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10년

인터넷때문에 사라져 가는 것들

수행화 2012. 12. 3. 23:03


나인 투 파이브
비디오대여점
집중력
예의바른태도
CD
전화번호부
편지쓰기
휴가
프라이버시
사실(fact)
폴라로이드카메라와 필름
백과사전
졸업앨범
스트립쇼

미국의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에 인터넷의 발달로 우리생활에 밀접한 것들이 사라지거나 바뀌는 것들에 대해 쓴 기사를 얼마 전에 보고 생각이 좀 많아졌다.  

이메일로 업무를 처리하는 일도 가능해 졌으니 나인 투 파이브의 근무패턴이 달라지는 것이고, 세계 각국이 인터넷으로 연결이 되어 있으니 어디를 가도 업무에서 완전한 해방이 어려워 진정한 휴가도 없다는 점 공감이 간다.

25년 전 미국에서 설립되어 3000여개의 점포를 뒀던 비디오 대여 체인점 브록버스터도 지난해 파산했다고 하니 비디오 대여점도 과거의 일이 되었고, 인터넷에 성인 인증만으로 접속하여 얼마든지 쇼를  볼 수 있기에 스트립쇼도 사라져간단다.

온라인을 통해 간결하고 편리하게 전화번호부, 졸업앨범 나아가 백과사전도 찾아 보게 되었으니  이것들 모두 사라질 운명이란다. 큰 맘 먹고 마련하여 간직하고 있는 백과사전을 바라보니 조금 억울하고 아까운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어쩌랴!

그리고 지금 우리는 누구나 쉽게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바로 여러 사람과 공유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필름을 아껴가며 한장 한장 신중하게 사진을 찍었으며 사진이 인화될 때가지 적이 불안해하며 기다리던 때가 그렇게 먼 시절이 아닌 것 같은데 필름도 사라진다고 한다.
필름이 소모 되지 않으니 맘껏 찍어대고는 있지만 “찰깍”하며 찍히던 옛 필름 카메라의 묵직한 느낌에의 향수는 영원할 것이다.  

레코드판보다 간편하고 음질이 깨끗해서 CD로 듣는 음악이 좋은데 그것마저 MP3에 밀려사라진다는 말은 수긍하기가 조금 싫어진다.    

모두들 인내심이 없어졌으며 학생들은 공부에 집중력이 떨어지고 있으며, 인터넷의 익명성에 숨어 거칠고 비속한 언어를 쓰면서 예의 바른 태도가 함께 사라진 것이다.

따라서 극심한 인신공격의 폐해와 가공된 루머의 파급효과를 우리는 실로 체험으로 알고 있으니 인터넷에서는 사실(fact)이 사라져 간다고 말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개인의 사생활이 보호되지 않으니 이미 프라이버시는 없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편지쓰기가 사라져간다는 것이다.
옛날의 편지는 기본적인 격식이 있었고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 써야하는 것으로 알았었다.
생각을 가다듬어 또박 또박 써서 잘 밀봉하여 부치면서 갖게 되는 공손한 마음과 편지가 가고 오는 날들을 헤아려 보며 또 답을 기다려 보는 느리지만 순수했던 시절을 놓친다는 건 아주 아쉽다.

간간이 이메일을 이용하지만 전혀 안온한 감이 없이 허공에  달랑 띄우는 느낌에 어쩐지 세상에 공개되는 것 같은 불편한 맘이 따라 다니다.
우표를 붙이고 우체통을 찾아다니지 않아 너무 편리한데도 말이다.

문화는 물처럼 낮은 곳으로만 흐른다고 했다.
그래서 사라져 간 것들이 다시 우리를 찾아오는 일은 어려울 것 같다.
올해만 해도 스마트 폰, 아이폰, 갤럭시, 아이패드, 앱, 안드로이드1,2,...
눈만 뜨면 보고 들어야하는 말들이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이왕 따라잡기 녹녹치 않을 바엔 차라리 CD나 들으며 보폭을 좀 줄여볼까?
내게서 사라지기에는 아직 이른 CD나 들으며.....

 

< 2010. 12. 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