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행기/스페인(그라나다)

그라나다

수행화 2014. 11. 14. 04:28

그라나다 (Granada) in Spain

 

 절대적 아름다움은 차라리 슬프다는 걸 나는 안다.
세월이 녹슬어 앉은 그 애조 띈 붉은 빛 궁전, 알함브라를 보는 것, 그것은 슬프다.
그리고 아름다움에는 경건함이 있다는 걸 안다. 그래서 말이 줄어진다.
그라나다는 '석류'의 의미를 간직한 지명이다. 스페인은 국기에도 석류 문양이 들어 가 있다. 

ALHAMBRA 입구는 '붉은성'이라는 그 이름처럼 소슬한 붉은 빛 돌담을 끼고 들어 간다.
 사라져 버린 영화(榮華)의 애틋한 기억은 떨어져 나간 흙벽에 걸려있다.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문화 유산이다.

까를로스 5세 궁전
스페인의 번영기이던 16세기 무렵에 카를로스 5세가 지은 르네쌍스식 궁전.
원형 광장은 웅장하고 회랑의 기둥이 안정감 있고 멋쟁이다. 건축 당시는 연회도 하고 투우장이 되기도 했단다.

 정중앙 둥근 부분에 서니까 소리가 우렁우렁 울려 퍼진다.
원형 건물의 공명 현상인데 16세기에 이런 설계가 있었다니.......
공연장으로 아주 훌륭하다. 지금도 어떤 아저씨는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있다.

벽면은 쌓은 것이 베게같다고 하여 베게 궁전이라고도 한단다. 돌이 곰보 모양 쪼아 낸 것이 이채롭다.
 사자 얼굴의 멋진 손잡이 장식이 눈에 들어 온다.

알함브라 궁전
알함브라 궁전은 해발 740m의 고원에 위치하는데 너비는 205m²에 달하고,
서북서, 동남동의 방향으로 건물이 뻗어 있으며 전체 면적은 142,000 m²라고 한다.
15시간 비행기를 타면서 스페인을 찾아야 하는 필요 충분 조건이 여기 '그라나다'에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조촐한 입구를 지나면서 느슨해진 신경은 궁전과 탁 마주치면서 이 풍화의 깊은 빛깔에 곧 충격을 받는다.
알함브라 궁전 입구의 담벽에는 초추(初秋)의 양광(陽光)이 기대어 있고,
화장기 없이 한 없이 소박한 문은 눈섭처럼 지붕을 얹고 있다. 세월은 가고 애잔함만 남았다

문살을 레이스 뜨기하듯 조각한 그 옛날의 장인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먼 마을은 아치형 액자에 담겨 정물처럼 앉아 있다, 물론 유리는 없다.

개방적으로 열려 있는 공간이건만 이렇게 아름다운 문으로 하여 오히려 더 은밀해 보인다.
머리에 새기고, 또 카메라로 어서 찍어야 한다는 강박감에 사로 잡힌다. 
나는 미로처럼 복잡한 궁전을 벽을 보다 또 천정을 보다 미아처럼 뛰다시피 헤메었다.

채색된 도자기 벽면도 자세히 보면 태양이고 별이고 꽃이다. 나는 저 아름다운 문양에 넋을 빼앗겼음에, 가슴이 에었고 그렇게 슬펐다.

아라베스크(arabesque) 문양 
수학, 과학, 천문학에 기초한 자연에서 나온 문양이다.

궁전의 벽은 아라베스크 문양의  전시장이 아닌가 싶게 다양한 패턴이다. 

뤼비통의 문양을 여기서 보게 되다니...
많은 디자이너와 예술가에게 깊은 영감을 준 궁전이라는 말이 바로 실감 되는 순간이다.

몇 세기 전의 장인은 수학에 기하학에 시각 디자인에.....전 분야를 넘너드는 천재이었을 것이다.  
레이스를 참하게 떠서 빳빳하게 풀 먹여 궁전을 꾸몄다고 믿으면 어울릴 것이다.

나무도 아닌 것이, 실오라기도 아닌 것이, 푸릇 푸릇 풀잎도 되고 이슬도 된다.
오래 그리고 가만히 바라보며 숨은 그림을 찾듯 영감의 뿌리를 캐고만싶다. 
 레이스를 참하게 떠서 빳빳하게 풀 먹여 궁전을 꾸몄다고 믿으면 어울릴 것이다.

그런데 18세기 한때 황폐화 되었던 것을 19세기 이후에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정작 이 알함브라 궁전을 복원한 사람은 미국 대사였던 '워싱턴 어빙'이라고 하며 그를 기리는
'워싱턴 어빙의 방'이 따로 있기도 하다.

어쩌면 물방울이 흐르다 방울 방울 맺힌 종유석같다.  
잘 다듬어진 목재에 목각을 해 나간다고 해도 이렇게 섬세할 수 있으랴 싶다. 

아치 아래 정연한 늘씬한 다리들.
언어는 다 휘발해 버리고 저 어여쁜 자태 앞에 시선도 얼어버렸다.  
포개어진 기둥은 빛의 마술에 걸렸다. 음영의 조화에 나도 현기증이 난다.

15세기말까지 약 700여년간 무어 인이 지배했던 이슬람 왕국의 궁전.

정복자 이사벨 여왕도 이 궁전의 아름다움에 빠져 훼손 금지를 명하였으며 매우 사랑한 궁전이었다고 한다 
건축 당시 그러니까 약 500년 전에 이미 지진에도 견디게 설계된 건물이어서 지진 피해에도 원형에 손상이 없었단다.기둥을 비집고 나온 금속성을 보고 알 수 있다고 한다

겹겹이 두른 아치는 신비롭기 그지 없다. 건축에 도입된 여성스런 레이어드 룩이 있다면 이런 것일 것이다.
인도의 타즈마할 궁이 화려하고 우아하여 권위적이고 귀족적인 자태라면
이 궁전은 맨 얼굴이 아름답고 겸손하고 기품 있는 궁전이라고 나는 기억할 것이다

 이 공간을 채웠던 모든 것들은 소멸해 버려 공허한 곳에 시간은 흐르지 않고 여기 화석이 되어 버렸네.

 천장도 물론 예외는 아니어서 이렇듯 우아한 색상의 카펫을 닮았다. 돌이 아니라 온기를 전해 주는 영락 없이 은은한 카펫같다

빛만 바라 보고 걷다 보니 밖으로 나가게 돼 아쉽다.
아름다운 공간과 어울리지 않게 뛰다 걷다를 반복하며 나는 그 아름다움에 탐닉했으나 턱 없이 짧은 시간이다. 40분이라는 시간이.

알 카사바

시에라네바다 산맥이 양팔을 벌린 가운데 쯤에 알함브라 궁전이 자리 잡았다.
궁전을 나서면 궁을 굳건히 지켰을 성채가 눈에 들어 온다. 소임이 끝난 성벽은 이제 고독하게 붉게 서 있다.

  성의 망루는 아파트 5층 정도의 높이라고 했고 오르기에 조금 숨이 찼으나 올라 가서 펄럭이는 깃발 아래서 그라나다 시내를 바라 봄도 좋다.

당시에는 돌로 대포를 쏘았던 모양으로 둥근 돌더미가 타조알마냥 쌓여 있는 게 보인다.

많은 부속 건물을 거느렸던 모양으로 반듯하게 구분된 모양이 선연하여 전성기를 구가했을 당시를 짐작케하고 있다

알함브라 궁전의 담 밖으로 보이는 주택가를 일컫는 말이다. 성에서 쫒겨 나간 무어인들이 거주했던 곳이라고도 하는데,  자기네 터전을 내어 주고 멀리 바라만 보았다면 그 쓰라림이 어떠했으랴!   지금도 오른쪽 산 기슭에 참호 비슷한 것이 보이고 거기는 집시가 사는, 말하자면 산동네인가 싶다


바이신 지구를 바라보니 궁전은 정말 요새인 셈이다.

 성에서 내려다 보니 가을을 시작하는 그라나다 시내가 정겹게 내려다 보인다.
'그라나다' 팝송으로도 읊어 본 이름. 지명이 참 감미롭다.  

 헤네라리페 정원모습이다.

끊어질 듯 다시 이어지며 애절하게 흔들리는 기타의 선율이 조용한 물줄기와 오버랩 된다.
애잔함은 확대 되어 내 맘에 저장 된다. 
이곡이 기타의 품위를 한껏 올려 준 것이라고 나는 늘 생각하고 있다.
세고비아를 위시해서 스페인 기타가 세계 최고인 것은 우연이 아닌 일인가 한다.

웅성거리며 바삐 다니기에 어울리지 않는 길이다.
돌돌돌 물소리를 들으며 작은 보폭으로 느리게 걸으며 조약돌처럼 하많은 추억들을 길어 올리며 걸을 일이다.

어린 물줄기는 동심을 불러다 준다. 건물들 사이로 피를 돌게 하는 어여쁜 역할을 하고 있디.

누가 어떤 이름을 가졌다는 게 중요한 일이 아니다.
정원를 아우르는 꽃이며 석류며, 이 모든 것들이 나를 아름다움으로 인도했다는 것만 기억하면 족할 것이다

궁전을 가득 메운 손 뜨게질 문양에 반하고, 다시 한 땀 한 땀 꽃잎이 수 놓인 어여쁜 정원을 바라보았다.

  알함브라는 뭔지 몰라도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기타곡은 이제 클래식이다.

스페인의 기타리스트인 '프란시스코 타레가'는 '알함브라 궁전'에서 받은 감명으로 전설적인 곡을 썼으니
이궁전은 기타리스트들의 순례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내 마음은 궁전의 순례자가 되었고, 겸허했었다.
돌아서 나오는 길에 보게 된 저 풍화의 겸허한 빛이 또 눈물겹다.

내 맘 속 애잔함의 저장 공간은 이미 용량이 오버해버렸는데.........
이 아련한 것들이 공간을 비집고 들어 와 가슴을 아프게 한다.

 

   

 

아름다움이여 잘 지내라. 
아름다움에 경배하고 아름다움을 사랑했던 선인들에 경배하며 나는 꿈을 꾸는 궁전과 작별 했다.

 

 <2008년 10월 19일부터 10월 30일까지의 여행에 대해 간추려 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