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07년

타샤의 라이프 스타일.

수행화 2008. 8. 25. 14:33
"타샤의 집"과 "타샤의 정원"을 읽고서.

영원한 노스탈쟈의 손수건이라도 흔들고 싶은, 동화보다 더 동화적인 타샤의 삶은 우리의 턱 없이 밋밋한 삶을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타샤 튜더. 미국의 사랑 받는 동화작가이며, 지난 70년간 100권이 넘는 그림책을 낸 일러스트 화가이기도 하다.
백악관의 크리스마스카드 삽화를 그리기도 했던 화가. 그보다도 그녀의 특이한 라이프 스타일로 더 유명한 91세의 할머니.

30만평의 대지에 환상적인 18세기 영국풍의 정원을 펼쳐 놓았으며,
거기 사시사철 파스텔톤의 꽃들은 무리지어  어우러져 있으니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아름다운 정원을 위해 그녀는 끊임 없이 종자를 구하고 연구하고, 싹을 튀우고, 거름을 주며 가꾸어 낙원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타샤의 원예 기술은 집안 대대로 내려 오는 비법이 있고, 복고적인 품종과 재배법을 좋아 한다고 할 정도의 전문가 수준이다.  

화가인 그녀는 꽃 속에서 예술가적인 영감을 키우며 스케치하고, 꽃이나 열매를 꺾어다 실내를 장식하고, 또 그림으로 남기고...
그리고 자기가 재배한 아마를 수확하여 물레질을 하여 실을 뽑고, 그 실로 천을 짜서 옷을 해 입고,
양털을 깎아 또 실을 뽑아 직접 염색까지 하여 양말을 뜨개질하는 일련의 과정을 모두 손수 한다는 것이 가능하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염소 젓을 짜서 만든 버터와 치즈를 골동품 오븐에 요리해서 먹고, 밀랍으로 양초를 만들고, 시기에 맞춰 저장음식을 준비하고, 독특한 요리로 손님을 멋지게 접대하고...

골동품 가구를 쓰는 것을 비롯해서 그녀의 모든 생활은 복고적이다.
1830년대의 긴 스커트와 몸에 조이는 상의에  숄을 두른 복고풍 옷을 지어 입는(바지 입은 여자를 아주 경멸함) 타샤의 바느질 솜씨 또한 일품이다.
겹겹의 주름, 멋진 파이핑, 퍼프를 가미한 우아한 디자인의 복고풍 소매, 등에 달린 수십개의 단추...유난하게 복잡한 옷을 즐겨 입는 센스까지

‘양가집 규수는 열여덟 살이 되는 생일 날 금색의 골무를 선물로 받는다‘고 말하는 그녀는 규모 있는 명문가에서 반듯한 가정 교육을 받았음을 본다.

이시대의 우리에게 과연 명문가에 걸맞는 가정 교육이 있기나 한 것인가?

그녀의 동화적 삶의 결정판은 미니이처의 세계이다.
봉제 까치 인형, 봉제 토기 인형, 헝겊 인형, 종이 인형....
인형을 만들어 베이비 샤워를 열어 주고. 43개의 인형으로 인형극을 공연하고...
인형 ‘엠마’를 위해 드레스를 만들고  아늑한 분위기의 3층 집도 꾸며 주고, 엠마의 옷장 가득 의상을 만들어 걸어 주고...
몇 년 먼저 태어 난 캡틴 사이언스와 결혼식까지 시켜 주는 참으로 영원히 늙을 수 없는 영혼의 할머니이다.
‘엠마와 캡틴 사이언스의결혼식’은  멋진 이벤트로  라이프지에 소개 되기도 했다고 한다.

엠마와 캡틴 사이언스가 살림을 차리기까지 ‘참새 우편’을 통해 사랑의 편지를 주고 받는 것에 이르면 그 기발하고 신선한 감각에 말을 잃게 된다.
작은 편지지에 초소형 삽화를 그려 밀납으로 봉인하여 우편함에 넣는다니 행복한 내용이 가득할 수밖에.
인형도 행복을 누리게 하는 타샤!!

‘게으른 손은 악마의 놀이터가 된다’는 생활 철학을 가진 그녀는  인생에 아름답게 색채를 넣는 화가이다.
인생을 구상하고 밑그림을 그리고, 자기의 의지와 열정으로 채색된 그림을 사랑하며 사는 진실로 멋진 삶을 산다.

아름다움을 향한 지칠줄 모르는 열정.
"오래 앉아 있으면 엉덩이만 넓어진다'는 유머로 스스로의 부지런을 말하는 할머니.
타고난 심미안으로 무엇이든 스치기만하면 멋있게  변신하는 마이다스의 손...

복고적인 삶을 비롯한 모든 묵은 것들은 거기 시간이며 빛이며 인간의 숨결까지 모든 걸 녹였기에 고졸한 정신이 깃들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휘뿌연 대기에, 성냥갑 모양의 공간에 엎드려 휘휘 날려서 낭비한 나의 시간들...찾을 길 없는 나의 시간들.
내 작은 에너지는 안으로 안으로 말려 들어 메마른 고갱이의 모습이다.
부단히 노력하는 아름다운 모습 앞에 실로 작고도 작아지는 나.  

2007-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