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행기/교토 1.

교토 여행 1

수행화 2016. 6. 12. 00:35

 

교토 여행 1.

 '의미 없는 여행이란 없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어렵고 힘이 드는 여행에도 늘 배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나에게 이번 교토 여행은 의미가 남 달랐다. 아들이 휴가까지 내가며 남편과 나를 교토로 이끈, 진정 의미 있는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교토는 일본의 예전 수도이며 금각사와 청수사가 아주 유명한 관광지라는 기본 지식 정도에 불만 없이 살았었다. 그런데 교토는 바람처럼 지나칠 그런 도시가 아니라는 것이 우리 아들의 생각이다. 출장차 상당히 많은 시간을 이 곳에서 보내면서 가진 관념인 것이다.
희떠운 말이라고는 하지 않는 아들을 따라나서면서 여행의 즐거움에 더하여 생각 하나가 보태진다. 그간 얼마나 준비를 많이 했을까 하는 짠한 마음에 콧등이 찡한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새벽 댓바람에 집을 나와 8시 30분 비행기를 탔고, 간사이 공항에 내려, 교토행 기차 앞에 서니, 시계가 오전 11:00 를 가리킨다. 일본은 참으로 가깝고 하루는 정말 긴 시간이라는 걸 실감한다. 청소 중인 기차 안을 들여다 보며 잠시 해 본 생각이다.

기차표 확인을 하고 자리에 앉으니 풀을 잘 먹인 등받이가 얼마나 산뜻하던지! - 나는 개인적으로 빳빳이 풀 먹인 걸 좋아한다 - 포켓에 표를 꽂아 두고 잠시 눈을 붙이라는 아들의 말에, "그래! 이게 표를 꽂으라는 포켓이었구나" 늘 작은 것에 감동하는 내 습관이 또 나오고 나는 그 정성어린 배려를 십분 이용하여, 말 그대로 잠시 눈을 붙이고 나니 개찰도 했고, 교토역으로 들어 간다.

일본은 사람들의 모습이 우리와 비슷하고, 한자에  익숙하니 크게 생소하지 않다지만, 그래도 고도(古都)에 발을 딛으니 여행에의 기대 세포가 한껏 깨어 난다.

 

교토역 풍경.

수년 전에 청수사와 금각사를 휘돌며 교토 바람을 쐬었으나 기차역은 처음이라 두리번거리게 된다. 고풍스럽지 않고, 말끔하고 현대적인 모습을 하고 있어 오히려 친근하다.

여행자들이 많고, 단체 여행객들도 그룹 지어 모여 있어 정말 세계적인 여행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스티브잡스'의 교토 사랑은 이미 널리 세계인에게 알려졌을 것이다.

'테마가 있는 이정표'

호텔을 찾아 들어 가는데 앙징스런 기차며 자동차의 모형들을 본다. 교토역이나 철도 박물관 등 가는 방향을 사랑스럽게 알려 주고 있다. 호텔에 짐을 맡기고 택시를 이용하여 조금 둘러 보기로 한다. 아들이 짜 놓은 여정에, 그저 머리만 끄덕이며 따라 다니면 된다.

 

<니조성>

니조성은 1994년에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록 되었다고 한다.

입구에서 받은 팜플렛에 니조성의 자세한 연혁이 적혀 있다. 1603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교토를 방문할 시에 머물기 위한 목적으로 세운 성이라는 것과, 3대 쇼군  '이에미츠'가 1626년에 완성하였다고 설명한다 이곳에서는 '이에야스'가 세운 에도 시대의 건축물과 '이에미츠'의 지시로 제작된 그림과 조각 등이 어우러져 모모야마 시대의 문화를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다고도 한다. 안내 팜플렛을 받았으나 이제야 찬찬히 읽어 보게 된 것은 남편이 일본 역사를 주르르 꿰고 있어 어지간한 귀동냥은 있어 온 탓일 것이다. 

정문의 금빛 장식이 눈에 들어 오니 무심코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종이 오리듯이 오려 붙인 금속 모양이 너무 예뻐 두드려도 보고 만져도 보면서 머뭇거린다. 그리고 정문의 지붕 곡선이 예쁘다는 건 그 다음의 일이되고 만다.

일본 종이 접기가 세계를 평정한 근원을 여기서 보는 것 같다. 쇠붙이도 종이 오리듯이 오려 붙였으니 말이다.
종이접기가 영어로도 'origami' 라고 하며 일본어를 그대로 쓰는 것만 보아도 짐작이 된다.

 

<니노마루 궁전>

'쇼인츠쿠리'라고 하는 무가풍 서원 건축양식의 대표적인 건축물로 6동의 건물이 모두 연결 되어 있는 형식입니다. 건물 면적은 3,300 ㎡  이고 33개의 방에는 약 800 여장의 다다미가 깔려 있습니다. 각방의 벽화들은 당시의 유명한 미술사조 '카노파'의 작품으로 각 방의 목적에 맞춰서 그려진 것입니다. 

안내 팜플렛에 친절하게 한글 안내문이 있다.

니노마루 궁전 처마도 나무를 투각하고 금속을 오려 붙여가며 정갈하게 꾸민 것에 눈이 간다. 궁 내부를 신발 벗고 관람할 수 있으나 사진 촬영은 안된다. 엄청나게 큰 다다미 방이 구비 구비 이어진 모양이 장대하고 질서 있고, 엄격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 다다미 방 관람보다 더 신기한 것은 마룻 바닥에서 나는 갸날픈 소리다. 우리가 소설에서 일본의 성은 자객의 침입을 미리 알기 위해 마루를 밟으면 마루에서 소리가 나게 했다는 말을 듣긴 했었다. 그런데 그 소리가  마른 나무의 튼 소리도 아니고, 돌쩌귀 소리 등 둔탁한 소리도 아니었다. 내 귀에는 가늘고 높은 음색의 피리 소리처럼 들리더라는 말이다.그들은 이 소리를 우구이스바리(휘파람새 마루) 라고 한단다. 말을 듣고 보니 아주 작은 새소리 같다는 것이 맞겠다 싶었다. 마루를 밟으면 새소리가 난다니 참!

뜰을 지나면서 육중해 보이는 종모양을 바라 보았다.용도는 알수 없으나 시선이 저절로 가게 되는 것이 거기에 '성내 전역 금연'이라는 경고 표지판이 착실하게 붙어 있어서인 것같다. 

<니노마루 정원>
잔잔한 수면에 떠 있는 바위를 보니 앉아 쉬고 싶은 마음이 든다. 전통적인 기법으로 조성된 정원이라 특별 명승이라고 한다. 중앙에 샘을 상징하는 돌과 학과 거북 모양을 배치한 '지천 회유식'이라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정원 조성 기법에 무슨 무슨 양식이 있는 모양이다.

일본식 정원이나 서양식 가든이나 모두들 나름의 정원 가꾸기가 있어 온 것같다. 하지만 우리나라 건축에는 정원에 크게 중점을 두지 않은 것 같아 보이는 것은 내 짧은 식견인지 모르겠다. 우리는 풍수다 뭐다 하며 자연에 순응하고 의지해서 집을 짓고, 자연 그대로를 즐기고, 일본인들은 자기 나름의 강과 산을 집 안에다 만들어서 즐기는 차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늘 하는  말이지만 우리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마루를 통하여 통행하도록 되어 있다. 마루를 가진 건물들은 유용하기도 하지만 보기가 좋다. 쪽마루에 걸터 앉아 다리를 흔들며 콧노래라도 부르고 싶다. 시름이 없던 어린 시절로 돌아갈 것만 같다. 그런데 그 쪽마루는 여기서 그대로 나이를 먹어 주름이 깊게 졌다. 온갖 풍상을 다 겪은 모습에 정이 간다.

수학 여행이거나 견학이거나 학생들이 많이 보인다.

단청이 없는 그들의 목조 궁전은 묵은 멋이 절로 난다. 우리네 궁궐과 절이 단청으로 곱게 단장된 것에 비해 소박해 보인다.절집 대웅전은 언제나 그 나라의 궁궐 모습과 동일한 건축 방식을 취한다. 일본은 단청 없는 것으로 특징 삼은 것인가 보다.

소박한 싸립문을 통하게 해 놓으니, 우리 안목으로는 더 서민적으로 보인다.

개방하지 않은 건물들이 더러 있다.

꽃이 져 가는 계절이다. 꽃이 만발한 봄날이나 단풍이 화려한 가을 정원만 못하겠지만 호젓하고 차분해서 좋다.

동선을 따라 가다 보면 성문이 나오기도 한다.

얕은 언덕을 오르니 한 눈에 궁전과 부속 건물들이 시야에 가득 들어 온다.북경의 자금성이나 외국의 어마어마한 성들에 견줄 정도는 물론 아니다. 하지만 절제된 아름다움이 있다.

성벽의 돌 쌓기는 정말 신비한 기술이다. 그렇게 큰 돌을 조형미 만점으로 쌓아 올린 기술에 볼 때마다 탄복한다.

도꾸가와 이에야스를 높게 쳐 주는 남편은 소설 읽던 생각에 재미가 더했을 것같다. 그리고 나는 야단스럽지 않아서 더 아름다운 성이라는 생각을 하며 걸어 나온다.

성문은 철제로 만들어졌고 그냥 보아도 무게가 느껴진다. 열고 닫을라치면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어야 했을 것이다.청동빛 금속을 오려 붙여 쇠붙이끼리 배색이 절묘하고 멋진 문이다. 

 

< 청수사 / 기요미즈데라 >

청수사 오르는 길은 은근 가파른데 택시를 이용하니 가뿐하다. 무슨 행사가 있었던지 기모노 입은 아가씨들이 많이 보인다.예전에도 많이 보았는데 오늘도....이 길은 늘 이런 풍경인가 보다.

경사 진 언덕에 갑자기 높은 인왕문이 나타 나니 목을 한껏 제껴 보게 만든다. 높은 것 못지 않게 강렬한 진 주황색에 정신이 번쩍 든다. 몇 년 전에 본 그 진 주황색이 지금도 선명하다. 이 문과 삼층탑 등은 중요 문화재라고 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청수사 본당과는 이질감이 있고 덜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청수사는 교토가 도읍이 되기 이전인 778년에 처음 세워진 아주 유서 깊은 사원으로 1994년에 세계 유산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그간의 화재로 소실된 건물의 대부분은 에도 시대 초기, 3 대 도쿠가와 이에미쓰에 의해 재건되었다고 한다. 일본 한자는 생략하면서 간결하게 표현하여 멋있게 보인다.

청수사 본당
단정하게 문이 닫혀 있고, 불상이 좌정해 있는 우리네 사찰과는 사뭇 다르니 법당 참배를 하지 않고 지나치기 십상이다.

문이 개방되어 있어 기도처로 보이지 않으나 자세히 보면 관세음 보살상이 보인다. 

기모노 입은 아가씨들이 신사로 향하는 것을 본다.양연기원(良緣祈願) 신사라고 쓰고 도장까지 새겨 걸어 둔 걸 보니, 좋은 인연을 약속하거나 빌기 위한 행렬인가 한다.

청수사는 발코니 같은 난간에 서 있으면 그 아름다움을 모른다. 모퉁이를 돌아 이 지점 쯤에서부터 지붕의 곡선이 드러나면서 고졸한 아름다움이 보인다.

멀리 교토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이 곳에서 바라 보는 석양이 굉장히 아름답다고 하는데 또 때를 못 맞추었다. 

청수사의 발코니는 높이 약 120 m의 거대한 느티나무 기둥이 받치고 있다. 산의 경사면에 의지해서 지었고 못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도 안전하고 견고하다니 대단한 건축 기술인 것이다. 410개의 노송 판자를 깔아 바닥을 마무리 했다고 한다.

아래 길을 걷는 사람들과 목조 기둥이 대비가 되면서 높이와 크기를 가늠해 보게 해 준다.

굳이 더 걷지 않으려면 계단을 이용해 내려 갈 수도 있다. 애기 단풍잎이 휘늘어진 길이라 가을 정취가 더없이 좋을 것같다. 서늘하고 푸른 그늘을 보니 계단을 걷고 싶어지나 뷰가 좋은 길을 더 따라가 보기로 한다.

그림 그리는 아저씨가 좋아 보인다. 그림을 그려도 좋고 사진을 찍어도 좋고, 눈에 담아도 좋은, 청수사는 소문대로 그렇게 아름다운 절이다.

구름이 낮게 드리운 하늘이 지척으로 보인다.하지가 가까운 여름이니 아직 해가 지려면 멀었는데 깊은 오후 같은 분위기를 낸다. 아무래도 좋다. 이 시간이 다만 소중하다는 생각뿐으로....

아랫쪽에서 보면 성급하게 보이던 저 붉은 삼층탑이 여기서 보니 청수사 본당과는 어지간한 키높이로 조화를 이룬다.
나는 강건하고도 섬세한 발코니 기둥을 좋아라 보라보며 계걷는다.

청수사의 정면 모습을 이제야 처음 본다. 아들의 안내로 발길이 뜸한 곳까지 곧장 걸어 나가니 건물이 단아하게 그림이 되어 있다. 여기가 최상의 뷰 포인트라고 해야 할 것이다.

경내를 대충으로 한바퀴 돌아도 발에 땀이 날 정도이다.' 기모도 아가씨들도 다리를 좀 쉬는 모양인데 여유롭고 좋아 보인다. 우리네 아름다운 한복도 활용 범위가 더 넓어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

다채로웠던 교토의 하루가 저물었고, 교토타워의 고운 조명을 보면서 여행의 보람을 다시 만끽한다. 낮에 우리가 간단한 점심 식사를 했던 곳이 밤에는 유독 근사하게 돋보인다.

교토의 밤거리는 서울보다 좀 더 어둡다는 느낌이고, 그래서인지 좀 더 점잖아 보인다. 물론 이 시간 이 거리의 풍경을 이르는 말이다.

타워를 더 가까이 보려 역사 에스컬레이터를 타니 멋진 켈리그라피같은 일필휘지의 글자가 눈에 들어 오는데 식당인가 한다. 밝은 날 살펴 보겠다고 했는데 잊어 버렸다. 나는 개인적으로 일본의 간판을 굉장이 예쁘게 본다. 글자가 일단 예쁘고 들죽날쭉 정신 사납지가 않고 조명이 요란하지 않은 편이라 그런 생각을 하는 것같다.

많은 사람을 담아 내고 토해 내며 북쩍이던 역사가 한적해지는 시간인가 한다. 하루를 보낸 소감은 사람들이 조용하고 또 조용하게 움직이더라는 것이다.

이면 도로에 들어 서니 갖은 메뉴의 식당이나 주점들이 즐비하다. 가게 하나가 눈에 들어 온다. 인테리어 때문이다. 어린 시절 우리집에 있던 하얀 도자기 술통, 정승이라는 한자가 푸른 색으로 쓰여 있던 도자기 술통 생각나서 사진을 찍어 본다.수년 전에 관광차 들렀던 도쿄의 신사에 죽 늘어 선 술통을 보면서 그때도 했던 생각이다. 엄마 호기심을 조금 덜어 주려고 밤길을 함께 나선 아들도 또 나도 발 아프기는 마찬가지이다. 발 파스를 사 가지고 호텔로 들어 오니 하루가 참 길었다는 생각이 든다.집을 나서 비행기에 기차에 택시에 걷기에.....

<2016년 6월 1일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