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13년

Tuesdays with Morrie

수행화 2013. 12. 5. 02:00

 

 

‘An old man, a young man and life’s greatest lesson’

 

'Tuesdays with Morrie' 는 작가 미치 앨봄(Mitch Albom)이 자신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논픽션으로, 1997년도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다. 

작가는 방송 기자로, 스포츠 칼럼리스트로 상당한 명성을 쌓아가며 보편적인 현대인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어느 날 TV 토크쇼에서 학창시절 존경하던 모리 교수님이 루게릭 병으로 투병하시는 모습을 보게 된다. 제자, 미치 앨봄은 병석의 교수님을 찾았고, 이후 화요일을 모리와 함께 하며, 인생에 관한 많은 대화들을 나누게 된다.

대화가 진행되고, 페이지를 넘기면서 우리는 병마가 죽음을 재촉하고 많은 것들을 변화시키고 앗아 가는 과정을 여실히 보게 된다. 모리 교수님이 감당하는 많은 변화들, 몹시 즐기던 수영과 댄스를 못하게 되는 일, 집 안에서만 지내게 되다가, 휠체어에 의지하게 되는 과정,.....계절이 초록이던 잎새를 붉게 물들이며 지나치는 사이, 정물처럼 서재의 일부분이 되어 창 밖만 바라 보는 상황들이 순서라도 매긴듯 차례로 찾아온다. 이제 더 이상 신문을 읽어 달라고 하지 않고, 외부 세계에 대한 관심도 놓아 버리며 삶의 부분 부분들이 하나하나 분리돼 나가는 순간들도 보게된다.

행동 반경이 차츰 줄어 들어 침실에만 한정되더니, 어느 날부터 침대 머리맡에는 산소통이 설치 되었으며, 마침내 스스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순간이 찾아들 때까지….죽음은 음습한 발자국 소리를 내며 시시각각 걸음을 좁혀 왔지만, 그들의 대화는 매 화요일마다 이어진다

 

 "하루 중 아주 잠깐만이라도 자신을 생각하며 연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 참 유익한 일일 것이야"라며
자기 연민이 주제가 된 화요일.
이기심 때문에 많은 소중한 것들을 흘려 보냈던 날들에 대한 아쉬움을 말하는 화요일,  그래서 우리를 일깨워 줄 영원한 스승이 필요하다는 후회와 회한이 주제가 된 화요일.

 그리고 죽음에 대하여 생각한 또 다른 화요일. 지극히 당연하여 상투적인 주제로 여겨지는 가족의 특별함과 소중함을 깨우쳐 준 화요일. 우리는 많은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기도 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일상을 살아 간다. 그러나 육신이 쇠락해진 환자의 밤을 지키는 것은 오직 가족이며, 눈 빛 하나로도 모든 것을 알아 채는 가족이야말로 진정한 원팀이라고 힘 주어 얘기한다. 나이 듦과 더부러 오는 두려움에 대하여, 돈에 대하여, 결혼에 대하여, 관습에 대하여, 용서에 대하여, 최고의 날에 대하여….화요일의 대화가 이어진다. 

 

그리고 제자는 매주 화요일 일정하게 배달이라도 하듯이 식품을 사서 들고 방문 하였는데, 맛 있게 드시던 그 식품들이 차츰 차츰 쌓이기 시작하더니 어느 날 냉장고 문을 여는 순간 와르르 앞으로 쏟아져 나오는 날에 이르게 된다, 냉장고 문을 마치 내가 열기라도 한 듯이 절망감이 전해져 온다. 죽음은 엄중하고도 가혹하게 이지적이고 자의식이 강한 한 인간을 이렇게 위협하고 압박을 가해온다. 악마의 존재가 지척에 있다는 것을 느끼며, 스러져가는 자신의 육신을 바라본다는 것, 그래도 유머를 잃지 않고 대화를 지속한다는 것은 범인으로서는 결코 쉽지 않을 일일 것을 해낸다.

 

 

 “피조물 사이의 에너지의 양은 정해져 있으니 죽음, 즉 소멸은 새로운 탄생을 가져 와 세상은 균형을 이룰 것이거늘…”
래서 자신은 세상의 균형을 위해 기꺼이 죽을 수 있다는 대화를 하기도 하고, 사랑했던 모든 것에서 벗어 나기 위해 집착을 버리라는 붓다의 가르침을 깊이 생각했고, 붓다의 정신을 따르고 싶다는 심경을 말하는 날도 있다. 육신은 단지 영혼을 담는 그릇일 뿐이어서 육신의 사라짐에 그렇게 애착하지 않아야 한다는 대화 장면은 성자처럼 느껴진다.

모리는 자기 사후에 벌어질 일을 미리 경험하고 싶다는 의지로 기상천외한 발상을 한다. 생전 장례식이벤트는 진정 극적인 장면이다. 자기를 추모할 사람들, 자기가 사랑했던 사람들을 모월 모시에 함께 모아 작별의 의식을 갖는다는 것인데 굉장히 경이롭고 신선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고통도 감정도 다 휘발시켜버려 무념의 경지에 이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로 보여진다.


그 화요일의 만남은 열 네 번까지 이어지고 마침내 ‘We say good bye’ 를 말하며 끝을 맺는다. 제자가 미리 마련해둔 말 마지막까지 스승이었던 이 라는 묘비명을 남기며 그의 바람대로 잊혀지지 않고 사라진 것이다.

 

몸을 다 태우고 꺼져가는 촛불은 일순 형형한 빛을 낸다.

한 뼘 남은 생의 마지막 순간에 나누는 인생에 대한 성찰의 대화는 불꽃처럼, 잠언처럼 빛난다.

이것이 남기고 싶은 말이고 전하고 싶은 말, 사제 간의 greatest lesson 이다.

 

죽음에 맞닥뜨려 가질 좌절과 두려움의 감정을 모험의 기회로 삼으며 긍정적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노교수의 의지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무겁지 않게, 간결하면서 멜로디라도 얹은 듯 운율이 느껴지는 글이 참 좋다. 나만의 느낌이었을가?

   어떻게 죽느냐는 것은 즉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인생의 방식을 제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