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08년

규영이의 행복 사전

수행화 2008. 8. 25. 14:41
규영이가 어엿한 초등학생이 되었다. 감격 시대를 맞이했다,

반 배정을 받고 생애 첫 교실에 앉아 있는 차분한 모습이 그렇게 어여쁠 수가 없다.
기대를 가득 실은 반짝이는 눈빛을 보며
배움의 찬란한 세계에 성큼 들어 선 것에 나는 감격 했다
저의 엄마, 휴가까지 낸 아빠에게는 뭐 설명이 필요 없는 감격의 날이었으리.
창틈을 통해 딸을 보겠다고 머리들을 조아린 모습에서 뿜어져 나오는 행복을 나는 보았다.

그날 나는 한 송이 국화꽃을 피워 내는 시인의 마음에 한껏 공감했고,
지난 시간들을 떠 올려 보며 난데 없는 애틋한 감상을 일으켰고 이 모든 장면에 마음으로 감사를 보냈다.

입학식 전 날 나는 규영이에게 넌지시 한마디 일러 줬다.
학교는 유치원과 다르고, 선생님도 유치원 선생님과 다르다고,
특히  선생님은 유치원 선생님과 달라서 “규영이 왔니? 아이 예뻐! ” 뭐 이런  말씀은 안 하실 거라는 얘기며,
말씨도 남이 잘 알아듣게 또박또박 해야 할 것이며,
선생님 말씀은 바른 자세로 잘 들어야 좋은 학생이 될 수 있다는...
우리 모두의 귀염을 받고 자란 규영이가 딱딱한 학교 생활에 피로감이 생길까봐 은근 슬쩍 던져 준 말이다.
그런데 의외라는 듯이 아주 심각하게 듣는 게 아니가!
혹시 학교라는 곳을 미리 어렵게 여기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이 일었기에 나의 노파심에 다소 제동을 걸어 가며 단순하게 말하려 애를 썼다.

아! 그런데 우리 장한 규영.
이번 주말에는 봄 기운이 물씬 나는 쟈켓까지 입고서 아주 학생티를 내고 왔다.
그리고 학교에서 배운 노래- “사랑해요, 이한마디 참 좋은 말...” -도 율동까지 곁들여 불러 주었고 사귄 친구 얘기도 하며  학교 생활을 아주 즐거워 했다.
노파심이라는 말은 정말이지 노파만이 만들어 하는 필요 없는 걱정이어니 그말을 만들어 낸 누군가의 직관력이 참으로 감탄스럽다.

이날 오후 규영이가 보던 책에 ‘행복 사전 만들기’라는 페이지가 있었다.
자기를 행복하게 하는 것을 'ㄱ~ㅎ‘ 까지 생각해서  란을 채우면 즉 자기의 행복 사전이 된다는 것이다.
나는 예를 들어 ‘ㅇ‘ 란에 아이스크림, ’ㅍ' 란에 피짜,...뭐 그런 식으로 써 보라고 했더니,
이게 웬 일인가!
당장 ‘ㅎ'란에 “학교”, 'ㅅ'란에 “선생님”이라고 금방 써 넣는 것이 아닌가.
학교를, 선생님을 이렇게 사랑하고 있단 말인가?
순수하고 고운 마음, 사물을 긍정적으로 바라 볼 수 있는 따뜻한 시선을 가진 규영이가 나는 너무 고맙고 사랑스러운 것이다.

사랑하는 마음은 에너지의 핵인지라 성장을 거치며 무한히 자라면서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 어령 씨는 올해 서울대학교 입학식 축사에서
“떳다 떳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높이 높이 날아라 ....”를 불렀다고 한다.
이상을 가지고 더 높이 도약하라는 의미를 상징적으로 표현 했으며 창공을 나는 비행기처럼 무한히 넓은 세계를 꿈꾸라는 의미이었으리라.

우리 아기 규영이도 이제 우주인이 우주를 유영하듯 드넓은 지식의 세계를 향한 여정에 들어섰다.
잘 헤쳐 나갈 것이라는 믿음을 확실히 주고 간 주말이었다.



정권희
저의 어릴적과는 무척 다른 자신감에 넘치는 규영이 모습을 보면서, 잘 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깁니다.  2008/03/27   

박선희
엄마 아빠의 사랑에 할머니, 할아버지의 지극한 사랑까지 넘치게 받은 우리아이들...
자라면서 그 사랑이 우리아이들에게 내면의 힘이 되어주리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