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12년

재치있고 사려 깊은 부모

수행화 2012. 9. 25. 00:38

"Brilliant and thoughtful parents"

 

미국의 소셜미디어 레딧(Reddit)'에 올라 온 글을 소개하는 신문기사를 읽으며 받은 잔잔한 감동, 

그 따스함이 식을까봐 지면에 남겨두고 싶어졌다.

 

생후 14주 된 쌍둥이 형제를 데리고 처음 비행기를 탄 젊은 부부는 쪽지를 붙인 과자 봉지를 기내의 승객들에게 돌렸다고 한다. 사연인즉, 아기들을 데리고 처음 비행기를 타게되는 지라 아기들이 비행 중 혹시 다른 승객들께 불편을 끼칠까봐 미리 양해를 구하는 내용으로서, 과자 봉지에 사연을 붙여 일일이 돌린 것인데 이를 인상깊게 본 어느 승객이 올린 글을 신문에 소개한 글이었다.

 

봉지에 붙은 글은 부모가 아닌 쌍둥이 아기들이 일인칭이 되어 승객에게 드리는 인사말로서 너무 재치 있고 귀여워 보였다.

나는 그 부모가 돌렸다는 비닐 과자봉지와 거기 붙여진 쪽지가 몹시 궁금해져서 Google에서 본문의 행방을 찾았으며, 그 사려 깊은 부모의 글 전문을 따와서 인쇄를 하여 여러 사람에게 퍼 날랐다.

 

 

     “Hello!

     We are twin baby boys on our first flight and we are only 14 weeks old!

     We’ll try to be our best behavior, but we’d like to apologize in

     Advance just in case we loose our cool, get scared or our ears hurt.

     Our mom and dad (AKA our portable milk machine and our diaper

     changer) have ear plugs available if you need them. We are all

     sitting in 20E and 20F if you want to come by to get a pair.

     We hope you have a great flight!

 

 

번역한다면,

안녕하세요! 저희는 처음 비행기를 타보는 쌍둥이 형제입니다. 생후 14주밖에 안됐어요.

얌전히 있으려고 노력하겠습니다. 혹시 저희가 귀가 아프고 겁에 질려 침착성을 잃을 수도 있어 미리 사과 말씀 드리려고 해요.

우리의 휴대용 우유 기계와 기저귀 교환기(우리 엄마, 아빠)는 여러분이 필요한 경우 이용 가능한 귀마개도 준비해 놓았습니다. 저희는 좌석 20E 20F에 앉아 있습니다. 필요하시면 가지러 와 주세요.

그럼 멋진 여행 되시길 바랍니다!

 

그런데 아기들은 기대 이상이어서 승객에게 아무런 폐도 끼치지 않았고, 부부는 주변 사람들에게 지극히 다정하였으며, 또 그들을 마중 나온 할머니 할아버지는 손자를 보며 눈물을 글썽이며 기뻐 어쩔 줄 몰라 하시더라는 것까지 소개하였다고 한다.

 

이 글과 사진에는 3000건 이상의 많은 댓글이 올라 왔다고 전하는데,

멋진 부모를 닮아 쌍둥이 아이들도 잘 자랄 것이다” “나도 저런 부모가 되어야지

라고 하는 등 모두가 현명하고 예의 바른 부모에 대한 칭찬의 글이었다고 한다.

 

지구 저 반대쪽에서 일어난 일이고 또 어쩌면 평범하고 사소한 일일라고 넘겨 버릴 수도 있는데, 가슴에 싸한 감동의 파도가 밀려 드는 것은 작금의 우리 현실에 비추어 생각이 많아진 때문인듯 싶다.

 

매일 매일 흉악범의 후안무치한 사건으로 뉴스는 도배를 하고,

거리에 나서도, T.V를 보아도 막말이 춤을 추며 떠도는 세상, 욕설을 쓰지 않는 영화가 없는 실정

인터넷의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늘어만 가는 추세.

가만히 바라보면 이게 눈 앞의 지옥인 것을.

 

우리도 이처럼 따뜻하고 재치 있고 위트가 넘치는 뉴스를 좀 기대하면 안되는 것일까?

우리는 이 젊은 부부처럼 남을 세심하게 배려하면서 아기를 사랑하는 좀 교양있는 부모가 되면 안되기라도 한 것일까?

예의를 가르치지 않으니 아기는 자라 폭군이 되고, 이기심만 자라고 양심은 자라지 않은 채 성장한다면

 

한 아기를 반듯하게 길러 훗날 세상에 내 보내는 일이 나는 너무 숭고하고 지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무엇보다 우선하는 부모의 책무라는 것,

 부모다운 부모 되기

무더위를 물린 하늘이 높아지고 있는 계절에 차분하게 다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