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17년

'편안함의 배신' - 디지털 기기의 악마성

수행화 2017. 12. 8. 00:57

이전에 읽은 것 같긴 한데 내용을 기억할 수 없어 다시 보게 되는 책이 가끔 있다. '편안함의 배신'도 그런 책 중의 한 권이 다. 앞 페이지 몇 줄을 읽으니 분명 읽었던 책인 것같은 데, 더 넘기니 내용이 생소해져서, 하는 수 없이 다시 읽는 수고를 해야했으니....머리가 안 돌면 몸이 힘든다는 생각을 해가며 씁쓸하게 다시 읽었다. 

  저자 마크 쉔 (Marc Schoen)  USLA 게팬 의과대학 교수로 심신 의학 과정 등 여러 과제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다고 한다. 많은 임상경험을 통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현대인이 겪는 문제점들은 대부분 생존본능의 지나친 작용으로 야기된 것이라는 견해로 출발을 한다.

생존본능이란 배고픔을 느낄 때 즉각적으로 배고픔이 해소되지 않으면 두려움이 커져 마음이 동요하고 불편이 야기되도록 작동되어지는 본능을 말한다. 현대인이 불편을 잘 견디지 못하는 것은 삶의 주도권을 내 안에 설계되어 있는 본능에게 사실상 내어준 꼴이어서 그렇다는 말이다. 생존 본능이 나를 지배하게 방치해 두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고, 그래서 인생 최대의 적은 다름 아닌 나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따라서 진정한 행복을 구하는 것은 역경과 도전 속에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만 가능해진다는 이치를 말한다.

지나치게 예민해진 생존본능을 길들여서 두려움 고통을 바탕으로 생겨난 불편을 좀 더 참을만하고 편안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그 해법이다”  p. 60
편안함에 대한 의존은 점점 커지고 있는 반면불편에 대한 내성은 점점 약해져 있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어느새 편안함은 일종의 중독이 되어버린 듯 했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편안함이 양의 탈을 쓴 늑대처럼 나를 배신한 것만 같았다
불편들은 보통 아주 사소한 문제들을 우리 몸과 마음이 무슨 난리가 난 것처럼 확대해석 해서 생기는 경우가대부분이다이렇게 해서 우리 내면에서 일어난 전쟁은 그 영향력이 마음에만 국한되지 않고세포 수준에서 구체화된다이것이 가장 분명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바로 자가면역질환이다.”  P. 63.
우리의 생각과 달리 이런 경향은 스마트폰노트북 같은 멋진 기구들이 우리 손에 들어오기 수 십 년 전부터 시작되었다나는 생존 본능의 변화가 전자레인지의 발명그리고 패스트푸드와 가공음식의 인기 증가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믿는다.”  P. 153 ...........(1970년도에는 대략 8000종의 음식이 나와 있었지만오늘날에는 음식제조업체의 혁신 덕분에 4만종의 음식을 언제 어디서라도 마음껏 구할 수 있다) 
전자레인지와 식품 산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인터넷 검색 도구 역시 우리의 불편관리 능력에 영향을 미쳤다이런 즉각적인 만족을 얻을 수 있게 됨으로써 삶에서 만나는 광범위한 영역 전반에 걸쳐 우리의 기대치가 재설정되었다 자기 우리는 모든 충동이 단 한 번의 마우스 클릭으로 즉각적으로 충족되기를 원하게 된 것이다 
  p.157
이런 즉각적인 만족은 내면의 불균형을 완화해주기보다는 오히려 더욱 부채질하여 생존본능을 살짝만 건드려도 터질 듯 더욱더 예민해지게 만들고 있다.  .163"컴퓨터는 정확한 프로그램과 완벽주의의 전형적인 특징이다이런 유형은 특정 요구가 충족되지 않았을 경우에 크나큰 불편을 야기한다….…컴퓨터가 다루는 세상은 애매한 세상이 아니라 정확그 자체인 세상이다컴퓨터를 계속 접하다 보면 우리는 세상을 절대적인 틀에 짜맞추어 바라보기 쉽다하지만 당연히 이 세상은 그런 흑백논리를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165
 간결하기 그지없는 형태인 이메일이나 문자 등의 소통방식이 대중화됨에 따라 타인과의 대화도 변화를 겪게 되었고대화 수준이 완전히 기초적인 수준으로 떨어지고 말았다이런 소통 방식이 늘어남에 따라 우리는 개인적인 인간관계에서 효과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능력을 잃기 시작했다본디 인간관계란 축약된 몇 마디 단어로 담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그리고 우리는 이미 높아진 동요 수준으로 마음이 크게 어지러워진 상태이기 때문에 살짝만 건드려도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 P.166 )
"때로 우리 삶은 마치 이 문자에서 저 문자로이 이메일에서 저 이메일로 뛰어다니며 끊임없이 직장과 가정에서 요구하는 일들을 처리하느라 정신 없이 지나가는 듯 느껴지기도 한다항상 켜짐상태다스마트폰에 찰싹 붙어서 그저 다음에 올 메시지만 기다리며 동요 수준과 불편의 내성만 키우는 것이 점점 하나의 문화가 되어가고 있다."   p. 167
"광고업자들은 소비자들이 불편을 해소하지 못해 불안하게 만든 후에 자신의 광고상품을 그 해결책으로 묘사해 놓는다. ….교묘하게 작성된 메시지와 이미지로 우리에게 맹공을 퍼붓는 영화뉴스보도그림잡지음악 등과 접촉하면서 그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하게 된 것이다이런 메시지들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결코 무해하지 않다.사실 이런 메시지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강력한 외부적 기준을 제공한다더 나아가 이런 메시지들은 부지불식 간에 외부적 기준에 대한 의존을 강화하고진정한 건강과 내면의 만족을 반영하고 있는 내면적 기준을 약화 시킨다."  p. 171

세월을 거슬러 편안함이 덜 했던 시절을 떠올려 본다. 잉크를 병에 담아 학교에 가지고 다니고, 사각사각 펜소리를 들으며 공부하던 시절, 손편지를 써서 우체통에 넣던 시절, 다이얼을 돌려 전화를 걸던 시절, 기저귀를 손빨래 해서 햇빛에 말리던 시절, 시간 맞춰 연탄을 갈던 시절.......그렇게 먼 과거가 아닌 것같은 느낌은 그간 우리가 편안함을 향해 고속질주했다고 해야할 것 같다. 

전화 번호부 따위 뒤적이지 않고도, 전화번호 외우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나 전화를 걸 수 있고, 길은 네비가 가르쳐 주고,  집에 앉아 클맄 몇번으로 송금도 하고, 쇼핑도 하는 등 많은 일을 손 쉽고 빠르고 편리하게 해결하며 사는 데 어느정도 적응이 되었다. 가상세계가 더 이상 가상이 아닌 현실이 된게 아닌가 싶으니, 내심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이 바꿔 준 세상이 만족스럽고 고맙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 24-7 생활방식'  (하루 24 시일주일에 7일이 휴식 없이 이어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보편화 되고, 연중무휴, 24시간 써비스 제공도 점점 늘어나는 등,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편리해지고 있다고 마냥 즐거워할 일만은 아닌 것이라니, 

"신선 놀음에 도끼자루 썩는줄 모른다"고,  옛말 그른 것 하나 없다는 생각을 해야겠다.
얼마 전 어느 바둑 기사의 말이 떠오른다. 컴퓨터와의 대국에서 한 수에 정해진 시간, 5분에 맞추느라 집중하고 또 집중하여 돌을 놓고 나면, 알파고는 순식간에 1분 안에 다음 수를 둬 버리더라고.....결국 인간은 곧 알파고와의 대전에 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 말했다. 그렇지만 이기는 방법은 있다나! 전원을 꺼버리면 알파고는 아무 것도 못할테니....우스개인데 우습지가 않았다. 우리는 인공 지능이라는 그 형태도  없는 괴물에게 마음껏 농락 당하고 있는 꼴인 것같은데, 엄연히 현실이 그렇게 가고 있다니 짐짓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편안함의 물결에 빠진 사람들이 마침내 익사지경에 이르렀다는 경고음인지,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사람, 약에 의존하는 사람 등........일상에서 여러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생존본능의 관점에서, 불편관리 방식을 적용해 이들의 일상에 변화를 주어 보면서 많은 치료 효과를 가져 왔다고 한다. 귓전으로 들을 일은 아닌 것같다.
그래서인지 끝을 모르고 편리함을 쫒아 질주하던 삶의 패턴에 변화의 징후가 보이고 있다고도 한다. 많은 음악 애호가들이 편리하고 완벽한 레코드 앨범보다 콘서트에 열광하는 복고적 분위기로 가고 있고, 템플스테이를 통해 전자제품과 잠시 떨어져, 자기성찰의 시간을 가져 보는 사람이 점점 늘어 가는 추세라고 하니 모두들 속도 경쟁에 어지간히 지쳐 가는 모양이다.  

불편을 견뎌 인내하는 근육을 키워 나간다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것이며, 자신감과 성공이 더부러 갈 것같다. 불편 속에 가르침이 있는 것이다. 완벽하지 못함에도 배움의 바탕은 있는 것이다.   

완벽함이 아니라 한결같음을 위해 힘써야 한다.”

편안 구역 관리하기'  동요에 대한 통제권을 회복하고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삶을 시작하는 법을 배우게 도와주는 15가지 방법

1.첨단기술 아웃  디지털 상호 작용으로부터 잠시나마 해방되어 당신의 몸과 마음에 숨을 돌리게 동요를 가라앉힐 시간적 여유와 기회를 주

2.완벽하지 못한 것들의 소중함인간관계에서는 완벽을 기대하는 것만으로도 큰 상처를 줄 수 있으며, 이는 논란과 갈등을 촉발할 분이다

3.    홍수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감각입력. 적은 입력만으로 성취감과 만족을 느끼는 법을 배우는 것은 큰 가치가 있다

 4.잠자리에 들기 전 가져야 할 느긋한 시간 잠자리에서의 청취가 효과적이다 내가 사용하는 청취 프로그램을 잠자리에서 marcschoen.c 을 이용해 보라 잠자리에 일찍 들라.

5. 멀티태스킹 시간 제한하기 느긋해지는 것은 무척 가치 있는 일이다

6.. 질질 끌지 않기 질질 그는 사람들은 내면에서 상당한 동요를 만들어 낸다

7. 한꺼번에 다 끝내려고 하지 않기

8.  불확실성 받아들이기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우리는 불확실성을 받아들여 편안 안심의 느낌을 키우고 불확실성에 진심으로 감사할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9. 화 내는 습관 버리기      화를 내며 분노한다는 것은 자신을 방어하고 행동을 취하게 도와준다는 면에서는 생존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없지 않지만 적대감이 치사율 및 노화 관련 질환 유병률의 상승과 높은 관계가 있음은 이미 잘 밝혀져 있다

10.   규칙적으로 생활하기이 책의 초좀은 불편을 좀 더 관리 가능한 방식으로 끌어안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던 일관성이나 예측 가능성을 확립하는 노력이 중요해질 때가 있다

11. 편안 구역 확장하기익숙함과 편안함에 안주하고 싶어 하는 인간적 속성을 경계하면서 끊임 없이 스스로 도전을 제기해야 한다

12. 휴식 취하기

13. 만족의 욕구 늦추기

14. 빈둥거리는 연습

15. 몸을 움직인다

    ( P. 213 )