛道)가 아닌 상도로서 부처가 되라는 스승의 가르침을 깨우치게 되었고, 상인으로서도 시문에 능하였던 그는 노년에 상계를 떠나 은둔생활을 하였으며 이때 지은 시문을 ‘가포집’ 이라 하여 책으로 엮었다는 것이다.
특히 연장자이나 동시대를 산 추사 김정희와는 많은 정신적 교감을 가졌기에 추사는 그에게  ‘商業之道’,.‘稼圃是常’,이라는 글자와 자기의 호,‘老果‘를 넣은 풍경화를  그려 보내며 우정을 표시했다고 한다.
이것은 결국 추사 생전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진 것이라고 한다.

문장 사이 사이 박혀 있는 아름답고 멋스런 선인들의 싯구도 좋고, 화두를 붙잡고 사색의 길에 드는 진지한 삶의 모습도 신선하고, 사농공상(士農工商)이 엄존하던 시대에 무역으로 치열하게 새시대를 열어 간 인간 임상옥이 크게 느껴진다.

백척간두(百尺竿頭) 절벽에서 감히 한 발짝을 앞으로 내딛는 용기,
즉 어려움에 정면으로 맞서는 강인함. 인간을 사랑하고 의리를 소중히 여기는 진중함,  
이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진정 요구 되는 덕목이 아닌가 싶다. 삶에는 스승이 도처에 있는데 애둘러 먼 데만 바라보며 산다.

2007-8-27

정권희
재미도 재미지만, 읽고 나서의 그 느낌도 참 좋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