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05년

아이의 말은 시가 되어

수행화 2012. 12. 3. 23:33

규영이는 고모와 노는 것을 많이 좋아 한다.
올망졸망 유난한 잡동사니가 많아서 더 즐거운 모양이다.

고모에게는 밴드에 꽃이 찍힌 시계가 있다.(위의 사진)
시계가 잘 가지 않는다고 고모에게 종달종달 묻는다.

  고모 : "세영이가 물어 뜯어서 그래."
  규영 : "세영이가 왜 꽃을 먹었지?"
           "꿀을 빨아 먹었나?"
           "세영이는 벌인가?"

시계줄 속의 꽃은 어느새 생명을 가져 꿀을 머금은 꽃송이가 되어버린다.
아이의 말은 시가 된다.
시인은 아이의 마음이 되어야 비로소 시어를 구사할 수 있을 것같다.

아이의 말은 사뿐하고 맑은 금속성으로 통통 튀어 와 내 귓전에 내내 매달려있다..
언어가 가지는 뉘앙스에 탁월한 감각을 발휘하는 규영은 아이가 가지는 직관력으로 연방 빛나는 언어 생활을 꾸리고 있다.

성장하는 과정은 빛의 분산처럼 눈부시게 빠른 움직임이다.

(2005-02-23 00:05:33, Hit : 47, Vote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