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행기/교토 2

교토 여행 2.

수행화 2016. 6. 15. 17:09

자유 여행이라고 하여 여유를 부리며 하루를 시작하겠거니 하는 예상은 아침 일찍 일어 나는 남편 습관에 맞추느라 보기 좋게 빗나갔다. 피로도 가셨는데 잠이 뭐 대수는 아닌 것, 아들이 렌트해 온 차로 세 식구가 부리나케  나선다. 아! 좌측 통행 운전의 어려움이여.......가슴이 철렁 철렁 하였으니, 아들은 신경 쓰며 잘만 가고 있는데 호들갑은 금물이었던  것. 아들이 정리해 준 오늘의 일정이다.토요다 차를 렌트했으며,

 아라시야마(치큐린 - 노노미야신사- 텐류지) - 닌나지(인화사) - 킨카쿠지 (금각사) - 니시진 회관(기모노)  - 니시키마켓 (반찬 시장) 

치큐린 (竹林)

치큐린이란 말을 입속에 굴려 보니, 그 어감이 죽림보다 더 댓숲과 바람과 잘 어울리는 게 아닌가 하는 쓰잘머리 없는 생각을 하며 걸어 본 길. 하늘을 찌를듯이 키가 높아도 중심 잃지 않는 댓숲은 한없이 부드럽게 일렁인다. 그 길은 소슬하다.

부드러운 산자락에 물이 좋은 곳, 죽림에 신사까지 있다면 그들은 뭐를 더 바랄까 싶다. 들숨 날숨이 그저 편안하게 걷고 있으니 이런 곳이 도시의 하파라 해야 할 것같다. 저만치 앞에 보이는 다리를 건너야 한다기에 자갈밭의 바스대는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걸어 본다. 오늘 많이 걸어야 한다기에 톡톡히 각오를 하고 걸으니 멀다 싶은 마음이 없다.

걷다 보니 뜬금 없이 '주은래 총리 시비'가 서 있다. 모택동 이후 중국을 이끌었던 지도자, 주 은래 총리가 다녀 갔었나보다. 이 지역과 무슨 좋은 인연이 있었던 모양으로, 교토 화교 총회에서 비를 세웠노라고 써 있다. 일본어 한 줄 몰라도 한자를 읽으면서 다니니 그것도 재미가 있다.

 대나무 울타리가 가르는 길이 이렇게 정겹다. 마른 댓가지가 햇살을 받으면 은빛이 나는 걸 이제 알았다. 향수를 불러 오는 너무 애잔한 담장이다. 

죽림을 알리는 표지가 나타난다. 대나무는 바람으로 미리 알려 주었던 것을.

대나무 숲은 유독 시원하다. 대나무는 그 차가운 성질을 발치에 깔아 숲에 들어 서면 공기가 이내 달라진다.

반대 방향에서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들어 온다.  길이 잠시 술렁거릴 뿐으로 대나무는 대꾸 없이 잎새 스치는 소리만 낸다. 아무 지장을 받지 않는다.

대나무 마디 하나를 잘라 필통을 만들기도 하고, 아버지의 대나무 베게도 얼마나 시원했으며  또 대나무 평상은 우리집의 여름 쉼터였으니.......대나무를 퍽 많이 이용하면서도 대나무 숲에 들어 가지 말라는 주의를 늘 들었었다. 다칠까 염려해서이다. 숲 속을 들여다 보니 거기 어린 시절 추억이 숲처럼 촘촘이 떠오른다.  그리고 어린 죽순들이 돋아 오른 양을 오랜만에 보았다.

대나무 숲은 선채로 파도 소리를 낸다. 쏴아아~ 쏴아아~ 장대같이 키가 크다느니, 장대같은 비가 내린다느니........ 흔히 쓰는 말들은 다들 생명이 없는 대나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생명이 있는 대나무는 온몸을 바람에다 맡겨 두고 부드럽게 흔들리며 산다. 댓가지를 이리 저리 쓸며 넘실대던 바람 소리가 사진 속에서 새어 나온다.  목을 꺾어 오래 바라 보았던 바람이다.

 

<노노미야 신사 / 야궁신사 >

일본이 여타 종교가 크게 성하지 못한 것은 마음의 안삭처, 신사가 곳곳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가까운 신사를 찾으며, 자기들만의 신에게 소망을 빌어 보는 것, 나쁘지가 않은 것이다. 소망하는 것들이 분류가 되어 있는지, 안산(安産) 이니 양연(良緣)이니 하는 문구들을 더러 보면서 다닌다.

 웨딩 촬영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커플들이 전통 복장을 하고 진지한 표정들을 짓고 있다.

신사에서 새 인생을 기약하는 것같아 보기가 참 좋다. 양 사람들이 아주 좋아할 것같은 장면이다. 이국의 독특한 풍경이 되어 줄 것이다.

일본인들의 청소와 정리벽은 알아줘야 하고 우리가 반드시 본 받아야 할 덕목일 것이다. 일본인 남자와 결혼한 어느 여인의 얘기가 생각이 난다. 쓰레기를 집에까지 들고 와서 버리는 것이 그렇게 싫었다고... 

동네 가운데 철도 건널목이 있다. 우리 나라에도 어딘가에 있는 풍경이나 자주 보질 못했고, 건널목 차단기를 너무 신기해 하며 눈을 떼지 못하는 미국의 외손자 생각에 사진을 찍고 또 찍어 본다. 마치 금방 보여주기라도 할듯이 말이다. 그런데 마침 사람을 실은 기차가 철거덕거리며 지나 간다. 영화 한 장면 처럼 스크린이 되어 스쳐 간다.

 

< 덴류지 / 천룡사 > 

천룡사 입장권에는 안내문 한 쪽이 따라와 있다. '역사의 절, 사적. 특별 명승이라는 첫 머리 글을 달고서. 그런데 정원 입장권이 이렇게 예쁘다.

덴류지는교토시 우쿄구 사가에 자리 잡고 있으며  임제종 덴류지의 대본산이라고 한다. 1339년에 요시노에서 죽은 '고다이고 천왕'을 애도하기 위해  '아시카가 타카우지'가 '무소 소세키'를 창시로서 창건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패키지 여행에 길들여진 나는 찬찬히 약도를 봐 가며 답사하는 스타일이 아니었구나, 손가락 가리키는 대로만 바라 보며 졸졸 따라 다녔구나 싶다. 지금 보니 이렇게 상세한 안내도 있는 거였네. 

일본의 절은 단청이 없으니 우리 절과 일단 차별화 되고, 개울을 건너지 않으니  현판을 보지 않고 들어 선다면 대갓집 대문 들어 가는 느낌 비슷하다고 본다.

천룡사 입구를 지나 경내로 들어 서려니 공중 전화 부스가 단정하게 서 있다. 아직 사용들을 하는 모양인데 소품처럼 보기가 좋다.

천룡사. 선과 색이 엄격하고, 하얀 벽을 격자로 분할하는 목재가 아주 멋져 보인다. 지붕과 기둥의 비례가 우리네 절과 아주 다른 것이 그들만의 특징인가 싶다. 본당 참배권 100엔, 정원 참배권 500엔을 주고 바로 입장을 한다.

모래결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아름다움을  연출한다는 것은 누가 알아 냈을까? 모래 정원을 바라 보면서 쭉 뻗은 쪽마루를 걸으니 선정(禪定)이 까이 오는 것같다. 호흡이 한 템포 느려지고 마음이 일순 차분해지 걸 느끼게 된다.

앞 뒤로 툭 트인 다다미 방이 우선 시원하고 촬영 금지라는 말이 없으니 반갑고 조금 여유가 생긴다.물론 조심 조심 쪽마루를 걷는다.

방장은 main hall 이라 써 두었다. 대법당 쯤 된다는 말같다. 우리 불교에서 방장(方丈)이란 큰 절의 높은 어른을 일컷는 말인데, 그것은 방의 크기에서 나온 말이라고 알고 있다. 사방으로 1장, 가로 세로 약 3m 넓이의 방으로서 상당히 큰 방에 큰 스님이 거처한다고 해서 방장 스님이라 칭하는 것인데 이곳에서 방장은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 

다다미 방을 지나니 깜짝 놀라게 멋진 정원이 나타난다.  '소겐치 못 정원'이라고 하며 무소 소세키가 만든 정원으로 일본 최초의 사적/ 특별 명승지 제 1호로 지정이 되어 있다고 한다.

정원을 바라 보는 마루에 줄너른하게 사람들이 앉아 있다. 다들 조용히 바라만 보고 별 말이 없다.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은 다들 같을 것이다. 

소풍이나 수학 여행 시즌인지 어린 학생들이 상당히 많다.

연못에 빠진 하늘을 보며 오래 오래 앉아 있어야 할 일이다. 물빛을 닮아 마음이 고요해지면 일어 날 일이다. 하지만......

관광객과 학생들이 경내에 제법 있으나 다들 없는듯이 조용하다. 그리고 하나같이 택시 기사의 안내를 받고 함께 움직인다.  이 독특한 풍경이 보편적이라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다.

산책로를 따라 걸어 가보니, 수월 관세음 보살상을 모셔 놓은 미니 연못이 있다. 우리네 절에 그렇게 흔한 불상을 여기서는 겨우 보게 되니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참선 도량인 모양이지만 굳게 닫힌 문만 보고 돌아 선다.

텐류지를 뒤로 하고 나오면서 생각한다. 아름다운 정원이 왜 여기서는 보이지 않을까? 신비주의인가? 뭐든 탁 까서 한꺼번에 모두 보여 주기 좋아하는 우리와는 민족성이 다른가?.

음식점 입구인가 하는데 아주 아기자기해서 눈에 들어 온다. 요란하지 않게 작고 예쁘고 정갈하게 꾸미는 그들만의 특별한 재능이 이런 곳에도 보인다.

대나무가 많은 마을인 것도 알릴 겸 제 역할을 잘 하고 있는 귀여운 쇼윈도를 잠시 들여다 본다. 행인을 잠시 머뭇거리게 하고, 미소 짓게 하는 것이 제 소임인둣 하다. 사람들이 제법 많이 다니는 길인데도 뿌연 먼지 하나 얹지 않은 모습이 참하기도 하다.

이렇게 어여쁜 가게들를 바라 보며 걷는 것도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너무 예쁜 가게에는 저절로 발길이 간다. 자세히 보면 앙징스런 수공예품들인데,  너무 많아 뭐가 뭔지를 모를 지경인데 우리 손녀들은 들어 가면 헤어 나오는데 시간 좀 걸릴 것 같다. 나도 선물을 조금 샀으니....

천룡사 앞에 바로 기차역이 있었다. 이렇게 예쁜 기차가 다닌다는 말이다.

'아라시야마 역'이라고 하는데, 역사 안이 너무 예뻐 왔다 갔다를 몇번이나 했다. 비단 헝겊을 두루 감아 세워 둔 것 같은 저 조형적인 꽃기둥이 웬말인가 해서이다. 기둥에 담긴 꽃들이 마다 마다 다르고, 얼마나 곱게 그려졌는지....한 필 풀어 기모노 지어 입으면 딱 좋을 그런 문양이다. 

한켠에는 족욕장이 있어 발도 쉴겸 앉아 있고 싶었으나 아주머니들이 조르르 앉아 있어서 들어 서지 못했다. 발은 쉬지 못해도 고급 포목점 구경하듯 꽃기둥 그림 둘러 보고 다니니 더 좋았다.

꽃기둥으로 울타리도 치고.

통로에도 기둥이 줄지어 섰다. 일본의 역들은 다들 이렇게 예쁜 것일까?

간단한 간식을 사 먹어 보기로 한다. 꼬치, 만두, 어묵 등 메뉴별로 사 먹었는데 어쩜, 너무 맛이 있었다.

일본의 손바닥 주차장( 내 표현으로 )은 참으로 효율적이다. 자투리 땅 이용도 되고, 자율 주차 방식이니 주차 요원이 지킬 필요도 없어 아주 간편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주차 요금으로 실랑이 할 일도 없고 깔끔하고 다 좋은데,  사람 얼굴 보고 말 주고 받을 일은 한참 줄어 드니, 인간미가 좀 없다고나 할까?
주차장 가는 길목의 주택들이다.  길에 티끌 하나 보이지 않으니 기가 막힌다. 이런 점이 일본인의 자존심일 것이다

주차 요금을 턱턱 받아 내는 야무진 기계.

주차장 한켠에 놓인 아이스크림 자판기,
아이스크림이 반가운 게 아니고 MORINAGA 제품에 절로 흥분을 하게 된다. 모리나가 분유를 먹고 자란 아기가 지금 어른이 되어, 그것도 일본에 와서 모리나가 아이스크림을 사먹다니....아이스크림을 건네 받아드니 실없이 목이 메네.   

 

< 닌나지 / 인화사 >

인화사 안내 팜플렛. 그런데 작고 환상적인 입장권 그림에 매료된다. 뭘 그딴 걸 가지고? 또 작은 것에 감동....., 책갈피로 쓸 생각이다.

인화사 입구. 바라만 봐도 시원하고 경쾌하다. 건물이 많이 들어 서기 전의 예전 봉은사를 연상하면서 걸어 들어 간다. 멀리 중문까지 보이니 도량이 아주 넓은 절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시찬왕상이 지키는 일주문을 들어 서는데 일본은 사천왕상 역시도 단청이 없는 것을 본다. 그러니 익살스럽지가 않다. 짧게 단발한 장막이 문지방 위에서 펄럭이면서 소리와 분위기가 맞아 든다. 

지금 막 걸어 들어 온 문이 '니오몬'이라는 문으로 주요 문화재라고 한다. 일주문으로 따지고 보면 엄청 크다고 볼 수가 있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걸 보니 휴게 공간인 것같아 지나쳤는데, 뒤쪽의 탑과 어우러진 것이 입장권 그림 속 장면인가 해서 다시 바라 보았다.

인화사의 본당, main hall 이라고 안내 팜플렛에 소개가 되어 있다. 안내 팜플렛에 한글판이 없는 걸로 보아 한국 관광객들이 자주 찾지 않는 모양이다. 인화사는 아미타 삼존불을 모신 절이라고 소개가 되어있다.
(enshrines Amidasanzon, The principle image of Ninnaji-temple) 

법당문은 얌전히 닫혀 있고, 스님은 밖에서 예불을 하는듯 의식을 하고 있다. 종교도 그 나라에 들어 가면 자기들 풍속과 사상에 맞게 변질되어 정착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의 승려는 대부분 결혼을 하고, 머리도 기르고 하는 것이 우리와 판이한 점이다. 나무랄 일도 아닌 것이 다 그들만의 전통이기 때문이다. 

일본 진언종 신사파의 총본산인 사원으로, 헤이안 시대의 전통 건축 양식에 충실한 건물이라는 설명이 있다.은퇴한 우다 천황에 의해 888년에 세워진 절이며, 교토 문화재의 일부로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헤이안 시대 초기에 세워졌으며 886년에 고코 천황이 불교의 가르침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생전에 완성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문은 열면 활짝 젖혀지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문살이나 장식이 깔끔하다. 우리네 고가구의 백통 장식같은 금속장식이 목재문을 화려하게 장식한 것이 보기가 좋다. 갖은 조각으로 문살이 예술적인 우리네 절집 문과는 또 다른 멋이 있다.

이곳 쪽마루는 길게 뻗은 깃이 보편적인 양식같다. 햇살이 처마를 거쳐 간접 조명이 되는 그윽한 멋에 깊이 감동 받는다.

문 앞에 걸린 고리들은 문을 열 때 사용되는 걸개인가 한다. 어느 날 문을 여는지? 일본 절은 누구나 출입이 자유로운 구조가 아닌 모양이다.

경장(經藏)
에도 초기에 건립된 것이며, 건물은 선종 양식으로 통일 되어 있고내부에는 석가 여래, 문수 보살, 보현보살이 모셔져 있다고 하며 한글 안내문이 써 있어 반갑다.  내부 중앙에 768개의 경전을 담은 상자가 준비되어 있다고 잘 안내하고 있다.

환기를 위해 창을 뚫어 놓은 것인데, 채색이 예뻐 다시 한번 바라보게 된다. 우리네 해인사 장경각 비슷한 곳으로 이해하면 될 것같다.

오중탑(五重塔) 으로 한글 안내판이 설명하고 있다.중요 문화재로서 에도 초기에 건립된 것이라고 하고,  높이가 36.18m이고 층간의 폭이 넓은 것이 특징이라고 써 있다. 정면에 걸어 둔 액자는 대일여래를 의미하며, 내부에는 불상이 안치되어 있다고도 한다.

오른쪽으로 오층탑이 있는가 하면 왼쪽으로 빤한 길이 있어 들어 가면  뜻밖의 경관을 만나게 된다. 어전이라고 하니 말하자면 궁전인듯하다.

감각적인 채색이 돋보이는 글씨에 우선 크게 점수를 주면서 들어 간다.

이곳 정원에도 모래는 예술을 담고 있다.

안쪽에 이렇게 아름다운 중정이 있을 줄 미처 몰랐다. 마루를 걸어 숲으로 들어 가고, 마루를 통해 숲을 바라 보게하는 열린 구조가 너무 보기 좋다.

얼마나 멋진 구조인지 사진이 잘 알리지 못하고 있다. 정원을 눈 높이에 두고 맨발로 숲을 걷는 기분, 그 가슴을 쓸고 가는 청량함을  그저 무심하게만 전하고 있으니.

언제 이렇게 긴 마루를 걸어 보겠는가! 모래 정원은 덤이요, 발이 긴장을 푸는 것도 덤이 된다.

건물 안 쪽에다 연못을 두는 비밀 정원. 일정한 패턴같다. 하지만 다른 모습으로 감동을 준다. 이번 여행에서 정원의 재발견을 하고 있다.  

절제되고 정갈한 경관, 저 앞쪽의 누각까지 잘 깔린 마루를 걸어 보았다는 것이 뿌듯하기만 하다.

참선하는 스님, 그림 그리는 젊은이,  다들 말이 없이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건물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멋지게 가꾼 정원. 그대로 그림이다.

복도며 계단이며 마루가 이끄는 대로 걷다 보면 어느듯 숲 안에 들어 온 걸 알게 된다. 발끝의 감각을 아끼며 조심히 걷다 보면 마음이 소슬하게 낮아진다. 보배로운 순간이다.

이곳에 작은 부처님이 모셔져 있다.  일본식 불교에는 상이 작고, 잘 숨겨져 있다는 내 느낌이 틀리지는 않을 것같다.

 

법당 앞에 풍경처럼 매달린 것의 정체가 궁금하다. 조형적이라 일단 멋이 있다는 생각이 들고, 신사에서 자주 보았던 종이 접어 매달아 둔 형상같기도 하고.....설명이 없으니 알 길은 없는데, 어쨌거나 이곳에서도 대일여래 부처님, 즉 비로자나불을 모시니 불교 사찰임에는 틀림이 없다.
부처님이 아름다운 처소에 모셔져 있어 좋았다는 것이다.

다다미 방 벽화에 관세음 보살상도 그려져 있고, 소나무 울울한 그림도 그려져 있어 감상해 가며 걸으니 좋았다.입구에서 사진 찍어도 된다고 일러 주던 아저씨의 친절이 고맙기도 하고.잊지 못할 정원을 뒤로 하고 나온다. 정말이지 오래 오래 머무르고 싶었던 곳이다.

 


< 킨키쿠지 / 금각사 >

 부처님의 사리를 모셔서 이 금각이 유독 유명하다고 한다. 정식 명칭은 '로쿠온지' 라고 하여, 임제종 소코쿠지파의 선사라고 한다.

금각사는 말 그대로 금빛이 나는 절이다.입장권이 부적 이미지로 특이하다. 받아든 사람도 특별하게 느낄 것같다.

 역사 문화 유산이라는 안내판도 금빛이다. 이 곳은 가마쿠라 시대에 사이온지 긴트네의 별장 '기타야먀테이'가 있었다고 한다. 이후 3대 장군 아시카가 요시미츠가 별장이 마음에 들어 1397년에 사이온지 가문으로부터 물려 받아 산장 기타야마도노를 조성하여 운영하였다고 설명한다.

주차장에 즐비한 택시에는 몇학년 몇반 몇조하는 표시가 달린 택시가 즐비하다. 유적지에 가면 학생들이 그 택시 아저씨의 인솔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내게는 그렇게 신통하게 보였다. 이 곳에서도 마침 내 옆에서 학생들이 아저씨의 말을 얌전히 경청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적어도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이 장면에 생각하는 바가 조금 있어야 하리라. 질서를 지키고, 어른의 말씀에 조용히 귀 기울이는 태도가 놀라워서 하는 말이다.

금각사 전경
몇년 전 답사 때 비가 뿌리는 날씨인데다 두통이 아주 심할 때여서, 이번에는 제대로 차근차근 한바퀴 둘러 보겠다고 했던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땅 바닥에 먼지를 일으킬 정도로 관람객이 많고, 따가운 햇볓에 지쳤기 때문이다.

금각사는 각층의 건축 양식이 각자 다르면서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설계라는 말을 어디선가 주워 읽었다. 그렇다 하고 보니 그런 것도 같은데 어쨌거나 단순하고 멋진 것은 사실이다.

금각사 본당에 어여쁜 누각을 달고 있다는 걸 이제야 처음 보았다. 다른 절에 비해 정원이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그래도 금빛으로 빛나는 처마랑 보기가 좋다.

금각사의 정원 건축은 극락 정토를 표현하였다고 하는데  그것보다 금박 입은 건물이 물 위에 뜨는 모습이 극락정토의 모습이라고 보면 쉬울 것같다. 

< 니시진 회관 >
건물에 들어 서니 내가 이전에 와 본 장소라는 걸 알았다. 나는 니시진 회관은 모르고 밑도 끝도 없이 그저 기모노 쇼를 하고 기념품 판매하는 곳으로만 알았었다. 그런데 수공 직조의 시연이나 전시를 통해 전통을 보여 주는 의미있는 공간이라는 걸 다시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 곳을 아주 고급스러운 곳이었다고 기억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랄까? 이곳에서 아이들 선물도 샀고, 마그넷도 예쁜 것을 샀었던 곳이다.이번에도 예쁘고 자그마한 것들 조금 사고 나왔으니 발걸음 아깝다는 생이 안 든다.

기모노 쇼를 하던 무대도 비어 있고,   길삼 비숫한 걸 하던 아주머니도 퇴근한 모양이라 차분하게 사진 한장을 찍었네. 이층에는 정말 예쁜 것이 많다. 그 당시 가이드의 말이 생각이 난다. "교토 사람들은 패션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 강하다고, 고래로 멋의 고장이라고...."

니시진 회관을 나와 니시키 반찬 시장을 들어 가 봤다. 큰 길을 사이에 두고 양쪽이 반찬 시장이란다. 주차하고 걷다 보니 주변은 주택가, 골목은 좁고 그래도 깨끗한 것은 역시나이다.

< 니시키 마켓 >반찬 시장이 성시를 이룬다.
장어찌면 장아찌, 즉석 샐러드면 샐러드.....없는 게 없다.구매하는 아주머니들을 보니 하나같이 소포장 몇 개 씩을 담아 간다.우리처럼 번거롭게 살지를 않는 것 같아 보인다. 적어도 이 시장 풍경에서는. 고로께를 하나씩 사서 먹어 보았더니 속에 달콤한 팥이 가득 든 것이 또 맛 있었다는 것.  

호텔 가까운 역 부근에서 저녁을 먹는다.
외국인들도 더러 보이고 한창 바쁜 시간인 것같은데, 조용히 혼자 식사하는 사람도 보인다.우리처럼 남을 의식하며 살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가 있지 않나 싶다.

 이번 여행에서 입이 짧다면 짧은 우리 식구들이 다들 잘 먹게 되어 다행이었다. 특히 식욕 부진에 시달리던 남편이 잘 드신 것으로 아들은 효도를 한껏 했다고 해야 한다. 요리는 조금 짠 듯하면서 그냥 먹는데 나는 가는 식당마다 미니어처처럼 예쁜 양념통에 마음을 빼앗겼다. 이제 가지고 있는 양념통들도 버려야 할 시절에 사겠다고 나설 수는 없고, 쓰라린 마음으로 만지작거려 보았다. 호텔에서 한잔씩 마셔 보겠다고 가져 간 인스탄트 커피는 가방 바닥에서 나올 줄 모른다. 대한민국 아줌마의 힘, 인스탄트 커피가 아주 빛을 못 본다. 호텔 옆 편의점 100엔 커피가 너무 맛 있으니까 어쩔 수가 없다. 


< 2016년 6월 2일 일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