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행기/스페인(똘레도)

톨레도

수행화 2014. 12. 25. 03:09

 톨레도 (Toledo) in Spain 

마드리드에서 남쪽으로 70Km 떨어진 스페인 중부 지방의 도시.
톨레도 주의 주도이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 본 톨레도 전경
1561년 마드리드로  이전하기 전까지 스페인의 수도였던 마을인데 도시 전체가 세계 문화 유산이라고 한다. 하늘은 마치 바다같고, 거기 고즈넉하게 도시는 작은 섬처럼 앉아 있

톨레도를 지켰던 성벽은 과묵한 얼굴로 도시를 내려다 본다. 13세기의 고색창연함을 아래 쪽의 번잡함과 격리시키는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모양새다

 구시가지는 언덕 위에 있어 몇 개의 에스컬레에트를 타고 내려 와야 신시가지로 향할 수 있다. 급경사의 에스컬레이트를 대여섯 번은 탄 것같다.

톨레도 대 성당
세계 최초로 종교 회의를 한 굉장히 유서 깊은 성당이라고 하는데 내부의 화려함은 명성을 압도하는 느낌을 받는다. 스페인 카돌릭의 본사으로 266년 간 공사 끝에 1493년에 완공 되었다고 한다.

성당들이 대부분 장식이 우아하고 웅장하다지만 이성당은 참으로 섬세하고 아름답다. 실내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사지을 남기지 못해 지금껏 아쉬웁다. 
멋진 조각으로 잘 만들어진 성가대 목제 의자는 지금도 예배할 때 성가대가 앉는다니 놀랍기만하고, 예수의 탄생과 관, 그리고 주교들의 조각은 화려하기 그지 없고, 다소 어두은 실내에 작은 창을 통해 들어 온 햇빛은 특수 조명 역할이다.
아름다운 조각들을 한 자락의 환상적 영상으로 연출하기 때문이다..

길이113m, 폭 57m, 건물 중앙의 높이가 45m라고 하는데,
골목이 좁은 구시가지에서 전체 모습을 단숨에 앵글에 담는 게 참 힘들어서 그 큰 규모를 더 알게된다.
고대 도시의 자그마한 규모에 비하면 비례가 안 나오게 웅장하다.

고대 도시가 대부분 그렇지만 유독 톨레도의 골목은 정겹다. 그다지 높지 않은 건물도 좁은 골목 탓에 빌딩숲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건물이 저들끼리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골목 사이로 사람들은 마주 오는 사람끼리 어깨를 부딪치며 걷는다.
작은 가게, 작읕 카페.....건물 마다 마다 너무 많은 기능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비가 뿌려 조금 쌀쌀한 아침의 똘레도 거리를 나는 탐지견처럼 킁킁거리며 걷는다.
내 호기심을 충족 시킬 무엇 하나도 놓치지 않고 싶은 달뜬 마음 때문에
 

세월의 주름이 고스란히 보이는 창가에 매달린 화분에 눈길이 간다.
관광객만 가득한 도시라는 착각으로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하던 중 갑자기 현실로 돌아 오는 느낌을 받는다.
그렇다. 이 곳에도 삶이 있고, 현재를 살아 가는 집 주인의 인생이 있는 것이다.

변하지 않은 것에 대한 경외심은 사라져 버린 것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여행자들이 톨레도를 사랑하고 오래 기억하고 마음에 담게 될 가치일 것이다.
아지 자기한 선물 가게들이 고급스럽다. 

강렬한 햇살은 너무 강한 명암을 던진다. 구름 다리로 연결된 바로 이웃이 아주 딴 지역같다.

 철제 생산, 특히 칼 제작이 유명하다고 하며,
'영화 반지의 제왕'에 사용된 그 대단한 칼들은 똘레도에서 제작된 것이라고 한다.
중세 기사의 동상까지 세워 둔 저런 상점들이 따문 따문 눈에 띄는 걸 보니 아마도 칼을 많이 취급할 것같은데...

톨레도는 걸어야 하고 아픈 다리를 이렇게 소박한 카페에서목을 축이며 또 걸어냐 제 맛일텐데.

고풍스런 창문은 멋진 간판을 만나 현대적 미인으로 환생한다. 옛 것에 대한 애정이 묻어 있다.

엘 그레꼬 미술관을 설핏 바라만 보고  지나 간다. 아쉬운 마음은 사진을 보니 몹시 더해진다.                                                                                                                                       

강을 바라 보며 늠름하게 서 있는 성채는 충신 '엘시드'의 집이었단다. 눈을 돌리면 역사가 아닌 게 없다.
'엘시드'는 이슬람어로 경 혹은 충신을 이르는 말이라고 하는데 영화를 본 기억이 있긴 하다. 
여행을 다다 보면 배우는 것이 많다.

영화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의 촬영지.
폭파한 다리는 셋트이고 영화는 실제로 여기 '따코 강'에서 찍었다고 한다. 영화장면의 감동이 되살아 난다.

게리 쿠퍼와 잉그릿드 버그만의 3일 간의 사랑과 이별.
헤밍웨이도 위대하지만 우리의 기억에 깊게 자리한 배우들도 위대하다.
헤밍웨이가 소설을 쓰면서 이미 게리쿠퍼를 염두에 두고 썼다는 설도 있다.
너무 멋 있고 너무 어울리는 배역이어서 나온 말인지 모르지만.

영화에서 폭파(?)되는 다리 한 켠에 서서 나는 생각한다.
영화의 감동적 장면을, 똘레도에서의 짧은 만남을 한 장의 흑백 사진으로 오래 간직하고 싶다고.
그런데 포토샵은 나의 바램을 도와 준다.

'알칸타라'는 원래 아랍어로 '다리'라는 뜻이며
이 다리는 로마 시대에 지어져서 톨레도에서 가장 오래 된 다리라고 한다.
.헤밍웨이의 소설에 등장하여 폭파 되는 영광을 누린 다리를 보는 나도 영광이라 여겨진다. 

우리가 식사한 레스토랑을 나와  '엘시드'의 집도 보고, 강변을 걸어 보기도 하면서,톨레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짧은 시간이 유독 마음에 걸리는 곳, 톨레도는 그렇게 길을 잃으며 걷고 싶은 도시이다. 

 

다.

 <2008년 10월 19일부터 10월 30일까지의 여행에 대해 간추려 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