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08년

자기 인생의 진정한 주인 -한비야-

수행화 2008. 8. 25. 14:40
한비야의 책은 이미 몇권을 읽어 그의 저돌적인 성실함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러나 자기 배낭 여행을 스케치해 본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4권 중 3권을 읽으며 그의 큰 그릇에 또 놀라고 있다.
본격적으로 자신의 여정을 따라서 훑어 읽어 내려 가는 동안
나는 초인적인 한 비야의 적응력에 질리고 말았다. 그는 정녕 배낭 여행의 대부이고 오지 여행의 선구자이며, 영혼의 자유를 구가하는 여장부이다.

외국어로 단단히 무장을 했다고는 하지만 지평선 넘어, 수평선 넘어 지구의 끝이라 할지라도 배낭에 용기만 담으면 어디든지 못 갈 곳이 없다는 담대함이라니!
폭풍이라도 일으킬듯한 강한 호기심에다 넘쳐나는 자신감으로 스스로의 인생에 도전장을 던져 보고,
신들매를 조이고는 험난한 여정에 들었으며 인내와 용기를 안내자 삼아 오늘을 긍정하며 상황을 받아 들이는 자기만의  방법이 돋보인다.

작은 바람에도 덜컥 안으로만 움츠려드는 달팽이 같은 나의 삶.
그딱딱한 집을 벗어 던지지 못하고 어제도 오늘도 무엇 하나 이루지 못하는 나의 삶을 대비해 본다. 극명한 대비를 보이지만 언감생심 그런 삶을 나는  꿈마저 꿀 수 없는 그무엇이다. 그러기에 대리만족!

남미 대륙 1/3을 히치하이킹, 공짜 트럭을 타고 논스톱으로 4박 5일을 관통한 기록.
그것도 야간트럭에 불편하게 꼬박 앉아 신경을 곤두세우고서...
모기에 물려 가며 다니는 것은 기본, 중국 어느 지방에서는 쥐에까지 물려 가며,
킬리만자로 등정, 사막 횡단, 시베리아를 기차로 달려 보기. 고원의 땅, 티벳에서 고산증 실험(?) 해 보기
남미의 어는 산골 마을에 홀로 사시는 할머니의 뜯어진 치마단까지 꿰매 드려 가며.
혹은 중국의 어느 가정에서는 집 나간 며느리 대신 며칠 간 며느리 노릇해 드리며 할머니의 누선을 자극하기까지...

현지인의 삶 속에 바로 뛰어 들기 위해 그는 늘 오지를 선택하고 기왕이면 힘든 코스를 즐겨 택하고, 지극히 평범한 가정에 민박을 선호하고,
그들과 동화 되어 마치 어제 헤어진 부모 형제 혹은 친구를 만난 듯,
특유의 붙임성으로 정이 후두둑 붙게끔 하며 만나고는 또 헤어지고.
가는 곳마다 사랑을 듬뿍 뿌리고 사랑을 받았으며 튼실한 인연을 만들어 두고는 다시 바람 속으로 발길을 돌리는...

아름다움에, 감격에 푹 빠졌다가도 홀연히 빠져 나올 수 있는 집착 없는 삶, 구도자의 삶, 무소유의 삶의 실천자라고나 할까?

그리고 그는 프로 여행자답게 종교적 편견이 없다.
때로 그 해악을 걱정을 할지언정 세계인의 종교를 이해하고 각기 다른 종교 의식을 좇아 해 보기도 한다.
그래서 그는 아프가니스탄 사태의 경우,현지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감상적 선교를 염려했고 깊은 아쉬움을 보였던 것이다.

아프리카, 중동, 중앙아시아.
중남 아메리카, 알라스카.
몽골 중국 티베트,

발길이 스친그 많은 국가와 마을들. 내게는 경이롭기까지한 그의 여정과 그 뒷얘기들은 허구에 찬 소설에 비하면 얼마나 역동적인 즐거움이 있는가!
젊을을 던져 세계의 거리를 자기 발로 걸어 보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그보다 멋진 것은 그녀의 인간에 대한 사랑,
세계인을 아우를 수 있는 인간에 대한 깊은 사랑이 아닐까 한다.
책장을 넘겨 가며 그녀의 여정을 따라 다닌 며칠은 몹시 즐거웠고, 삶의 파고를 멋지게 거스를 수 있는 열정을 닮고 싶다.

2008-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