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행기/발칸 1.

'블레드'에서 '포스토이나'까지

수행화 2016. 5. 1. 02:37

< 발칸 3개국 밟아 보기 >

빌킨 빈도에 대한 나의 지식이란 보스니아 내전, 코소보 사태, 유고슬라비아의 분열 등의 기사 조각들이 전부이다. 전쟁과 종전 소식으로 미루어 전쟁의 상흔이 있으리라는 것, 어쩌면 아직도 화약 냄새가 남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 여배우들이 그곳으로 여행을 다녀오면서 갑자기 친숙해졌고, 낭만적인 이름을 가진 아드리아 해의 여행을 망설임 없이 떠나게 되었다.

비로소 지도를 펼쳐 보니 우리가 거쳐 갈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는 유럽의 남동쪽, 발칸 반도에서도 서쪽이면서 이탈리아와 아드리아 해를 사이에 마주 보고 있는 지역이라는 걸 알았다. 발칸은 터키어로 '산'을 뜻하며, 불가리아와 세르비아에 걸친 발칸산맥에서 유래되어 19세기 이후 발칸반도라 불리웠다고 한다, 

발칸 반도는 크게 서쪽으로 아드리아 해와 그 아래 지중해, 남쪽으로는 그리스와 터키에 면해 있는 에게해, 동쪽으로는 흑해에 둘러싸여 반도를 이루었다. 북쪽으로 유럽과 구분은 잘 모르지만 아미 도나우 강을 경계로 삼은 것이라는 설이 많다고 한다. 그리스, 알바니아, 터키의 유럽 부분, 유고 연방의 일부, 그리고 루마니아 정도가 반도에 포함된다고 한다.
디나를 알프스 산맥이 발칸 반도의 6개국(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몬테네그로, 알바니아)을 지나 뻗어있다는 것도 듣어 알게 됐다.

우리의 여정은 그저 크로아티아  중심이어서 발칸 반도 여행이라고 하기에는 맞지 않은 것 같고, 다만 유럽의 남동쪽 어딘가를 몹시 바쁘게 걸었으며 깊은에머럴드 빛깔에 잠겨 있는 고요한 아드리아 해만 기억해도 족할 것이다.

 

< 발칸 반도 1 >

1. 블레드 성과 블래드 섬 in 슬로베니아

프라하 공항에서 오스트리아 Linz 지역까지 5 시간 가량 버스로 이동하니 현지 시간 저녁 8시가 넘었다.  짤즈캄머굿 부근이라고 하는 한적한 마을에서 아주 잠시 을 붙인 후,  아직 잠이 덜 깬 마을 공원을 산책하면서,  또 아침 식사로 빵과 치즈만 있는 걸 바라 보면서 여행지라는 걸 실감했다.
다시 3시간 가량 버스로 이동하여야 하니 은근 걱정이 앞 섰는데, 차창 밖으로 구름을 허리에 두른 예사롭지 않게 멋진 산맥이 슬라이드 쇼 하듯 스치니 이내 정신이 든다.   그리고 블래드 호수의 아름답고 푸른 얼굴을 설핏 보는 순간 가슴 속이 박하향 뿌린듯 환해 졌다.
블래드는 알프스의 서쪽에 위치하여 자연이 아름답다고 하고,  특히 블래드 호수는 슬로베니아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라고 한다.

  <블레드 Bled>

동화책을 넘기다 탁 마주치는 장면같은 이것은 차라리 한 장의 그림이라 해야겠다.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이 이런 것이다. 블레드 호수가 세계적인 여행정보 사이트 '트립 어드바이저(trip advisor)'에서 뽑은 '동화 같은 여행지 톱(Top) 10'에 선정되었다고 하는데, 잘 그린 수채화같은 이 모습으로 세상 모든 사람의 마음을 다 사로잡은 모양이다.

  먼저 드넓은 호숫가 절벽에 세워진 블래드 성을 들러 본다. 반들거리는 돌길 사이로 까칠한 돌카펫을 깔아 조금 가파른 길을 편히 안내 한다.

 

성채를 끼고 걷다가 반대편 호수 쪽을 바라 보는 순간 탄성은 반사적이다. 앙증스런 미니어쳐 성을 쟁반에 담아 살푼 띄워 둔 그러한 풍경이 있기 때문이다. 성벽 위에서 어여쁜 섬을 향해 찬사를 보내 보지만 미약할 뿐, 달리 할 말을 잃고 만다.  아름다움은 늘 안타까움으로 가슴을 쓰라리게 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불현듯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진다. 

 

 

사진은 사진일 뿐. 사실감이 항상 떨어진다.

까마득히 아래로 보이는 마을도 지척인듯 하니 말이다.

100m가 넘는 산 위에 견고하기 그지 없는 성을 쌓아도 부와 영광은 영원하지 않았다는 걸 눈으로 본다.

  

 

 

 

 

 

 

요새(要塞)에 성을 지어야 했고, 성을 지었으니 수성(守城)을 해야 하지 않았을까?

성을 지키기 위함인지, 통풍을 위한 것인지 돌담에 창이 뚫려 있어 해 본 생각이다.

돌로 지어 진 성의 나이를 나무 계단이 말해 준다.

 

 

 

1004년 신성 로마 제국의 하인리히 2세 황제가 어느 주교에게 하사하였다는

문헌 기록이 있다고 하고, 몇년 전 1000주년을 기렸다고 하니 천년 나이가 넘은 성이다.

하지만 돌로 모자이크 된 바닥은 견고하고 아름답기만 하다. 

 

 

 

 

 

저절로 심호흡을 하게 되고, 청량함이 호기심 세포를 일깨우며 걸음이 빨라진다. 

왕실의 여름 거처로도 이용 되었다고 하는 데 여름 지내기가 얼마나 좋으랴 싶다,

그물처럼 바람 걸릴 곳 하나 없는 곳이다.  

 

 

 

 

 블래드 호수가 빙하호라고 하는데 이 우물물은 그 지하수를 길어 올려 썼지 않았을까,

우물을 보면서 삶이 영위 되었던 곳이라는 걸 새삼 생각케 한다.

 

 

 

 

 

담쟁이 넝쿨이 돌담을 장식한 건물은 레스토랑으로 사용되는 등 적절한 용도로 사용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세월을 담고 있는 곳들을 기웃거리다 나온다.

 

 

 

 

블래드 성을 나서면서 해 본 생각.

이 성은 블래드 호수와 섬을 거느려서 빛나고, 호수는 어깨에 성채로 얹고 있어 멋진 그림을 완성했을 것이라고. 

환상의 조합이라 하겠다.

 

 

 

성을 나와 섬으로 가기 위해 나룻배를 탄다.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은 아저씨가 물길을 미동도 없이 가르며 노를 저어 준다.

그저 평화로운 마음으로 가까워지는 섬과 속이 비칠 것만 같은 푸른 물빛만 번갈아 바라 보면 된다.

 

 

 

 

물은 풍경을 아름답게 반영해 주려는 마음이 있다.

물감을 푼 것같은 물 빛 위에 그림이 싱그럽게 일렁인다. 아침 호수의 고요도 더부러 잘게 부서진다.

티토 대통령의 별장 앞이라고 하는데, 경비실이었는지, 기계실인지 바싹 호수변에 서 있다.

 

 

 

 

섬 주변은 산책로로 정비 되어 있다.

이름 모를 야생화가 바람에 가늘게 떨고 있는 언덕과 물비늘을 만들며 차분하게 흔들리는 호수를 끼고

걸어 보면서 바쁜 여행 중 잠시 온 망중한의 여유를 달게 받는다.

 

 

 

 

호수를 건너 이 작은 교회를 방문하는 사람을 입구에서 방명록이 기다린다.

나는 나와 여행을 함께 한 우리 도반들과 그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며 글 한 줄을 썼다.

 

15세기에 건설된 '성모마리아 승천 성당'이라고 하는데 자그마하고 소박하다.

교회 안에 늘어뜨려진 긴 줄을 당겨서 종소리를 울리면 행운이 있다는 속설이 있다고 하여

모두들 줄에 매달려 봤다. 당기는 데 상당히 힘이 들어 가야만 한다.

종소리는 성당 밖에서 메아리처럼 아련하게 들린다.

우리는 귀 귀울여 남의 종소리를 들어 주며 즐거워 했다.

 

 

 

 

 

교회 뜰에는 무슨 행사가 있는지 하얀 테이블보를 깔며 정갈하게 테이블 셋팅을 하고 있다.

영화같은 일이 벌어질 것만 같다.

 

 

 

 

차 한 잔의 여유만 인정되는 빠듯한 여정이 조금 싫어지려 한다.

빨리, 빨리 민족성이 이런 곳에서는 그렇게 촌스러울 수가 없다.

 

 

 

 

간편한 기념품점에서 마그넷을 사고, 나머지 시간을 아껴 아껴 호수를 지켜 본다. 

가을 단풍이 든다면, 눈이 오게 된다면, 환상적 풍경을 상상해 보면서. 

 

 

 

 

우리 여정의 첫 커피 타임은 이 곳 블래드 섬 테이블에서.

호수 빛깔에 어질 어질 취하면서 카푸치노 맛을 보는 정경이라니, 이 무슨 호사인가 싶어졌다.

커피 한 잔에 예쁜 유리병 생수까지 하나 얹어 주면서 주인장은 감각을 발휘했더랬다. 단 1.5유로에.

보통 노천 카페 커피 한잔이 1 유로라는 걸 나중에 알게 된다.

 

 

 

 

 

이 계단은 TV에서 본 적이 있는 듯 했다.

99계단이라고 하는데 모르겠고 경사가 상당히 급하다.

나룻배를 바싹 붙인 다음 신랑이 신부를 안고 계단을 올라 가는 모습을 본 것 같다.

이래 저래 동화 같은 섬이다. 

 

 

섬 둘레가 2 Km에 불과한 작은 섬이 자연적으로 생겨 난 것도 오묘하고,

섬을 동화 나라로 꾸민 누군가의 손길도 경이롭다 해야겠다.

뱃전에 앉아 멀어져 가는 아름다움에 하염없이 눈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2016년 4월이라 싸인까지 마음에 남긴다.

 

 

 

그리고 또 손을 흔들어 준다, 안녕, 안녕~~~

우리 아이들이 찾아 주는 날까지 잘 지내라고~~~내 소망을 담뿍 담아서.

 

 

 

 

 

이곳은 여러 가지 수상 스포츠가 자주 열리는 곳이라고 한다.

나룻배가 풍경을 도우는 소품같아 보인다. 평화롭다.

 

 

 

 

차분한 호수 변에 티토 대통령의 별장이라는 하얀 건물이 있다. 지금은 호텔로 사용되고 있다고 하는데 내부는 알 수 없지만 외관은 소박해 보인다.


티토는 옛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 공화국 시절 대통령이었다. 우리도 익히 들어 아는 대통령으로 서방 사회와 교류가 좋았던 것으로 안다. 1947년도에 건축되었다고 하는데 1980년 사망할 때까지 별장으로 사용한 모양이다.

 

 

 

 

슬로베니아의 노년층에서는  티토 시절이 좋았다고 하는 등 티토 정부에 대한 향수가 있다고 한다.

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하였고, 또 2차 세계 대전 중 나치와 맞섰 싸웠으며,

이후 1947년 사회주의 연방국을 건국하였다고 한다.

1980년 사망할 때까지 비동맹주의로 자유진영과도 공산 진영과도 척지지 않는

실용주의 외교로 연방국의 번영을 꾀했던 모양이다. 

상당한 멋장이로 우리 기억에도 있는 사람이다. 

 

 

 

 

 

아침 나절에는 나룻배도 사공도 한가로이 누군가를 기다린다.

그리고 뭍에 나온 백조도 사람을 기다린다.  

 

 

오스트리아 땅을 아직 벗어 나지 않은 이 곳에서 만난 휴게소. 버스 차창 밖에서 이어지던 눈 덮힌 산의 모습이 여기 코 앞에 있다. 알프스의 얼굴이라 색다르게 보고 있다.




 깔끔한 휴게소에 상품도 고급스러워 보였고 스낵 코너도 얌전했는데 잠시 지체한 후 바로 떠나야만 해 아쉬웠다. 그 짧은 순간에도 에쁜 마그넷 두개는 샀으니 유감은 없다. 
 

 

 

 

 

 

 

 


 

 

 

 

 

 

 

 

2. 포스토이나 (Postojna) 동굴 슬로베니아

 

 

포스토이나는 슬로베니아 남서쪽에 위치한 도시로, 이곳 동굴은 세계 2위라 이를 정도의 규모를 자랑한다.

석회석이 많아 지형의 변화가 생기는 카르스트 동굴이고,

전체 길이가 20Km에 달하지만 개방된 관람 코스는 5.2Km 정도라고 한다.

 

2km 정도는 꼬마 기차를 타고 나머지는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한 시간 남짓을 걷게 된다.

1213년에 처음 세상에 알려졌고,

1818년 통로를 만들면서 새로운 부분을 발굴하게 되었고 사람들의 방문이 본격화 되었다고 한다. 

 

 

 

 

 

 

주차장 근방의 기념품 점을 지나 조금 오르면 바로 동굴 입구가 나타난다.

동굴 입구에는 해설자에 따라 구분해서 줄을 서는데 (영어, 독일어, 이태리어, 슬로베니아 어)

우리는 영어 해설자의 줄에 서서 입장하게 되었다.

이태리에서 수학 여행 왔다는 학생들이 우리 앞에 서서 대기하는데, China 며 뭐며 하고 조잘댄다.

우리에게는 머나 먼 행로이나 그들에게는 어렵지 않은 코스이니, 수학여행을 온 모양이다.

 

 



중국, 베트남에서 동굴을 들어 가 보았고, 그것도 배를 타고 다니노라 놀란 기억이 있는데 이건 아주 기차를 타고 들어 간다.


두명씩 앉아 20분 이상을 타고 들어 간 것같은데 꼬마기차가 속도가 좀 있었던지 찬바람을 막느라 온 얼굴을 싸매고 신경을 쓰며 달렸다.


머리가 바로 부딪칠 것같은 낮은 곳을 지날 때는 퍽 아찔하기도 하다.
1959년에 전동 기차를 설치하여 관람객이 많이 증가했다고 한다.

 

 

 

 

규모를 떠나 내가 본 베트남이나 중국의 동굴과 이 포스토이나 동굴의 다른 점은 조명에 있는 것 같았다.

이 곳은 현란한 조명으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유도하지 않아 더욱 자연의 신비를 느끼게 된다.  

 

무생물이면서 생물처럼 자라는 돌이라니!

어둠 속에서 홀로 흐르고 닳고, 서로 떨어지고 이어지며 끊임 없는 활동한 결과물이 아닌가!

오묘한 지구의 속살 한 부분을 보는 것이라는 생각에 경외감이 든다.

 

 

 

 

천장에 스파게티 국수가 붙었다고 알려 주는데 정말 국수 가락이 아래로 쏟아질듯 뽀족 뽀족 달려 있다.

천천히 걷다 보면 별아 별 형상이 다 있을 것 같은 장관이다.

 

 



멘델스존이 영국 여행 중에 핑갈의 동굴을 방문하면서 그 영감으로 우리가 아는 '핑갈의 동굴 서곡'을 작곡하였다고 하는데, 예술가들은 이런 곳에서 영감을 얻을 수도 있겠구나 싶어진다.


이러한 종유석들도 자기만의 독특한 음색을 가졌을 것같고, 두드리면 동굴이 지닌 울림을 배경 음악 삼아 멋진 하모니가 연출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무리하지 않은  상상을 해 본다.

 

 

나는 밝음에 너무 익숙해져 살고 있나보다. 아니면 내 시력 탓인가.

기차에서 내려 걸으며 관람을 해야 하는데 어둠에 익숙치 않은 눈이 발치에만 신경을 쓴다.

통행이 빈번하지만 통로에 높낮이가 있고 하여, 행여 미끄러질까봐 조바심을 내며 걷게 되어 유감이었다. 

 

 

 

 

동굴이 얼마나 깊으면 이 곳에 다리까지 놓여 있다. '러시안 다리'라고 한다.

1차 대전 당시 러시아 죄수들이 이 어둡고 깊은 골짜기를 건너기 위해 만든 다리라고 하는데 왜?

전쟁 포로인가, 아니면 안전한 대피를 위한 곳이었을까?

영어 가이드의 말과 통역해 주는 우리 가이드의 말이 뒤섞여 어지럽다.

 

이 다리 부근에서 갑자기 정전이 된다.

동굴의 깊은 어둠을 느껴 보라고 잠시 불을 꺼 보는 것이라고 했다. 신선한 경험이다.

 

 

아래에서 자라 올라 오는 돌과 위에서 흘러 내리며 자라는 돌이 만나 기둥을 이루는 일이 계산 없이 가능한 일일까? 그런데 이렇게 신전 기둥처럼 멋진 조형물을 만들고 있었다. 


사진을 찍지 말아 달라는 안내 멘트에 묵묵히 걷기만 한 나는 참 고지식한 사람이다. 이 부근에서 알아서 조금만 찍으라는 가이드의 말에 급히 몇장을 찍게 되었다. 플래쉬는 안 쓴다고 해도 소리가 잔뜩 거슬렸다.


사실 기계가 넘쳐 나면서 내부의 온도와 습도에 변화가 생겨 석순이 자라는 걸 방해하지 않나 하는 건 누구나 하게 되는 걱정일 것이다.


이렇게 자연의 공력이 들어 간 예술품을 우리가 아껴줘야 하는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형제 자매처럼 서로 닮은듯 다른듯 개성대로 만들어진 모양이 끝 없이 이어진다.






유난히 흰 종유석이 눈에 들어 온다. 얼마나 오랜 세월을 모으고 쌓은 눈물일까 싶다. 어두운 동굴 안을 갑자기 밝혀 주어 유독 존재감이 있다.  

 

 

이 막막한 어둠에 사는 휴먼 피쉬(Humanfish)라는 생명체가 있다고 한다.

보존을 위해 인공 부화를 하는 등 공을 들이는 모양으로 수족관에서 볼 수 있다고 했는데 보질 못했다.

지렁이, 메기 모양의 생명체를 그림으로 보고 나왔다.

그런데 왜 human fish 라 이를까? 피곤해서 물어 볼 수가 없었다.

 

 





슬로베니아는 이 동굴로 인한여 많은 관광 수입을 올릴 것같다. 머나 먼 곳에서 우리까지 와서 관람을 하니 말이다.


평소에 굉장히 붐빈다고 하는데 우리는 마지막 기차를 타고 들어 가서인지 그렇게 번거롭지는 않았다고 본다.


다시 꼬마열차를 타고 밖으로 나온다.

 

 

 

 

 

이 여행 일정은 일단 버스를 많이 탄다. 동굴을 나와 다시 버스에 오르니 긴장했던 눈자위 근육에 피로가 온다. 차창 밖 아름다운 봄날 풍경으로 눈을 씻으며 창문에 매달려 있게 된다. 여기가 어디란 말인가?

버스만 타면 실신이라도 하고 싶도록 멀미를 해대는 나는 왜 말짱한 것일까, 아무래도 미리 준비한 약 덕분인듯 하다. 

 

가이드는 유럽 문명에 대하여, 유고 남쪽 슬라비아 왕국의 역사에 대하여, 슬로베니아 국기에 대하여 내전에 대하여.....열심히 말해 주고 있고,

나는 멀고 가까운 역사 얘기에는 아랑곳이 없이, 목적지를 알 것도 없이 무심히 푸른 창 밖만 응시한다.

사치한 시간이라 마음에 적어 둔다.

 

 

 

 

슬로베니아를 떠나 크로아티아로 건너 가는 국경인 모양이다. 

정복 차림의 여자 한 명이 차 안에 들어와 여권 검열을 하고 간다.

조금 긴장이 되는데 이곳에서 한국 여권은 위력이 있다고 한다.

범죄자가 적고 마약 청정 지역이라 그렇다고 하니 듣기가 좋다.

어쨌거나 국경 넘는 일이 이 정도이면 수월 한 것이라 봐야 할 것이다.

 

 

 숙소에 들어도 해가 한폄이 남아 있었으니, 떨어지는 해를 배웅 하고자 바닷가로 쪼르르 내달린다.
말로만 듣던 아드리아 해안 어디가 아닐까 하면서....


상당히 빡빡한 하루를 보낸 우리에게 바다에 면한 호텔은 감미로운 선물이다.

 

 

어둠이 찬 기운을 데리고 오지만 부드러움이 실려 있어 견딜만 했다.

노을을 배경으로 선 사람들은 그대로 풍경의 일부가 되어 버린다.

 

 

 

 

마을은 불을 밝히고 밤을 대비한다. 물 위에 떠 있는 불빛이 평화를 만들고 있다.

이 곳 사람들에게 일상인 일이 우리에게는 소중한 하루의 기억이다.

 

 

 

 

새벽 어스름이 걷히기도 전에 어제 밤 노을 속에서 바라 보던 바닷가 산책에 또 나서 본다.

텅 빈 거리에 가로수가 눈에 들어 오는데 그게 그렇게 예쁘다.

소나무가 우산 모양인데 이태리의 영향이라고 한다.

 

벌써 3일째 여행이 시작되려는 아침이다.

에너지를 비축할 시간도, 그럴 마음도 없이 마구 달리고 있다.

 

 

 

 

< 2016년 4.13일 ~ 4.14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