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16년

다시 365일을 받으면서.....

수행화 2016. 12. 31. 23:42

 시간보다 더 엄격하고 정확한 것은 없어 우리는 정확한 사람을 시계같다고 한다.

이미지 없는 지배자, 우리 삶의 엄중한 관리자가 사실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시간은 위풍당당하게 1년, 365일을 카운트하더니 이제 곧 새로운 365일을 1년의 이름으로 내 놓으려 한다.

 

아침 신문을 읽으며 가뜩이나 혼란한 머릿 속이 2017년의 전망에 대한 기사로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새해에는 공상과학 영화같은 일이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이라고 한다.

대형 마트에 인공 지능 로봇이 등장할 것이며, 더욱 지능이 높은 스마트폰이 나올 것이며, 올해 프로 바둑 기사 이세돌을 꺾은 구글의 알파고는 내년에는 PC 게임 스타크래프트 인간 챔피언과 한판 대결을 벌일 예정이라고도 하고, 또 자율 주행차(무인차)가 상용을 위한 도전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한다. 이미 차량 공유 업체 우버는 미국 피츠버그에서 운전자가 없는 무인택시를 시험 운행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한다.

 

진정 다른 세상, 공상에서나 가능할 세상을 그려 보게 되나 나는 그게 그렇게 공허하게 들리지가 않는다.

우리 가정에 가가호호 전화기를 가지게 된것이 불과 몇십년, 하지만 지금은 개개인이 휴대 전화를 들고 다니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많은 설명이 될 것이다.

 

작년에 현대 자동차 공장에서 로봇 팔이 정밀한 일들을 빠르게 하고 있는 것을 보아 실현 가능한 현실이라고 인정을 하고 싶다. 인터넷이 바꾼 세상이라는 걸 생각해 본 일은 또 호랑아 담배 먹던 시절 이야기같이 까마득하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우리는 매일 알게 모르게 자동화에 적응을 해 가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아주 어린 시절, - 아마도 중학교 저학년이었지 싶은 그 때 -

집에 있던 무슨 잡지에서 읽은 미국 이민자의 수기가 때때로 생각이 난다. 한국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필자가 이민자의 애환을 글로 써서 어떤 단체에서 수상을 하였다고 하는데, 그 내용이 당시 나에게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공상감으로 퍽 인상적인 내용이었다.

 

자기는 봉재 공장에서 일을 하는데 그게 말이 공장일이지 굉장히 청결하고 나이스하다고, 그리고 휴게 시간이면 자동화된 기계에서 나오는 커피나 쥬스 등 마음대로 선택해서 마실 수 있는, 상상할 수 없는 쾌적한 환경이라고.........동전을 넣으면 통통거리며 음료수가 떨어져 나오는 , 참으로 멋진 생활을 하고 있다고.......

지금은 눈만 돌리면 보게 되는 이렇게 많은 자판기들이 그 당시 어린 나에게 미지의 세계였다는 사실이 웃기기도 하면서, 자판기로 대변되는 편리한 세상을 우리가 이렇게 앞당겨 살고 있다는 고마움으로 귀결이 된다. 

흙수저니 뭐니하며, 우리 나라를 비하하고, 자기를 비하하는 누군가에게 들려 주고 싶은 에피소드이다.

 

일 주이면 이틀이나 사흘 외출하고, 도서관 책 대출해 읽고, 매일 사경 두 페이지 쓰고......

이렇게 단조롭게 사는 내가 두려워 할 사안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어할까 하고 걱정을 좀 사서 해 본다.

 

시간이 갈수록 시간이 아까워진다.  

시간을 나누다가 자투리 시간이 나면, 금방 뭔가 다른 일을 잡고 싶어지는 것은 내 일상이 자칫 무료해 질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시간에 공손하게 대했건만 어쩐지 보답이 인색하다고 느끼는 것은 내가 아직도 겸손하지 않은 탓일 테다.

기다림이다. 까치발을 하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새해를 맞으면 늘 나와 하는 약속을 또 해본다. 타성이라 해도 좋을 정도의 약속을 새 카렌다, 내 시간 앞에서 또 하고 있다. 좋은 습관 익히기, 게으르지 않기 위한 질서 정연한 노력을 또 다짐한다.

아! 그리고 소중한 가족을 더 챙겨야 하리라.  

좀 더 밝은 미래를 소망해 보는 것이 식상하다 할지라도, 새해 앞에 선 우리가 갖출 예의가 아닐까 싶다.

 

어느 해보다 마음 깊이 서글픈 송년의 밤이다.

촛불이니, 맞불이니 매스컴은 불구경하듯 떠들어 대며 정신 건강에 해악을 준다. 이다지도 근심이 태산처럼 밀려 오던 세모는 일찌기 없었다. 옛말에 죄를 미워하지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남의 약점을 파고 들고 조롱하며 쾌감을 느꼈던지 알지 못한다. 다들 연민심을 가지고 차분히 새해를 맞아 주기를 나홀로 기원해 본다.

 

새해는 닭의 해이다. 닭은 예로부터 새벽을 깨우는, 새로운 날의 시작을 알리는 동물이다. 

"하루 계획은 새벽에 있고, 1년 계획은 정월에 있다." 는 말을 새기면서 새로운 한 해를 마중 나가려 한다.
  

무서운 뉴스가 거슬린다고 해도 제야의 종소리는 또 들어야겠다.

종소리의 깊은 울림이 우리 모두에게 자비로운 깨달음으로 왔으면 좋겠다. 뉴스 들여다 보며 그르친 마음이 글을 쓰면서 조금 눅어진 것같다. 느낌이다. 이제 종소리로 근심을 덮어 보자. 

 

"비가 올 때 필요한 것은 걱정이 아니라 우산이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아자!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