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13년

인생의 모퉁이에서 만난 빵집.

수행화 2013. 3. 9. 23:31

노아 벤샤가 쓰고 류 시화가 옮긴 '빵 장수 야곱, 짧으나 긴 여운을 남기는 책을 읽었다.

 

인생의 길 모퉁이에 가면 그 곳에 작은 빵집이 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빵 장수 야곱을 만날 수 있다.
그는 밀가루 반죽을 나르고, 성냥불을 그어 오븐에 불을 붙이고 문득 종이 쪽지에 글귀 하나를 적는다

 신은 우리의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잰다’ 

 

쪽지는 빵 속에 들어 가 구워져 나와 누군가에게 전해 졌으며,

빵은 통하여 구워져 나간 지혜로운 글들은 너울 너을 흘러 나가 많은 사람에게 영혼의 위로를 안겨 주었다는 것이다. 

어느 날 고아인 요나가 빵 장수를 찾아 오고, 요나는 빵 장수와의 대화를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우며 성장한다.

 

우리가 꾸는 꿈은 분실물 보관소

배움은 얻도록 태어나서 바보처럼 죽는다

당신 자신이 자식들이 커서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되라

세월은 쏜살같이 흘러 가고 하루하루는 굼벵이처럼 기어 간다

인생이 우리를 어디로 인도하든 그 나름의 목적이 있는 법
우리들 중 지도를 가진 자는 없지만 우리 모두는 나침반을 갖고 있다

확신과 의심은 전염성이 강한 것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갖고 있는, 잃고 싶지 않은 것을 위해 기도하라

강은 달려 가지 절대로 걷는 법이 없다

 

요나와 나누는 많은 대화에 어느덧 귀 기울이며 나는 배우는 자세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우리가 오래 잊고 있던 소중한 진실을 다시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질문과 대화를 통하여 지혜롭게 성장한 요나는 훗날 빵장수 야곱의 곁을 떠나게 된다.

요나가 집을 떠나는 날 빵장수 야곱은 책 한 권을 선물한다.

아무 것도 적혀 있지 않은 빈 책이었고, 책을 받아 든 요나는 비어 있는 책에 대해 묻는다.

아무 것도 적혀 있지 않다고 느낄 뿐, 그것은 네 자서전이야.

벌써 몇 페이지 읽어 보았더니 시작이 좋던데!”

좋은 책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요나는 출발이 좋은 빈 자서전의 두꺼운 책을 안고 떠난다.

 

출발이 좋은 빈 책을 안고 길을 떠나는 요나는 우리 모두의 얼굴이다.

빈 자서전에 각자 다른 인생을 기록해야 하리라는 것, 자기 인생을 빛나게 써 나가야하는 명제를 안았다는 것.

나는 비로소 나이를 먹은 것에 연민을 가지게 된다.

몇 페이지 남지 않은, 비었다고도 할 수 없는 자서전을 받아 들었기 때문이다. 

많은 시간들은 우리가 다음 과목으로 넘어 가기 전에 한 과목을 완전히 배울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예전에 알았더라면!

그러나 절망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으리.
다이아몬드도 처음에는 석탄이었으며, 시간과 압력이 다이아몬드를 만들었듯이,

우리도 작은 것에서 출발하여 마침내 소중한 것을 얻겠다는 따뜻한 믿음의 불시를 살려 봐야할 것같다.

스승은 어디에나 있다고 했다.
빵 장수는 또 한 분의 스승이어서 우리의 인생이 덧없이 새 나가지 않게, 조심스레 보듬으라 일러 주고 있다.

이 책은 줄거리가 없어도 되는 책,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거기 이어지는 삶에 대한 질문과 지혜로운 해답을 읽으면 되는 것이다.

밑줄을 긋다 보면 모두 밑줄을 그어야 할 것 같은 놓칠 수 없는 잠언들이 그득한 책이다.  

 

노아 벤샤는 시인이고, 철학자이고 명상가라고 한다.

그렇지만 몰랐다 해도 빵 냄새를 맡으면 깊은 명상과 사색으로 잘 구워져 나온 빵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챌

수가 있다.

작가는 실제로 세계적 제빵 회사인 뉴욕의 베이글 사를 경영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인생의 길 모퉁이에서 지혜와 명상을 구워 내는 진실로 성자다운 빵 장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