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앨범/ 2013앨범

5월을 기다린 남이섬

수행화 2013. 5. 27. 11:52

 

 

 

많은 동남아 관광객이 시간 내어 들러는 곳을  이제야 찾는다니 참 철 늦었다는 생각이 들던 오월 아침,
이상 기후로 한냉한 기류가 봄이 오는 길목을 자꾸 어지럽힌다고 하지만, 어김 없이 봄은 닥아 와 있다. 
 비를 품은 하늘은 햇살 가리려 하나 바람은 어쩔 수 없는 훈풍이다.  

2002년 '겨울연가' 이후 아시아권 관광객이 급증하더니 최근에는 북미, 유럽, 중동관광객의 발걸음도 잦아지고 있다는 섬.
2006년 3월 1일 나미나라공화국으로의 독립을 선언하면서, 독자적인 국기와 애국가, 화폐, 여권, 우표를 발행하는
미니 국가로 탈바꿈하여 오늘에 이르기까지 동화나라로 만들고자 애쓰고 있다고 한다. 

 

 

 

 


남이섬을 '나미나라 공화국'이라 부르짖는 안내가 유머러스하게 보이더니,
입장료 처리는 '나미나라 비자 발급'으로 통하니 웃음이 나오고 나이가 있는 우리는 살짝 쑥스런 느낌을 가진다..
깃발을 나부끼며 떠나는 배는 먼 낯선 곳으로 안내할 것만 같고,
우리 또한 여행자들 마냥 뱃전에 기대어 잠시 즐거운 착각에 빠져 본다.

 

 

 

 

 

미니이처 집에다 아기들 조각상이라!
모두들 잠시 동심으로 되돌아 가보라는 최면을 거는 것같다.
쑥스러운 기분은 잠시 예상치 않게 어린 마음이 되어간다.

 

 

 

 

 

유명한 메타세퀘이어 길. 영화 장면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바로 알게 한다.
섬을 가로 지르며 곧게 난 길이 먼 과거, 또는 미래처럼 아득하고 그림같다.

 

 

 

너무 번잡하지 않을만치, 너무 멀지 않을 만치, 따문 따문 벤치가 평화롭다. 

 

 

 

 

 

독특하기로는 또 지형 지도라,  대단한 국가의 지도같다. 귀엽다.

 

 

 

폐품을 이용하여 섬을 꾸민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듯이, 폐 팻트병으로 꾸민 다리가 이렇게 멋질 수가 없다.

 

 

 

 

 

시골 부엌 문을 떼어다 놓았나.
그러나 홀로 떨어져 나오니 설치 미술품이 되어 점잖은 자태를 하고 있다.
창의적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한 것이다.

 

 

 

콘서트장도 있고.

 

 

 

 

'세계 책나라 전시회'를 열고 있다.
책을 쌓아서 기둥을 만든 것이 이채롭다.

여러 이벤트가 있어 늘 볼거리를 제공하는 모양이다.

 

 

 

 

 

섬에 널부러진 돌들을 잘 배치하여 아름다운 공간을 꾸민 것같다.그런데 엣집 뒤란같아 정겨운 공간이다.
장독대도 미술품이 되었고.....이렇게 가꾼 강 우현씨를 우리는 익히 들어 알고 있다.
 시시한 것, 하찮은 것이 좋다고 하는 말을 곱씹으며 거닐어 본다.

 

 

 

 

철길로 동화 나라, 작은 공화국을 둘러 보게 만들었나 보다.

 

 


 

 

돌로 혹은 통나무로 닦아진 산책로도 참 친환경적이다.

 

 

 

 

 

국제적인 호텔에 내 걸린 만국기를 의미하는가?
나미 공화국은 국기도 가진 어엿한 나라라고 한다.
비현실적 공상이 얼마나 순수한 것인가?
 미니 공화국을 방문하고 시찰하면서 미소짓는 나이든 어린이가 되고 있다.

 

 

 

 

 

국립 호텔이라는 이름을 가진 숙박 시설이다.
 이 아기자기한 섬에서 아침을 맞는다면 참 행복할 것이라 생각해 본다.

 

 

 

 

겨울 연가에서 빛나던 추억의 눈 사람.
모든 이의 가슴을 순수함으로 뒤덮었던 기억이 새롭다.
아시아는 물론 미주까지도 이 섬의 이름을 알리게 한, 이야기가 있는 벤치.

 

 

 

 

 

아름드리 나무가 아니어서, 탐스런 꽃가지가 이니어서 정겨운 나무 한 그루.
담뿍 꽃을 매달지 않아도 봄에 띄우는 어여쁜 엽서같은.

 

 

 

 

 

연못에 나무 한 그루가 정물처럼 단정하다.
나무마다, 풀마다 저마다의 소질을 잘 살린 손길이 보인다.

 

 

 

 

꽃 장식한 테이블은 거룩한 레스토랑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소박한 테이블에 의외의 즐거움을 주는 작은 배려.

 

 

 

 

 

꽃그림을 그린 호텔 간판인 모양이다.
온갖 게 다 귀엽다.

 

 

 

 

 

 

마을 입구의 천하 대장군 형상을 한 이정표가 눈에 뜨인다.
얼른 봐도 함부로 나뒹구는 나무 토막을 손질해서 세운 것이라는 걸 안다.  
얼기 설기 다소 어슬프게 짜 맞춰 친근하고 소박함을 더하는 재주라니!

 

 

 

 


남이섬의 나무나 풀포기는 정형화한 미인이 아니다.
내면이 아름다운, 꾸미지 않은 미인의 얼굴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물 가에 아롱거리는 올챙이는 개구리가 되어 여름이 가는 것이 애달파 울어댈 것이다.

 

 

 

 

 

아름다운 길은 언제나 걷고 또 걸어 보고 싶게 한다.
흙길의 표정이 그렇고, 시선을 잠깐씩 강물에 보낼 수 있는 작은 풀숲이 또한 그러하다.  

 

 

 

 

 

통나무를 엮어 투박하게 질러 둔 다리.
밧줄이 마치 현수교인양 늘어져 있다 했더니 울퉁불퉁한 다리 위를 걷는데 붙잡고 걸으니 십상 좋다.

 

 

 

 

헛다리 길이란 무슨 뜻일까?
참다리가 아닌 헛다리? 강물 위에 어설피 떠 있는 다리?

 


 

 

 

이 섬에는 형식이 굳이 없는 게 특징같다.
길은 생긴대로, 나무는 나무 나름으로 제자리만 지키면 되는 것같다.
산 넘어 물 건너, 마을 어귀를 지나, 정자 아래에서 쉬었다가, 불이 빤한 마을을 찾아 드는 나그네의 마음이 된다.
자유롭다.

 

 

 

 

 

섬의 끝은 '땅끝마을'
유머가 넘치는 동네다. 정말이지 웃지 않을 수가 없다.
먼 길을 헤쳐 여기까지 왔다는 익살스런 기분으로 기념 사진들을 찍는다.
외국인들에게는 얼마나 남다를까 싶다.

 

 

 

남이섬이 섬이 되던 날 물에 발을 담근 후 늘 물가에 시린 발을 담그었노라....
그래도 원망은 커녕 흐드러지게 꽃을 얹었다가 수 놓듯 사뿐히 강물에 떨구니 한들 한들 떠 내리고 있다. 
흐르느듯 아닌듯,  아름다운 정경이다.

 

 

 

강변을 다라 난 산책로는 사람도 자전거도 강바람을 잔뜩 머금어 좋다. 

 

 

 

 

몹시 나이 든 나무들이 넓은 잔디 밭을 지키니, 마치 고흐의 그림을 보는 것같다.
계절을 잘 담아 낼 캔바스임이 틀림 없을 것이다. 어떻게 구도를 잡아도 멋진 풍경화가 될 것이다.

 

 

 

선사 시대 체험장인가 싶다.
그러니까 단군 이래 우리의 삶을 군데 군데 패치워크를 한 것이로구나.

 

 

 

 

유채꽃 밭이 아담하고 장독대 모퉁이를 돌면 정다운 얼굴이 나타날 것만 같다.
올망졸망한 기억들을 불러 모아 본다. 추억은 결코 늙지 않는 것이기에.  

 

 

 

 

 

 

동심을 길어 올리는 힘이 남이섬에는 분명 있다.
사소한 것의 아름다움으로 천진한 웃음을 선사하는 섬.
그리움이 그리워질 때, 마음이 어려지고 싶을 때 나는 또 이 섬에 찾아들 것이다. 

 

< 2003년 5월 2일 앨범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