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13년

'신들메를 고쳐매며'

수행화 2013. 1. 11. 23:34

신들메를 고쳐매며.

 

이문열 작가의 산문집을 집어서 읽게 된 것은 순전히 나 자신이 더 단단히 신들메를 고쳐 매며 일상에 긴장감을 좀 높여 보겠다는 새해의 결의와 맞물린 선택이었다. 한 때 이 문열씨의 책을 사 모으고 열독 했으며, 작품 속에 나와 우리를 투영해 보며 깊은 공감을 가졌었는데 출판한 지가 10년이 다 되어가는 책을 지금 찾으니 애독자란 말이 무색해지려 한다.

  

지난 세월 작가에게 가해진 엄청난 일들을 우리는 지면을 통해 간간히 들어 왔다. 자기들의 이념과 다른 글을 쓴 작가라고 해서 반품 운동에다 책의 화형식 장면까지 보게 되어 공포심마저 들었고, 일면식도 없는 작가의 안녕을 걱정해 보기도 했었다. 이런 하수상한 시절에 작가는 신들메를 고쳐 매고 길을 떠나기에 앞서 젊은 이들에게 몇 마디 남기겠다는 의미를 글에 담은 것같다.

 

집단 최면에 걸린 듯, 소수의 광폭한 이념론자들이 광장을 지배하고, 인터넷은 순정성을 잃고 대중 선동에 이용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며, 간교하고 추악한 연출자들이 조작한 이미지에 흘려 감각만으로 세계를 파악하려 드는 세대를 눈 멀게 하였으니…..문화와 예술이 시대 상황과 정치 지형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해 논리적으로 꼿꼿하게 짚어 주는 것에 공감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이제 시대가 바뀌어 각자 세웠던 손톱을 내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몫을 다하고 서로 이해하고 아우르는 세상이 올 것 같은 기대가 생기는 요즈음. 형식논리를 갖추면 못할게 없으며 소수가 다수로 위장하여 혼란을 가져 오는 일들이 잦아 들고, 진정 좀 격조 있는 세상을 보고 싶다는 바램이 우리에게도 있다.

 

공자 말씀에

남의 잘못을 앞에서 흉보는 자를 미워하고, 아랫자리에 있으면서 윗사람을 비방하는 자를 미워하며, 용기만 있고 예의를 모르는 자를 미워하고, 과감하지만 앞뒤가 막힌 자를 미워한다.”

 제자 자공 또한

살피는 것을 지혜로 여기는 자를 미워하고, 불손한 것을 용기로 여기는 자를 미워하며, 들추어 고자질하는 것을 정직으로 여기는 자를 미워한다

는 말의 인용이 아주 적절하고 내 맘에 꼭 와 닿는다.

 

온갖 욕설, 패러디, 네거티브…..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것들에서 자유롭고 싶은 것은 나만의 소회가 아닐 것이다.

  시대를 앞서 산 여자들의 거짓과 비극의 역사’ ‘정관정요등  책 군데 군데 언급된 책들을 찾아 읽으며 겨울 속에 깊이 빠져보는 것도 좋을듯 싶다.

그런데 기억 속에 감동으로만 있는 이 문열 작가의 '레테의 연가'도 다시 읽어 봐야 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