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13년

나에게 통섭의 식탁이란?

수행화 2013. 2. 22. 01:21

통섭의 식탁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가 펼쳐 주는 식탁이 궁금했다.

 

식탁에 마주 앉는다는 것은 밥을 먹든 차를 마시든 대화가 있고, 감정의 교류가 있게 마련이어서 인간 관

에 상당한 부분 중요한 역할이 있다.

그러나 저자가 권해 주는 식탁의 메뉴는 재미 있게도 책이어서 책을 받아 든 독자는 에피타이저부터 후식까지 골고루 잘 차려진 코스 요리를 맛 보아야 한다.

말 그대로 독서를 밥 먹듯 해야 할 것같은 관념을 가지게 한다.  

 

통섭이라는 표현은 영국의 자연 철학자 William Whewell이 만든 용어인 Conscience를 통섭이라 해석한 것이라고 한다.

 

글로벌 시대의 인생은 학문에서도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분리해서 이해할 것이 아니라

두루 교차해서 공부하고 전혀 다른 분야의 지식도 받아 들이는 자세가 중요하고

그런 지질을 가지는 사람이 통섭형 인간이라는 것이다.

 

길어진 인간의 수명은 우리 삶의 주기와 패턴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오고 있고,

따라서 앞으로 우리의 삶은 인생을 이모작, 삼모작으로 경작하며 살아 갈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첫걸음은 여러 분야의 지식으로 무장하여야 할 것이니, 독서는 가장 기본적인 해법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통섭형 인간은 잘 기획된 독서를 통하여 이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은 저자가 살아 온 삶의 궤적이

말해 주고 있었다.

문학 지망생이었으나 우연한 계기로 동물학자가 되었으나 저자 자신은 늘 문학을 생각하고 인문학을 사랑하여 훗날 하버드 대학교에서 수학하면서 통섭 이론을 주장했던 에드워드 윌슨에게서 큰 영향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두루 섭렵하는 방대한 독서를 했음을 말하고 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졌으나 저자처럼 전공 이외의 책을 이다지도 많이 읽었다는 것은 참으로 놀랍고 존경스러웠다.

 저자의 식탁을 두루 살펴 보다 주제에 연관된 책을 몇 권씩 추천하는 것이어서 잘 기획된 독서 계획서를 보는 것과 같으니 독서의 지평은 자연히 넓어질 것이다.

 

이러한 독서의 방향을 여러 가지 요리가 써빙되는 식탁에 대비 시킨 발상도 재미 있고,

삽화를 곁들인 책이 주제의 무게를 덜어 주고 있고, 색깔을 바꿔 가며 펼치는 옥스퍼드지 식탁보의 페이지를 넘기는 것도 즐겁다.

요리와 식탁을 컨셉으로 하는 북 디자인도 통섭의 이론에 한 몫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저자의 궁극의 주장은 동물이나 식물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고 또 지구와 환경에 대한 인간의 배려라고 본다.

우리가 이것들을 알면 사랑하게 되는 것이기에 전공과 관련한 책이 많이 추천 되어 있다.

 

그러나 나는 저자가 전하려는 많은 의도와는 별개로 나의 독서 습관이나 취향이 얼마나 산만하고 남부끄러운가를 깨달았다.

나에게 독서의 식탁 메뉴란 무엇인가하는 주제를 벗어난 생각을 하게 된다.

 

독서랄 것도 없지만 나의 닥치고 식의 무계획한 독서 습관,

좋아하는 작가의 산문집이나 베스트셀러를 뒤적이며 휘적 휘적 책갈피를 넘기는 참을 수 없는 독서의 가벼

움이라니

 

내 독서의 방황은 어디쯤에서 그칠 것인가?

언제까지 애피타이저만 수저질하고 있을 것이며 어느 세월에 메인 요리는 맛을 볼 것이며,     

나를 위한 식탁의 메인 요리는 무엇이어야 한단 말인가?

 

읽고 싶은 책 몇 권을 메모해 두면서 나에게 우울한 질문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