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13년

꾸뻬씨의 행복 여행을 따라 가보니.

수행화 2013. 10. 20. 00:37

"꾸뻬 씨의 행복 여행' 을 구해 읽었다.

행복을 논하는 많은 이론이 있고, 행복을 장담하는 말과 글들이 쏟아져 있는 지경이라,

이제 행복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새삼스럽고 차라리 진부하게 들리기까지 한다.

 

그러나 작가 '프랑수아 를로르'씨는 자신이 정신과 의사이고 심리 학자이어서일까,

행복을 거룩하고 현학적으로 해석하지 않아 피로하지 않으며, 현란한 언어로 힘들게 하지 않으니 일단 편안하고,

그리고 가벼이 읽어 달라고 주문하는 것처럼 보드라운 글에다,  

엽서처럼 예쁜 삽화까지 따문따문 끼워져 있어 동화 책을 펼친듯이 따스함이 전해 오는 아름다운 책이다.

 

다른 지역 사람들보다 더 많은 행운을 누리는 사람들이 사는 지역에,

다른 지역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정신과 의사들이 있다는 참 이상한 현실이 있다.

 

꾸뻬 씨는 그 가운데서 성공적으로 살아 가는 정신과 의사이다.

꾸뻬 씨의 진료실은 현대식 건물들이 아름답게 자리한, 모든 것에 부족함이 없는 대도시의 중심가에 있으며,

그와의 면담을 원하는 이들로 언제나 넘쳐 났다.

 

그러나 저마다 마음의 병을 가지고 그를 찾아 오는 사람들은 어떤 치료로도 진정한 행복에 이르게 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불행하지도 않으면서 불행해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꾸뻬 씨 자신이 점점 불행해져 가고 있었으니,

사람은 무엇 때문에 행복해지고 무엇 때문에 불행해지는 것인지, 그 행복에의 비밀이 있다면 무엇인지

마침내 꾸뻬씨는 진료실 문을 닫고 그 비밀을 반드시 찾아보겠다고 스스로 다짐하면서 세계 곳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첫 번째 여행지 중국으로 - 느낌이 홍콩 같은

비지니스 클래스 기내에서 한껏 행복을 느끼는 꾸뻬 씨와는 달리 1등석 좌석을 타지 못해 불만이 가득한 중국인 승객과 대화를 나누며 행복의 비밀은 그의 수첩에 하나씩 쓰여진다.

 

금융가에서 크게 활약하는 친구, "일을 그만 두기 위해서 더 열심히 일 해야 한다는 친구를 만나면서 느끼고, 산 꼭대기에 사는 고승을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여행은 계속 되고, 얻어진 행복의 가르침은 수첩에 깨알처럼 박혀 나간다.

 

행복의 첫번째 비밀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이 오직 미래에만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은 더 큰 부자가 되고 더 중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온 산이 불에 덴 듯 벌겋고 더운 나라, 가난과 질병, 구걸하는 아이들이 거리를 떠 도는 지구상의 어느 도시.

그 곳에서 마약 유통 등으로 검은 돈을 벌어 들이며 큰 부를 누리는 사람을 만나고,

그런 사람에게서 듣는 행복의 가치는 뜻밖에도,

 

행복은 자기 가족에게 아무 것도 부족함이 없는 것을 아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힘 있는 나라,

위에서 내려다 보면 마치 파란 구슬들을 복잡한 무늬의 카페트 위에 던져 놓은 듯이 아름답게 보이는데,

그 구슬이 다름 아닌 곳곳에 널려 있는 수영장들이라니...

그런 멋진 나라에 정신과 병원이 세계에서 가장 많다고 하니 행복의 본질은 어디에 있느냐 물어 볼 법도 하다.  

그렇게 많은 지역, 다양한 계층의 사람을 만나며 행복의 배움이 이어진다.

 

태양과 바다, 이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준다.”

배움 13. 행복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쓸모가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행복은 다른 사람의 행복에 관심을 갖는 것

 

꾸뻬씨의 여정은 처음 만났던 유쾌한 모습의 고승을 다시 찾아 그에게 듣는 행복의 가르침으로 끝을 맺는다.

 

인간의 마음은 행복을 찾아 늘 과거나 미래로 달려 가지요.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자신을 불행하게 여기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복을 목표로 삼으면서 지금 이 순간 행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진정한 행복은 먼 훗날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오히려 현재의 선택이라고 불 수가 있죠

 

배움 20_ ”행복은 사물들을 보는 방식에 있다
  

다시 진료를 시작한 꾸뻬 씨는 자기의 환자들에게 새로운 심리 요법을 더하였고,

여행에서 배운 가르침으로 각자 자신에게 맞는 진정한 행복에 조금씩 다가 설 수 있게 도와 준다고 한다.

 사람들은 웃는 아이에게 더 다정하다는 말을 시작으로.    

 

꾸뻬 씨의 여행 중 바다가 바라 보이는 중국 어느 도시의 일요일 풍경 하나가 내 목에 가시처럼 걸린다.  

 

체구가 작고 조금 마른듯한 여자들 여러 명이 커다란 빌딩 입구,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구름다리 아래 땅바닥에다 천으로 된 커다란 보자기를 펼쳐 놓고 그 위에 모여 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즐겁게 끊임 없이 웃어대면서 말이다.

알고 보니 그들은 가까운 섬에서 이곳으로 와 중국인 가정에서 일하는 도우미들로 일요일이면 주인 집에 있을 수가 없으니 모두들 밖으로 나와 동향의 친구들을 만나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중이라고 한단다.

돈은 벌어 고향의 부모에게 부치고 자신들은 정작 카페에 들어 가 시원하게 시간을 보낼 처지도 안 되는데 그렇게 활짝 웃고 있었다니...

 

여행자의 시선으로는 그 천 보자기가 섬, 도시의 빌딩 사이에 군데 군데 펼쳐 진  '가난의 섬 지도' 를 그리는 것만 같은데도, 그들에게는 맞춤한 장소요 행복의 순간이 되는 것이다.

 

언제나 나은 사람과 비교하면서 불행해지고, 그래서 영원히 만족을 모르는 삶이 되어진다.

그것이 어리석고 맹랑한 습관인 것을 뼈저리게 안다고 해도 우리는 늘 목마르게 구하고 또 구하고 있다.

우리는 자잘한 행복의 순간이 스쳐감을 늘 놓치며 산다.

그리고 지나고 나서 그것이 행복이었음을 알아채곤 한다.

 

어린 아이는 가장 친근하고 쉬운 말부터 배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배움이 두터워진 어른이 되면 마침내 말 부자가 되어 있다.

그러나 가장 먼저 익힌 말이 얼마나 소중하며 지상의 가치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는 있다.

 

마찬가지로 꾸뻬 씨가 말하는 행복의 배움도 어린 시절의 기억처럼 잊혀진 행복의 가치를 생각해 보게 하는 것같다.

비교하는 습관은 슬프다. 기대하는 습관도 괴롭다.

이런 습관을 버릴 수만 있다면 작은 것이 뚯밖의 행복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행복에 대한 강박증을 버리고 긴장을 풀면서 생각해 보게 하는 부드러운 책 한권을 이 가을에 읽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