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11년

시작이 있고 끝이 있으니...다시 새해.

수행화 2012. 12. 3. 23:08

 

해가 바뀌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또 한 해가 주어졌다.

새해 일출을 보려고 바다로, 산으로, 동쪽으로 동쪽으로 줄을 이어 가는 것도 이제 흔히 보는 새해 아침의 풍경이다.
쌓인 눈길을 헤치며 길을 나서는 자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고 여유롭다
어제 뜬 태양이 오늘 또 떠오르건만 우리는 어제와 분별하고 벅찬 의미를 부여한다.
그러나 시작이 있고 끝이 있는 한해 한해가 있기에 지난 시간을 잠시 도리켜 점검해 보고 좀 더 나은 삶을 꿈 꾸어 보는 것이 아니겠는가.

꿈. 내게 꿈이 있었던가?
꿈을 꾼다는 건 내게 더 없는 사치가 아니던가?
그래서 나는 시간 뒤에 숨어서 졸렬하고도 무의미하게 떠내려 가고 있었던 것같다.  

그러나 새 달력을 내다 걸면서 나름의 각오도 해보고 작은 소망을 마음에 담아 보며 하루를 보냈다.

아침에 딸네 가족의 전화를 받았다.
가족 모두 돌려 가며 새해인사를 하는데 요즘 말문이 튀어 이런 저런 말이 많은 우리 영훈이.
짧은 혀에 구르는 목소리로 “새해 복 많이 받았어요”  
새해는 무엇이며, 복은 무엇인지 알 바는 없고 비숫하게 말하면 되는 것이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해야 할 이유를 모르는 것이다.
게다가 서투른 말에 존댓말까지 쓰니 여간 우스운 것이 아니다.
아이는 나날이 이쁜 짓만 하고 노인은 나날이 미운 짓만 한다는 말을 누가 만들었을까 싶다.
현기증 나게 빨리 변하고, 봐야할 것, 알아야할 것이 쏟아지고 있는 다이나밐한 세상을 미운 짓 안 하는 할미가 되어야 할텐데.

인생을 강물과의 달리기 시합에 비유하는 글을 보았다.
젊은이는 강물보다 빨리 달리 수 있다고 믿기에 강물이 더디게 흐르고,
중년에는 강물과 비슷한 속도로 뛰는 것이고,
숨이 찬 노년에게는 강물이 너무 빠르다고 한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시간이 더 빨리 간다고 느낀다는 말이다.

아무튼 올해는 시간을 무의미하게 썼다는 자책감에서 좀 벗어나고 싶다.
가뜩이나 빨리 달려 강물의 속도를 따라 잡지도 못할 시간 가운데 내가 서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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