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13년

'Scott Nearing'의 근본주의적 삶.

수행화 2013. 5. 18. 16:22

 

 

 

얼마 전 친구로부터 'Scott Nearing 자서전'과 '자연식 밥상'이라는 책을 선물 받았다. 뜻밖의 선물에 반갑고 놀라웠다는 건 당연한 사족이고, 내게 보내겠다고 준비해서 우체국까지 발걸음을 한 친구의 따스한 온기가 함께 배달되어 더 소중한 선물이었다. 이 봄, 나를 생각하는 벗이 있다는 것에 가볍게 흥분하면서 행복해 했다. 

 

나는 '스콧 니어링'이라는 사람에 대한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이 무심히 책을 펼쳤고, 그저 찬찬히 읽다 보니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하여 엄청난 통제력을 가진 드물게 보는 굉장한 이론가라는 걸 알게 되었다. 철저하게 이론으로 무장된 사회주의자이니 애초에 나의 관심 분야 밖의 사람일 것이 분명한데 어느듯 내게 존경의 념까지 불러왔다.

 

그는 1883년 펜실베니아 주, 티오가 카운티라는 탄광촌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산골 마을에 대한 많은 추억을 쌓있으며, 특히 자연과 책을 접하게 해준 어머니와 또 과학과 기술, 토목 공학 등  실리적 삶을 경험하게  해준 할아버지의 영향을 깊이 받았다고 한다.

그의 할아버지는 정기적으로 뉴욕에 나가 브렌티노 책방에 들러 몇상자 씩 책을 사 오셨고, 저녁 시간이면 늘 서재에서 독서하는 각별한 분위기인 점을 보더라도 어른의 보호와 배려가 돋보이는 훌륭한 가정이었다고 하겠다. 그러한 환경에서 자란 어린이가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두뇌를 키웠으리라는 짐작은 어렵지 않다. 

 

유복하게 자라 원칙을 신봉하고 좀 더 나은 미래를 꿈구던 한 젊은이가 미국의 기성 사회에 대해 격렬한 분노와 비판을 가하면서  보수적 급진주의자로 변화되어 가는 과정을 스콧 니어링은 그의 자서전을 통하여 잘 보여 준다. 

석탄광산, 유리 공장, 기계 공장, 직물 공장 등 아동들이 노동에 집중적으로 투여되는 현장을 접촉하게 되면서 그는 사회 체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교사의 길을 걸으면서 끊임 없이 사회의 부조리 현상을 파헤쳤고, 무수한 강연을 통하여 문제를 제기해 나간 것이다.

 

강연과 교육을 병행하며 열성적으로 보낸 교단에서의 10년 후, 1915년 어느 날, 펜실베니야 대학 워튼 스쿨 경제학 조교수에서 해임되면서 학계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고, 다음에 톨레도 대학에서 또 해임되었다. 부와 가난 사이의 극심한 모순, 착취와 불공정, 계획적인 대량 살상의 현실을 폭로한 것이 화근이 되어 마침내 교단의 추방자가 되어 버린 것이다. 

1915년에서 35년까지 20년 동안 일년에 4백 여회 강연을 다녔다니, 주 평균 8-10회 가량의 강연을 소화하는 생활을 한 것이며, 강연과 해외 학술 여행 그리고 저술 활동을 통하여 그의 이름은 널리 알려져 갔다. 해임 이후 결국 새로운 삶의 길로 접어 들게 된다.

이 경험을 통하여 그는 평화주의자, 채식주의자, 사회주의자가 되어 버렸다고 회고한다. 
첫째 우리 인간이 우주의 일부분인 것처럼 현상 세계의 모든 생명체도 우주의 중요한 일부분이라는 생각, 그래서 우주 안의 다른 생명체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사상이 그를 평화주의자로 만들었다고 한다.

둘째 생명이 인간에게 중요하다면 우주적 조화의 일부분인 다른 생명체들의 생명도 역시 중요하다는 사상의 실천으로  채식주의를 택하게 된다. 채식주의만 충실히 실행해도 다른 생명체에게 끼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생명의 조화를 어지럽히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셋째 공동체 전체가 필요로 하는 일은 공동체가 소유, 관리해야 하고, 이 모든 것은 인민을 위해 운영 되어야지 개인에게 막대한 이윤이 돌아 가서는 안된다는 관념에서 자본 주의는 청산되어야 할 대상이라 보았고, 사회주의자의 길을 걷는다. 

그래서 인생의 참된 목표는 자신의 숙명에 순응하며 동료들에게 똑 같은 기회가 주어지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회적인 사고와 행동의 중심에는 협동이 있고, 협동으로 경쟁을 대체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 굳게 믿어 사회주의자가 되었다고 한다.

많은 독서와 경험, 토론과 사유의 결과로 이 와같은 더 나은 이상적인 사회를 지향하는 길이 진보라고 믿었고, 자유주의를 '상한 갈대'라 정의하며 타도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 그 인생을 점철하는 사상이라고 보면 될 것같다. 

 

1932년 스무살 연하의 두번째 부인과 함께 현금 300달러에 저당권 800달러를 설정하여 농장을 사서 손수 집을 짓고, 처음에는 단풍 나무 시럽을 생산하며 생계를 유지해 간다.

그런 생활을 통하여 그는 소유욕 억제하면서 원조를 실천하였으며물질적 탐욕에 물든 인간들을 괴롭히는 권력으로부터, 출세욕에서 오는 조급함으로부터, 부와 권력을 추구하면서 동반되는 근심과 두려움으로부터, 많은 사람이 몰려 드는 복잡함과 혼란 등 네가지의 해악에서 해방되었다고 스스로 평가한다.

 

적은 비용으로 몸과 마음을 유익하게 하는 방식은 시골에서 자급농으로 살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체험적으로 보며 아울러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라 소개한다.

가축을 사육하지 않아, 치즈 버터를 위시한 축산물을 거의 이용하지 않았으며, 먹는 음식의 50%가량은 과일과 과일 주스로, 35%는 채소로, 10%는 지방, 5%는 단백질을 섭취하는 식생활로 고담백 식사를 벗어났으며, 술 담배, 커피나 차, 청량 음료등을 피하는 것으로 경제 원칙으로 삼았다. 

 

 

"타자기보다 펜으로 글을 쓰고, 자전거를 타는 것보다 걷고, 발을 땅에 대고 내 주변의 일들을 관찰하고 기록할 수 있도록 느리게 움직이는 것이 좋다.

인간이라는 유기체는 고체, 액체, 공기, 햇빛, 방열 같은 생존 환경의 요소들을 섭취함으로써 유지되어, 이런 산물을 섭취하면 인간 유기체는 별 문제 없이 유지 되어지는 것이다"

 

금식, 소박한 식사, 운동, 휴식만으로 수명을 조절하거나 생명을 최대한 연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건강 관리법은 의사를 멀리하는 생활 방식이라며 실천한다. 안락이 보장된 인생을 뒤로하고, 굳이 힘든 세상에 몸을 던진 것은 나름의 철학적, 경제적 신념이 이렇게 확고하기 때문이다. 

 

경제적 중압감은 다음의 세가지를 염두에 두고 풀어 나갔다.

첫째, 지출을 최소한 줄일 것이며, 수입의 일부를 노후 생활을 위해 적립해야 한다. 자기가 먹을 것은 직접 재배해서 만들어 먹고, 빨래, 집짓기, 수선, 수리도 손수하고, 병을 치료하기 위한 비용을 피하기 위해 건강을 잘 유지해야 하고, 집세,  이자, 세금 같은 고정 비용을 늘리지 않고, 예비비를 적립해 위급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한다. 즉  최소한의 에너지와 돈을 지출하면서 최대한의 행복을 이끌어 내는 경제의 기본을 실천한 것이다.

 

사회에 의존하는 생활 방식은 자급자족 경제를 실천하면서 점점 줄어들 것이며, 인간이 자연의 리듬을 가까이 느끼며 안정과 평온을 얻어 자연과 일체감을 키울 것이며, 자연의 리듬은 발육과 성장을 자극하여 궁극적으로 인간과 대지를 든든하게 결합시켜 준다는 이론이 신선하게 들린다. 이런 삶을 가능하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시골 생활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스콧 니어링' 식 지출의 황금율'은 소비 지상주의적인 사회에서 커다란 반대에 부딪쳤고, 다른 한편에서는 사회적인 급진 주의자로서 부유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도 많았으니 그는 사회악의 한 축으로 밀려나게 되었다고 한다. 

 

철저한 채식주의자인 그는 100살이 된 1983년 8얼 24일 스스로 곡기를 끊어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100년을 살았으니 지상에서 자신의 임무를 완전히 마쳤다고 판단한 것이다. 의지의 인간은 전설이 된 것이다.

 

그리고 '스콧 니어링'과 부인 '헬렌'을 기리기 위해 설립된 '굿 라이프 센터'는 현재 메인 주의 숲 속 니어링 농장에 위치해 있으며, 일반인들에게 연중 내내 개방되어 있다고 하며, 니어링의 철저한 근본 주의 정신을 배울 수 있는 장이 되어 있다고 한다.

 


 

 

소크라테스의 이성의 법칙,  부처의 살생하지 말라는 가르침, 노자와 간디의 비폭력, 예수와 그의 사회봉사 본보기, 공자의 중용, 소로의 소박한 삶, 휘트먼의 자연주의 자들, 마르크스 엥겔스와 레닌의 착취와 혁명의 사상, 빅토르 위고의 인도주의,.......
평생을 진리를 추구하고자 했으며 사상적 탐구로 보낸 한 인간의 자전적 이야기는 구도자의 삶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그의 육성에 귀 기울이듯 읽어 보게 되는 책이다. 

 

스콧 니어링을 통하여 철저한 이념적 사회주의 사상만을 보는 사람도 있겠으나 내게 던져주는 분명한 멧세지는 생명 존중의 사상이며 일생을 수도하듯 검약하게 살아 간 경제 방식이다. 
절약을 위한 계획 경제, 전쟁 없는 세상, 파괴적인 도구를 대량 생산하지 않는 세상, 우리의 몸이나 땅을 독으로 물들이지 않는 유기농법의 실천 등은 인간의지와 합의로 얼마든지 실현 가능할 일이고, 신체적, 정서적, 정신적, 제도적 차원에서 인간과 자연의 합일을 인식해야한다는 사상도 삶의 기초로 삼기에 어렵지 않은 것인데도 우리의 관심은 늘 먼 곳, 어려운 곳에만 가 있었나 싶다. 

 

"나는 인생을 즐기거나 다른 사람의 노동에 의지해 살아가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

일을 하기 위해 그것도 있는 힘을 다해 일을 하기 이해 이땅에 태어 났다."

"생계를 위한 노동 네시간, 지적 활동 네시간, 좋은 사람들과 친교하며 보내는 네시간이면 완벽한 하루가 된다."

 

문명의 유혹과 천박함으로 부터 자존심과 품위를 지키며 건전한 정신을 유지하는 것을 실천으로 보여주머 정화된 인생을 영위하는 자를 본다는 것은 성자를 보는 것이다. 모름지기 인간으로 태어났으면 응분의 책임감으로 스스에게 합당한 몫의 일을 해 나가야 한다는 가르침이 설득력이 있다. 그래서 완벽한 하루의 완성을 나름으로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친구가 내게 건네고 싶은 말이라 여기며 마음에 아로 새겨 고맙게 간직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