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행기/발칸 2.

'풀라'와 '로비니

수행화 2016. 5. 8. 22:42

< 발칸 여행 2 >

 

1. 풀라 (Pula), 크로아티아

 

 

 

풀라는 이스트라 반도의 고도이다 

크로아티아의 영토의 북쪽은 슬로베니아와 경계를 이루며, 아드리아를 향해 반도를 형성하고 있다.

국토의 가장 서쪽, 이곳을 이스트라 반도라고 한다.

이스트라 반도는 지리적으로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이탈리아 3개국에 걸쳐 있다고 한다.

 

18세기 말까지 베니스, 함부르크, 항가리의 지배 하에 있다가

1991년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가 독립을 하면서 그 대부분이 크로아티아의 영토로 정착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반도의 두 도시, 로비니와 풀라를 한나절 보게 된다.

 

기원 전 45년 경 로마 제국 시대에 조성된 도시로, 그 시대 유적이 보존되어 있어서 오늘 날의 관광 자원이 된 것같다. 

 

 

 

 

이른 아침에 출발한 버스가 아름다운 항구 언저리에 우리를 내려 준다.

눈부시게 푸른 바다, 우선 이 명징한 아침에 매료된다.

항구에서 흔히 보는 쓰레기 더미도 보이지 않고, 왁짜한 기운도 없어 그냥 정물같은 분위기다.

파도가 살지 않는 바다, 깊은 쪽빛에 젖은 바다, 오래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날 것같다.

 

 

 

 

 

< 풀라 원형 경기장 >

바다를 등지고 잠시 걸어 올라 가니 우람한 원형 경기장이 나타 난다.

의외라는 생각이 든다. 이태리에서나 볼 것같은 원형 경기장이 여기에도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아니나 다를까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이며, 로마의 원형 경기장으로는 6번째 크기라고 한다.

 

 

 

 

B.C 1세기 경, 고대 로마의 콜로세움과 같은 시절에 건설 되었다고 하는데,

이 정도라면 큰 훼손 없이 잘 보존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검투사들이 경기를 했던 장소였을 터인데,

지금은 콘서트를 열고, 여러가지 문화적인 용도로 활용한다고 한다.

 

 

 '자세히 보면 더욱 아름답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잘 다듬어진 아치벽을 창문인양 고개를 디밀고 저 아래 펼쳐 놓은 경기장과 그 너머 그림처럼 담겨 있는 아드리아해의 아침을 구경한다. 

 

바다와 하늘을 액자에 담아 보며 걷는 사이, 바쁜 우리 일행들은 아주 저만치 멀어져버렸다. 

 

 

 

 

지대가 조금 높은 곳인데다 경기장 높이가 30m 라고 하여 그런지 아주 늠름한 모습이다.

그 시절 이 석조물을 8년에 걸쳐 건설하였다고 하는데, 그냥 슬쩍 보아 넘기기에는 아쉬운 마음이 크다. 

 

 

 

 

휘이이~ 한바퀴 돌다 다리를 쉬고 싶은 즈음에 소박한 야외 카페를 만나 반가웠으나 바로 패스....

 

 

 

 

일행을 따라 잡으려 상가가 나란한 길을 바쁜 걸음으로 내려 오다 시선이 걸린 곳, L.G 휴대폰 매장이다.

윈도우에 진열된 폰이 반가운 마음에 어서 한 컷 찍고 또 걸음을 재촉한다.

 

 

 

 

햇살을 간접조명 처리한 노천의 파라솔 아래 앉아 이 청량한 아침을 가슴에 좀 담았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이나 사진 한 장으로 마음을 달랜다.

이렇게 바쁜 여행인줄 예전에 미처 몰랐었다.

 

 

 

 

<세르기우스 개선문>

 

원형 경기장을 내려 와 길을 건너니,

도시의 섬처럼, 연출해 둔 연극 무대처럼 고풍스런 분위기 한 장면이 불쑥 나타난다.

우리네 독립문 모양의 이 문은 세르기우스 개선문이라고 한다.

이곳이 고도(古都)임을 말 없이 증명하고 있다. 

 

 

 

 

이 문을 시작으로 구시가지가 시작되는 모양으로,

세월이 느껴지는 건물들이 나란한 길을 걸어 들어 간다. 

 

 

 

 

전승을 기념하여 세운 문이니 영광의 상징일 것이다.

공 들어 새긴 문양이며 아직도 선명한 글자까지, 기원 전 몇 십년 전의 건물로 여겨지지 않는다.

역사적적인 안목이 있는 사람은 여행을 다니면 할 일이 참 많고, 수확도 클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세계사를 펼쳐 본다면 사실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걸 여행을 하면 늘 느낀다.

 

 

그들이 자부심으로 보여 주는 건축물은 일단 자세히 그리고 경건하게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눈이 부셔 자세히 올려다 볼 수는 없었지만......

 

개선문 앞은 또 친절한 카페가 자리를 준비하고 있다.

 

 

 

 

설마 '더블린 사람들'의 작가인 '제임스 조이스'일까 하면서 바라 본 동상.

작은 아주 작은 카페 앞에 앉은 이 동상이 그 작가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1982~1947)이라는 생멸의 시간이 말해 주었다.

 

더블린에서 태어난 그는 런던, 취리히, 풀라 등지를 옮겨 다니며 지냈다고 하니, 아마 이 곳에서 차를 마셨거나 무슨 인연이 있는 모양인가 보다.  

 

 

 

 

이 작은 카페에 뜬금 없는 동상이라 온전하게 잘 찍어 보려 했으나,

또 다른 여행객이 자리를 내 주지 않아 그들이 주인이 돼 버렸다.

 

 

 

 

지나치는 상가는 작고 소박하나 오밀 조밀한 것이 보기가 좋았다.

들어가 보았다면 의외로 재미 있었을 것같은데......

 

 

 

 

옛 도시의 좁은 대로를 걸어 들어 가다 보면,

그 사이 작은 골목들이 반듯 반듯 가로 질러 있다.

 

 

 

 

오래 된 건물들은 대부분 상점이나 은행 등으로 쓰고 있는 걸 알 수가 있다.

우리네 북촌보다야 넓은 길이니 좁고 낡았다 할 건 없는 거다.

상점 안의 물건들이랑 사람들의 움직임이 나이 든 건물에 생명을 불어 넣어 주고 있다.

 

 

 

 

<아우구스투스 신전>

 

우리가 미술책에서 보던 그리스의 건축 양식, 바로 그 모습이다.

"아우구스투스 명상록'을 펴 낸 위대한 황제의 이름을 땄으니 아마 그를 기리는 신전인가 한다.

코린트 양식이라며 배웠던 그 기둥, 6개의 기둥이 단아하고 우아하다.

 

 

 

 

< 시청사>

 

깃발을 매달아 관공서라는 걸 알아 본다.

아니면 그냥 옛스런 건물로 보았을 것이다.

우리 나라의 시청사들이 초현대식 건물인 것에 고착된 우리 관념으로는 어서 알아 볼 수가 없다  

아우구스투스 신전 옆이라 이 도시의 컨셉임을 알 수가 있다.

 

 

 

 

시청 앞 광장.

규모가 작아도 광장은 광장이다. 만남의 장소인지 아침 나절인데도 사람들이 제법 많다,  

두런거리며 지나가는 사람, 감자를 사서 들고 가는 사람, 차 마시는 사람들... 

영화 어디에서 본 것만 같은 장면들이다.

영화 '씨네마 천국'의 극장 앞같다고 말하며 웃어 본다.

 

 

 

 

이곳 관광 안내소는 이 노란 표지로 찾기가 쉽다.

 

 

 

 

<성 프란체스코 성당>

 

 

 

 

초기 르네쌍스 양식으로 아름답게 지어진 성당이라고 한다.

외양은 군더더기 없이 소박하나 내부는 정갈하고 규모도 상당히 크다. 

잠시 다리를 쉬며 앉으니 아름다운 기둥이 눈에 들어 온다.

우리네 건축에 흔히 응용되고 있는 아치가 얼마나 어줍잖은가 하는 생각도 아울러 해 본다. 

 

 

 

 

풀라는 전체적으로 이태리의 문화적 영향 하에 있었던 것이 여실히 보인다.

1000년의 비잔틴 문화, 500년의 로마 문화, 50 년의 공산 주의가 지배한 지역.

변화에 변화를 거듭했을 것이나 진정 고귀한 것은 버리지 않은 것같다.  

 

 

 

 

 


 

 

 

 

 

2. 로비니 ( Robinj ), 크로아티아

 

  

 

 

 

 

이스트라 반도!  들으면 낭만이 함께 묻어 오는 이름이다.

'이스트라 반도의 두브로브니크'라 불리는 로비니,

폴라와 자동차로 45분 거리에 있는 로비니로 간다.

 

중세 이후 오랫동안 베네치아공화국의 지배를 받은 까닭에 유럽풍의 분위기가 많이 남아 있다고 하는 도시, 자동차로 1시간이면 빙 돌아 볼 수 있는 작은 도시라지만 여행자들에게 은근히 인지도가 높아 보인다. 

 

 지도를 펼쳐 보면 반도의 해안에 인접해 있는 로비니와 풀라를 보게 된다.

특히 로비니는 작은 어항이라고 하는데, 소박한 모습이 웅대하고 근사한 관광 도시 부럽지 않을 것같다.

로비니와 풀라는 이스트라 반도를 빛내 주는 도시가 아닐까 싶다.  

 

 

 

 

로비니를 향해 달리다 보면 이렇게 목가적인 풍경을 연이어 보게 된다.

평화로워 보이는 것은 비단 나른한 봄 햇살 때문이라고만 할 수 없을 듯.

붉은 지붕이 푸른 하늘과 닿으며 그려 내는 실루엣이 그림에 평화를 더 하는 것이라 보인다.

 

 

 

 

'이스트라 반도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로비니의 첫 인상은 대강 이렇다.

성당의 첨탑을 정점으로 빨간 지붕들이 오손도손 사이 좋고, 바닥이 훤히 보이는 에메랄드 빛 바다가

멋진 배경으로 마침내 아름다운 그림이 완성된 마을.

파문처럼 번지기만 하는 물결은 이 곳을 천혜의 항구로, 멋진 휴양지로 매김했을 것이다.

 

 

 

 

13세기 베네치아 공화국의 지배를 받은 관계이니 중세 유럽의 분위기를 띠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

현재 베네치아와 뱃길로 1시간 반 가량 걸린다고 지금도 영향을 주고 받을 것같다. 

 

에머랄드 빛 투명한 바다, 호수처럼 섬세한 물결.

이 정결한 풍경은 중세 유적의 위용 쯤은 단숨에 압도해 버릴 것이다.

오히려 사족이 될 것이다. 그저 바다를 보며 생각에 잠겨 봄이 더 '로비니'를 만족케 할 것같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건물들은 세월에 또 해풍에 주름진 얼굴이다.

가까이 가도 성당의 첨탑은 따라 온다. 걸으면 늘 따라 오는 달과도 같다.

첨탑은 높고 도시는 초고층 건물이 없으니 구도가 좋고 아름다운 것이다.

이런 곳에서 물빛만 바라보며 산다면 욕심 버리는 일이 쉬워질 것같다.

 

 

 

 

정박해 있는 배들이 각양 각색이다.

1인용 요트같은 배, 고기잡이 배처럼 보이는 통통배.....

기름띠가 떠 다니는 우리의 항구와 왜 다른지 생각해 보았는데 답을 모르겠다.

 

 

 

 

잔 물결에 몸을 맡긴 배들이 여유의 상징으로 보인다.

경관을 해치기는 커녕 바다에 한 점 에너지를 주는 것같아 보기가 좋다.

 

 

 

 

교회의 첨탑은 이 곳에도 따라 온다. 그것을 정점으로 마을이 동그랗게 앉은 것이 틀림 없나 보다.

이곳 저곳으로 이동해도 같은 모습이 따라 다닌다. 선착장 앞으로 이동 했는데도 그림은 역시 대동소이하다.

분위기가 따로 없다. 바다가 바라 보이는 곳, 파라솔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커피를 마시고 싶다.

 

 

 

 

부둣가, 아니면 광장? 고만한 장소에 장이 서 있다.

올리브, 꿀, 기타 농산품들이 가지런하다.

일정이 많이 남은 우리는 아무것도 살 수가 없었다.

 

 

 

 

체감하는 물가는 싼 것같다.

햇살이 좋아서인지 무화과 말린 것 등 말린 과일들이 즐비하다.

 

 

 

 

관광객의 내왕이 많아서인지 이 곳은 노천 카페는  규모가 조금 크게 보인다.

햇빛이 따가운지 그늘을 찾아 앉아 있다.

노천 식당이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닐테지만 그래도 우리는 마냥 좋아한다. 

 

 

 

 

관광객의 모습이 수월찮이 보이는 것이 중심가인가 한다.

 

 

 

 

 

노점을 어슬렁 거리다 나는 예쁜 마그넷을 샀다.

 이태리인처럼 생겼고 노점상인 같지 않게(?) 갖은 멋을 부린 주인 아줌마는 내게 반색을 하며 맞이한다.

나는 4유로에서 1유로를 깎아 3유로에 마그넷을 사고 나니 벼룩이 간을 내기라도 한듯 했다.

여행 온 학생들이 서로 사들인 기념품들을 돌려 보고 있는, 나는 이런 풍경이 너무 정겹고 좋다.

 

 

 

 

 어쩐 일인지 떠들며 몰려 다니는 관광객을 많이 만나지 않으니 바쁜 일정 중에도 차분한 시간이 있다.

파라솔을 펼치지 않은 채 모두들 뜨거운 태양을 맛보고 있는 이 카페 앞에 오래 서 있었다.

 

 

 

로비니를 생각하면 이 좁은 골목을 먼저 떠 올리게 될 것이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뉘 집 빨래인지 모를 빨래가 펄럭이고, 파는 사람은 별로 안 보이면서 벽면 가득 갖은 악세사리를 진열해 둔 모습이 인간적으로 보이는 이 골목을 말이다.

 

내려 가면 마을 그곳이 그곳이라 길을 잃어도 좋다고 하는 이 마을, 이 골목을 말이다. 

 

집 앞이나 창문 앞이나, 화분들을 내다 놓아 여행자도 이웃도 빙긋 웃게 하는 이 골목을 말이다.

 

반들거리는 돌길에 걸음이 위태로워지려는 이 골목을 로비니와 함께 떠 올릴 것이다.

 

 

 

<성 유페미아 성당>

베니스의 풍의 바로크 양식 건물이라고 하니 그런가 한다.

1736 완공 되었다고 하니 간단하게 나이가 나온다.

잠시 앉아도 마음결이 고와지는 느낌이다. 환경의 지배를 받는 것은 인간의 조건이 아니겠는가!

 

 

 

 

 

외침을 막기 위해 쌓은 성벽 치고는 조금 낮은 감이 있다.

아무래도 좋다.

안내가 내 걸린 걸 보니 문을 나서면 커피숍이 있을 것같다.

 

 

 

 

이것은 마을의 길흉사를 알리는 게시판이라고 한다.

이웃이 몽땅 사촌처럼 지내는지, 아니면 남의 일에 참견하기 싫어서인지 잘 모르겠지만,

생활화 하였다면 퍽 유용할 것같다. 특이하다.

 

 

 

 

골목을 내려 오니 번화가라 할만한 곳이다.

관광객 한 무리가 우리가 다녀 온 길로 들어 선다.

손을 꼭 붙잡은 어느 노부부를 보면서 찡한 마음이 든다.

어쩌면 저렇게 손을 꼭 붙잡고 서로 보폭을 맞춰가며 걸어 가는지!

 

 

 

 

 

<2016년 4월 15일>

여행 3일 째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