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04년

대한민국의 딸로서 살아 가기

수행화 2008. 8. 24. 17:45
지금 나의 얘기를 들으면
시대착오적이고 진부하다고들 얘기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내 삶의 궤적(軌跡)을 더듬어 정립된 다분히 나의 주관적 관점이기에.

딸은 자라면 결혼을 통하여 남편의 가문에 입적이 된다.
그리고는 생소한 환경에 혼자 던져지고 지금껏 살던 집은 친정이라는
이름으로 남고 자기 자리는 소멸해 버리는 것이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너무 가혹한 제도가 아닌가 ?

거기서 정면으로 외로움에 부딪치고
혼자 모든 적응 후유증을 앓아야하는 것이다. 그 후유증이 작든 크든.
그 고통이 시간 속에 녹고 녹아, 사물에 연민심을 가지는 어머니의
모습으로 탈바꿈 하기까지 참으로 긴 인내를 요구하지 않는가 ?

그래서 나는 나의 며느리를 맞으며 우리 가족은 모두 새식구가
우리의 모든 것에 즐거이 적응하게 마음으로 도와야한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딸이 출가하면 또 다른 환경에 빠르게 젖어야 한다고 가르칠 것이며
어려운 시간을 줄여 주려 애 쓸 것이다.

시대가 격변하는지라 친정과 시댁의 개념도 모호하지만 그래도 나는
딸에게 '딸로서 살아가는 어려움'을 알게 하려한다.
준비하는 자에게 고통이 덜하리라 여기기에.

자기를 상실하는 아픔, 소중했던 많은 것을 포기하는 절망감...
한 없이 자기를 낮추며 또 스스로의 위치를 찾아 가야 하는 비애(悲哀).
그리하여 딸은 어느 날 성숙한 지어미가 되어 있음을 보게 된다.

어린날 외로움과 소외감에 몸서리치며 심약하고 곱게만 키운 어머니를
원망하던 딸, 나는 지금 나의 딸에게 강인해지라 외치면서도
맘 다칠새라 전전긍긍하는 아이러니를 범하고 있다.

오늘 친구들과 담소 중 떠 오른 생각들 뜨문뜨문 줄여 담아 본다.
딸은 슬픈 존재라고 말하고 보니 아주 서글퍼진다.
그러나 딸의 소중함은 모두가 아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