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13년

"티벳 사자의 서"를 읽고 나서.

수행화 2013. 12. 28. 02:17

모든 생명은 탄생은 죽음을 가정하고 있고, 죽음을 피해 갈 어떤 생명도 없으며, 우리 또한 연필을 깎아 나가듯, 매일 생명을 조금씩 조금씩  깎아 가며 죽음으로 향한다. 그것은 누구와도 함께할 수 없는 절대 고독의 길이어서 인간에게는 두려움과 공포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영적인 민족, 티벳인들에게는 죽음의 길에 대한 안내서가 있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중간계에서 듣고 이해 함으로서 본래 상태의 절대 자유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위대한 책>

이라고 부연 설명을 붙인 이 문서는 죽음의 실체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제시하니, 자못 과학적인 안내서로 보이기도 한다. 티벳 문명은 모든 사물은 영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인 것이 가시적이고 물질적인 것인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으로 활동하는 에너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모든 것은 인과 관계에 의하여 생멸의 순환을 거듭한다고 믿는 등 깊은 윤회 사상에 뿌리를 둔 사상인지라 서양 사람들과 근본적인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죽음은 달 세계로 들어 가는 문이라는 개념이고, 중간계란 죽음과 환생 사이에서 사자가 처하게 되는 세계를 이르는 말이다. 죽음과 환생 사이의 중간 상태에서 사자가 맞이하는 많은 과정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가면서 윤회의 전체 과정을 아주 구체적으로,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를 테면

죽음의 단계를 8가지로 설명한다.

죽음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사대(四大) 즉 지.수. 화.풍 (地.水.火.풍) 의 차례로 해체되는 네 과정을 거치고, 다음 마음이 달빛으로 충만한 하늘처럼 느껴지는 단계, 그리고 밝음과 어둠이 교차하다가 투명한 빛의 영역으로 들어 가는 단계의 여덟 번 째 단계까지 거쳐 비로소 중간계에 이르러 이승의 습관적인 삶을 떠나게 되고, 지극히 미묘한 의식세계로 들어 간다는 등 과정을 아주 미세하게 분석해 주고 있다.

 

중간계에 이른 죽은 사람은 중대한 삶의 기로에 서 있기 때문에 죽은 자를 혼란하게 해서 중간계의 여행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말해 준다. 따라서 이승의 사람들은 망자를 위하여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고 제사를 지낼 것이며 중간계의 곤경에 맞추어 구원을 청하는 기도를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사후 세계에 사자가 거치게 되는 장소를 예시하고, 49가지의 불, 49가지의 그림 등, 독특한 경로를 소상히 알려 주어 사후 세계를 상상하고, 두려움을 줄여 줄 수도 있을 것같다. 한편으로는 천상계의 신들의 세계와 낙원에 대한 묘사를 통하여 죽음을 통하여 또 다른 생을 암시하게 하기도 한다. 다만 불교의 가르침과 스승의 올바른 지도에 따라 깊은 수행을 해야할 것이라는 전제가 있다.

그들에게 죽음은 끝이 아니고, 내생을 향한 새로운 출발이라는 관념이 온전하게 삶에 녹아 있음을 보게 된다

전생과 현생과 내생의 연속성을 믿고, 윤회의 굴레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독특한 생사관을 확립한 것으로 보아 티벳인들은 영원히 영적인 민족이리라 생각해 본다.

  

이것을 영적인 수행의 지침서로 삼아 죽음 이후에 오는 세계에 대하여 상상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키워야 하며, 가르침을 늘 염두에 둠으로서 죽음을 친숙하게 잘 받아 들여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죽음에 임하는 준비서인 것이다..사후 세계의 중간 상태에서 듣는 것만으로 영원한 자유에 이르는 가르침

죽음을 배우라, 그래야만 그대는 삶을 배울 것이다.”는 말에서 보았듯이.

 

 죽음은 거역할 수 없는 힘이므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있으며 다음 생에 대한 상황을 두려워 한다.

그러나  죽음을 시작도 끝도 없이 돌아가는 삶의 연속이라는 윤회의 관점으로 바라 본다면 자기 인생의 대하여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느낄 것이며, 선행을 강화 시키는 힘이 될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죽은 자를 위한 책이 아니고 산 자를 위한 심오한 가르침으로 이해하는 편이 도움이 될 것이다,

 

죽음의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고, 현재의 행동이 죽음의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죽음의 경험을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가 지침이 있는 등 죽음의 순간에서 사후 세계에 이르는 이론이 거대한 스케일로 묘사되어 있어 놀라게 되고, 나는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 고통스럽다는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마치 사후 세계를 체험해 보는 것같아 어지럼증에 구토까지 일으켰으니까 말이다.   

 

두번에 걸쳐 책을 읽었으나 의문은 더욱 커져 가고, 지침이나 가르침은 막연하고 모호하기만 한 것이 영적인 훈련 부족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자의적인 나만의 결론을 구하게 되었다. 죽음에의 준비를 생각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모든 것은 우리의 생각의 결과이다. 모든 것은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의 생각으로 이루어졌다"

마지막 순간에 우리가 가진 생각이 중요하기에  우리는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며 죽음을 받아 들여야 하며, 그러기 위해 많은 훈련과 지성을 쌓아가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 개인적으로는 삶에 대해 성찰하고 깨달음을 추구할 것이며, 이기적인 삶의 상태에서 다른 사람의 행복을 염원할 때 발산하는 활기찬 에너지를 더욱 키워 나가는 것이 잘 사는 길이라는 것, 곧 잘 죽는 길이라는 가르침을 얻게된다.

 

죽음과 중간계의 과정을 읽는 내내 내 머릿 속에는 이전에 읽은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 '타나토토스의

영적 세계로의 여행'의 장면이 전개 되면서 크게 닮아 있음을 기억하게 된다.

 

그 당시에도 불교적 윤회론이 기반이 되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중간계나 천상계의 구체적인 묘사는 다분히 이 책을 토대로 하여 작가의 소설적 상상력을 맘껏 발휘하여 쓴 것이라 생각된다. 죽음과 중간계를 체험해 보는 일, 이 호기심을 자극하여 광고를 통하여 체험자를 모집하는 일, 중간계의 빛을 통과해 보는 등 등 스토리는 아주 엉뚱한 발상이 아니지 않았나 연관지어 보기도 한다. 현세의 상업적 아이디어와 사후 세계를 잘 엮은 소설 생각을 하니 조금 긴장이 풀리면서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었다. 최근에 읽은 책 중 가장 무겁고 어려운 주제였음을 고백한다.

6도를 윤회하는 윤회설은 진정 우주적 배경이며 논리적인 사고라고 다시 한번 느낀 것이다. 

 

8세기에 파드마삼바바라는 인도인으로 탄드라의 대가이며 인도 최고의 나란다 대학에서 신비 과학을 연구한 사람이라고 한다. 후세에 만년설의 동굴에서 제자 릭진이 문서를 꺼냈으며 이후 목판본으로 전해져 오던 것을 1919년 옥스포드 대학의 에반스 웬즈에 의해 영역되어 전해진 것이라고 한다.

 

위대한 스승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