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앨범/2014앨범

버스 투어를 나선 나의 하루

수행화 2014. 8. 8. 15:54

친구들과 하루 나들이로 관광 버스투어를 해 보았다. 정암사며 부석사를 거치고, 기차 타고 이름도 생소한 역에 내려 보기도 하는, 일정이 쉽지는 않았다.

 

 

1. 정암사

 

 

정암사의 적멸 보궁은 우리나라 4대 보궁 중의 하나이다. 보궁이란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곳이어서 불상을 따로 조성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강원도 사자산의 법흥사, 상원사의 적멸보궁, 정안사, 양산 통도사의 네군데 보궁이 있다.

  

 

 

 

  

월정사의 말사로서 선덕 여왕 14년에 자장율사에 의해 창건 되었다고 말해 주는 단정한 안내판. 몇번을 다녀 온 곳이나 여름은 이번이 처음인데다, 버스 안에서 먹은 약이 가벼운 구토와 어지럼증을 가져 와...
숲 그늘에 내 어지럼증을 부려 놓고 싶은 마음에 가파른 숲길로 내달렸다.   

 

 

 

 

고려시대 칠층석탑으로 보물 410호로 지정된 수마노탑.

가을 정취에 혼곤히 빠져 있는 수마노탑의 아름다운 사진이 내 맘에 아직 바래지 않고 간직되어 있다. 풍덩 빠져 보고 싶던 투명한 하늘과 단풍이 익어 찬란했던 그해 가을의 바로 이 곳을. 

 

걸음 하나 하나에 최면을 걸어 가며 '간신이'와 '겨우'와 함께 오르다 보니 멋진 각도에서 사진 하나 잘 찍어 보겠다던 마음은 한낱 바람이 되고 말아 지금 달랑 이 한 장의 사진만을 바라 보게 되었다.

버스는 언제나 나에게 적대적이다. 최대한 몸을 낮추고 온갖 비위를 맞춰가며 다가 가지만 이번에도 역시 버스의 마음을 얻지 못하였다니.......탑신에 달린 멋스런 풍경이 봄 날 아지랑이 흔들리듯 아른거렸다. 드러 눕고 싶은 마음을 애써 무시하고 아지랑이 울렁거리는 것 보다 내려왔다. 

 

 

 

2. 백두대간 열차

 

  

열차가 아니면 갈 수가 없다고 하는 지역이라고 하는데. 일본 도야마에서 탄 협곡 열차를 잠시 생각해 보며 빨간색으로 단장한 열차를 타 본다. 멀리 떠나 온 것같은 여행 기분이 제법 난다.

  

 


  

백두 대간 협곡 열차는 v train (vallet train) 이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3량을 연결해 운행한다.

  

 

 

  

중부 내륙 지방의 순환선 중 철암 - 승부 - 양원 - 분천역의 4구간을 달린다고 한다. 철암. 한때나마 북쩍이던 시절이 있었을까 싶게 한적하다.

 

  

 


그 흔한 자동차도 풍경에 끼어 들지 않으니 차창 밖 풍경이 소박하고 고즈넉하다. 창 밖으로 팔을 내밀어 사진을 찍어 보기도 하며 느린 속도를 한껏 누려 본다. 창 없는 창가에 앉아 경관을 바라보기만 하면 되니, 부채만 부치면 신선놀음이 되었을 것같다.

 

 

 

 

  

하늘이 세평이라. 참 오붓한 표현이고, 그 하늘만 바라보면 세상 몰라 편할 것같기도 하다. 잠시 생각을 세평 안에 가두어 두고 고요히 앉아 있고 싶은 마을, 역이다.

  

 

 

 

 

 

 

  느리게, 세평 하늘이 조금씩 움직인다. 발 아래 여린 강을 두고.

 

 

 

 

있을 건 다 있다. 이름 모를 역에서 누군가에게 편지를 띄우는 낭만적 상상.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러한 낭만이 몸에 안 맞는 옷같이 불편하게 느껴지다니. 낭만을 말하고, 다소 유치하고 치기어린 행동을 해 보이는 여러 일들이 실은 잠시나마 젊음을 불러 보는 일일 터인데.

  

 


얼마나 귀여운 미니 쇼핑 코너. 복고와 유머 코드인 것같다. 한편 유용하기도 할테고.
안내 멘트 청년이 말도 귀엽게 한다.

 

 

 

 

쬐그맣게 싸립문을 해 달고, '추억의 화장실' 시골집 뒤란같은 향토스런 꽃, 풀들. 사실 그다지 오래지 않은 기억이련만, 우리는 버리고 바꾸고, 잊기를 좋아한다. 정말

 

 

 

 

양원역에는 장날 기분을 내고 있다. 할머니들 나물 파는 한켠에는 막걸리도 팔고 있으니.

 

 

 

 

 

분천역은 멋쟁이다. 스위스의 'Zermattt' 역을 닮고 싶어서일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체르마트의 빙하특급열차를 닮아 보려는 걸까! 모방은 창조의 첫걸음이 아니겠는가! 깔끔한 외양에 맘이 쏠려 정말 엽서라도 띄우고 싶게 한다. 다만 나는1일 여행자라는 것.  

 

  

 

 

 

 

나는 개인적으로 먹거리 간판이 어지럽게 나붙은 관광지의 모습을 싫어한다. 가는 곳마다, 산이면 산, 들이면 들, 강이면 강, 계곡이면 계곡. '민박''토종닭''~매운탕'...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 것이겠지? 필요하다면 조금 정비를 해야할 것이다. 힘 없는 나, 수요자 아닌 나의 소망이다.

 

 

 

 

 


  

3. 부석사

 

 경상북도 영주시 부석면 북지리.  

 

 

 

 

우리 나라 사찰은 같은듯, 다르게, 모두 아름답다. 그러나 나는 부석사를 그렇게 좋아한다. 어깨를 비비듯 가지런히 도열한 은행나무가 노오란 카펫을 마련해 주는 깊어진 가을 나절. 부석사 가는 길에 들어 서 보기를 나는 누구에게나 권해 본다. 아름다움이 눈부시지 않아도 감상에 젖게 하는 신성함이 있어서이다.

 

 

 

 


곧 나아지지 않는 두통과 메스꺼움에 나를 인파가 뜨악한 쪽을 혼자 걷는다. 에너지를 안배하고 보폭을 조절하며 가장 짧고 걷고 싶은 코스를 머릿 속에 그린다. 그렁그렁 눈물이 나려하는 걸 견딘다.

 

 

 

그리운 절, 무량수전의 배흘림 기둥에 기대 서는 또 한번의 기회에 감사하며 계단에 발도장을 새기듯 한 계단 한 계단에 공 들이며 온 힘을 주어 오른다.

 

  

 

 

시간이 가면서 더 아름다워지는 몇 안 되는 것 중의 하나가 오래된 절의 기둥과 단청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주름진, 그러나 강건한 근육을 잃지 않은........나이들수록 지혜로워져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자기 감정을 과도하게 표하는 것, 노골적으로 내 비치는 일, 남에게 강요하는 일. 부처님 말씀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애도를 누군들 싫어하랴만 이렇게 시야를 막아서는 건 무례해 보인다. 기분이 상한다. 내가 불자이어서 더한 일인지 모르겠다.
비워지는 마음. 뭐든 미진했던 것들을 깨우치게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색의 시간들이 이 곳에 어울리는 것.  시간을 내어 절을 찾는 모든 이에게, 절집에서만 가져 갈 수 있는 작은 감동, 그러한 순간을 건네 받고 싶다. 

  

  

 


 멀리 능선을 바라 보면서 나는 늘 생각한다. 저 구비 진 산세는 어찌하여 저렇게 아름다운 선을 그려 우리 가슴에 울림을 보낼까? 머리를 굴려 구도를 그리고 연필로 지워 가며 완성한 수채화가 아니지 않은가! 

아! 수채화보다 더 부드러운 아련한 저 산.  

  

 

 

 

무량수전(無量壽殿)은 무량수불(아미타 부처님)을 주불로 모신 대한민국 국보 18호이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오래 된 목조건물이라는 걸 다들 안다. 기둥의 위, 아래 굵기가 같을 때에는 그 중앙부가 가늘게 보이는 착시현상이 생긴다. 그래서 중간 부위를 굵게 만든다는 지혜가 담긴 배흘림 기둥과 함께. '무량수전의 배흘림 기둥에 기대 서서' 라는 책으로 무량수전의 아름다움을 전하던 고 '최 순우' 선생님을 기억해 본다.

 

무량수란 헤아릴 수 없는 숫자를 이른다.  (1068 ).  비싼 물건을 무값이라 하지 않는가... 불교적으로는 광대 무변의 진리, 완전한 지혜, 또 가 없는 부처의 자비라는 의미이다. 무량수 부처님은 무량광불, 아미타 부처님을 이르며, 서방 정토 극락세계를 주관하시는 부처님이시다.  미타 삼존불의 협시불은 관세음보살과 대세지 보살이라고 배웠다.

 

 

  


대한민국 국보 17호라고 말해 주지 않아도 석등은 아름답다.
신라 시대 석등이라고 하니 다시 한번 이도량을 지켜 준 위엄에 감동을 보낸다.

 

  

 

 

부석사(浮石寺) 란 이름을 가지게 한 무량수전 왼쪽의 큰 바위이다. 바위 아래 위가 떠 있어서 실로 꿰어 들었다고 하여 뜬돌, 부석(浮石) 이 이름이 되었다니 참 감각적인 이름이다. 고려 초기에 무량수전이 중창되었고 건축물의 유래가 잘 쓰여 있으나 채 읽기 못했다.

  

 

 

 

무량수전 앞 안양루. 안양이 곧 극락이라고 하여 극락에 오르는 문인가 한다. 여기서 멀리 저물어 가는 산을 바라보다가 스님들의 저녁 예불까지 지켜 보면 극락이 이곳임을 알 것이다. 

범종, 법고, 목어, 운판의 사물이 차례로 자기 소임의 소리를 멀리 산 아래로 메아리를 길어 나르고, 스님들의 장엄한 예불 소리는 모든 소리를 빨아 둘이며, 깊은 정적으로 우리를 이끌어 가기 때문이다. 

 

  

 

 

이곳은 부처님이 가로로 앉아 계신다. 나는 삼배를 올리고 잠시 온 마음을 모으니 내 부족한 신심이 빤히 보인다. 

  

 

 

  


조사당 오르는 길목에 있는 삼층석탑.  보물 249호로 지정된 탑이라고 한다.

 

 

 

 

 

보고 또 하염 없이 뒤돌아 보고. 갈 길을 재촉하며 내려 온다.

  

 

 

 

 

세월이 어깨를 스치고 간 다음, 그 다음의..........슬프고 아름다운 얼굴이다.

 

  

 

 

 중생의 해탈을 위해 울리는 법고 소리, 나는 새들도 와서 듣고 성불하라는 운판의 울림, 그리고 물고기 까지도 목어 소리를 들어 깨우치라는 의미이니, 모든 생명들은 깨우쳐 성불하라는 기원이 서린 울림이라는 것을

 

 

 

 

  

 

 

 기를 쓰느라 내 에너지는 다 방전 되었으니, 여름이 짙어진 이 길을 후덜거리며 걸어 내려 왔다. 


  

 

 

절 입구 쪽에 살작 비껴선 공간에 당간지주가 서 있다. 큰 절에서 행해지는 중요한 행사에는 당이라는 깃발을 매달아 널리 알린다. 이 깃발을 매단 장대를 지탱해 주는 돌기둥이다. 늘씬하고 간결한 것이 멋스런 현대 미술품같다. 먼 발치이서 사진만 찍는다.  

 

버스 여행을 힘 들어 하면서도 또 나선 날이다. 친구 따라 강남 가지 않아도 일 없건만 또 어울려 나섰다. 딴에는 노력을 하건만 두통은 인정사정이 없어 부대끼며 다녀, 실은 사진이 넉넉치는 않다. 이것도 장하다 싶다.  

 



< 2014년 7월 4일 1일 여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