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13년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수행화 2013. 1. 12. 00:35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참 결이 고운 제목이어서 찾아 보니 류시화 씨의 시집이었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등 작가의 글은 몇 권 읽었고 늘 내 기대 이상의 감동을 선사 받았었다.

그러나 나는 시에 대해깊은 조예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시인에 대해 많이 알지도 못한다.

 

그래서 나는 다만 시가 난해하지 않으면 좋고, 정결하고 느낌이 아름다우면 그저 좋다.

자갈 돌 같은 언어끼리 스치고 부대끼어 마침내 지면에 동그마니 활자로 새겨진 영롱한 표현들을 늘 경이롭게 바라볼 뿐이다. .

수분을 모두 날려 버리고 순수한 결정체만 남아 읽는 시에게 나는 물을 뿌려 가며 내 나름의 감상을 덧붙여 읽어 보는 재미가 있다.

 

<이런 시를 쓴 걸 보니 누구를 그 무렵 사랑했었나 보다>에서

“……..

너는 나에게 상처를 주지만 나는 너에게 꽃을 준다. 삶이여

나의 상처는 돌이지만 너의 상처는 꽃이기를, 사랑이여

삶이라는 것이 언제 정말 우리의 것이었던 적이 있는가

……. “

거두절미하고…..너의 상처를 꽃으로 덮어 주는 어여쁜 마음, 잠언같다.

언제나 삶이 우리에게 호의적이지 않을지라도 너의 상처를 치유할 꽃을 마련하는 자비로움. 

매무새를 본 받고 싶은 것인지 콧노래처럼 자꾸 입안에 떠 있는 게 우습다. 

 

돌의 내부가 암흑이라고 믿는 사람은

돌에 부딪쳐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돌 속에 별이 갇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다.

돌이 노래할 줄 모른다고 여기는 사람은

저물녘 강의 물살이 부르는 돌들의 노래를

들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

돌은 그저 돌이 아닌 것으로, 가슴에 단단한 옹이를 간직한채 무표정하고 굳은 얼굴로 살아가는 나 자신이고 우리의 이웃일 것이다.

그러게 우리 가슴에는 별이 있었고, 한 때는 불이었으며, 따사로운 햇살 아래 반짝이며 흐르던 물이었는 존재들이다. 그래서 이제 남의 돌도 가만히 바라보아야 할 것같다.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아름다운 세상이 보일 것같은 사전이라 서점에 나와 있다면 달려가서 사서 볼터이다.

세상의 말들은 달라져서 봄은 떠난 자들의 환생으로 자리바꿈하고,

제비꽃은 자주색이 의미하는 모든 것으로,

또 하루는 영원의 동의어로…”

만약에 이런 사전이 나온다면 얼마나 위트가 넘치고 여유로우며, 아름답고 따뜻한 세상일까?

류 시화 시인이 만든 사전이라면 나는 바람같이 서점으로 달려 갈 것이다. 아!! 상상만으로 즐겁다.

 

시인의 가난과 고독은 고급스럽고 사치해 보인다.

그것은 누에를 닮은 시인의 일용할 양식으로서 마침내 곱게 섬세한 실을 뱉아 낼 터이니.  

그래서 시인은 고통을 한 차원 승화시키는 마법의 전수자이며,

시를 통해 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사라지게 하는 것을 아는 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